[스포츠서울 김대령기자] 도시의 정서는 화려함이다.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 유행한 도시의 이름을 딴 음악 장르 '시티팝' 역시 이를 반영해 세련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외로움도 존재한다. 어쩌면 21세기의 도시는 외로움이 화려함을 압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군중 속의 고독에 허덕이는 도시인들은 남몰래 위로를 원한다.


혼성 밴드 도시(dosii)는 정확히 이 부분을 어루만져준다. 마냥 긍정을 노래하진 않지만 시들고 지친 감정을 조용히 공감하며 위로한다. 음악의 구성도 그렇다. 보통 화려함을 나타내는 전자음은 공허함을 표현하는 듯 깔리고 보컬은 기교를 부리지 않고 담담하게 가사를 노래한다.


스포츠서울은 서울 합정동 이릴레반트 사무실에서 도시의 두 멤버 최종혁, 전지혜를 만났다. "언론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어색해하던 두 사람은 음악 이야기가 나오자 편하게 자신들의 스토리를 풀어나갔다.


도시는 인디계에서 작은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시작은 여느 신인 인디 뮤지션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조용했다. 정식 음반이 아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대중과 처음 만났다.


최종혁은 "원래 힙합에 관심이 있어서 음악도 그쪽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언더그라운드 힙합 특유의 센 감성이 저와는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군대를 다녀온 이후를 기점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자'라는 마음으로 현재의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어요"라고 밝혔다.


두 멤버의 만남도 이때 이뤄졌다. 최종혁은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제가 노래를 잘하는 게 아니라서 저에 맞춰서 노래를 만들다 보면 편향된 음악이 나올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여자 보컬을 찾다가 SNS를 통해 우연히 전지혜 씨의 노래를 들었죠. 마음에 들어서 메시지를 보낸 후 음악 샘플을 보내서 노래를 들어봤어요. 그런데 진짜 제가 딱 원하던 보컬이었어요. 운명처럼 느껴졌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완벽한 보컬을 찾았다고 느낀 그의 직감은 정확했다. 결성 후 오래 지나지 않아 공개한 '러브 미 모어(lovememore)'는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언더그라운드 노래를 소개하는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례적인 반향을 끌어냈다. 현재는 영상 저작권 문제로 삭제됐지만 수십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작은 신화를 썼다.


이후 정식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33만 뷰를 넘어섰고, 첫 세트 라이브 영상은 50만 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인디계 정상에 있다는 그룹들도 쉽게 달성할 수 없는 수치다.


지난 3월에는 얼떨떨한 일도 겪었다.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말 좋아요"라는 글과 함께 '러브 미 모어'를 콕 집어 추천사를 전한 것. 이는 '아는 사람만 알던' 도시 음악의 인지도가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최종혁은 "처음엔 얼떨떨했어요. 화력(?)을 느낀 후에야 실감했죠"라며 웃더니 "확실히 힘이 됐어요. 우리의 음악을 듣고 좋아해주시고 직접 추천까지 해주셨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해요"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지난달 28일에는 홍대의 한 공연장에서 팀결성 후 처음으로 단독 공연을 가졌다.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은 관객으로 가득 찼다. 인디 그룹의 첫 공연이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 앞에서 펼쳐지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온라인에서만 유효한 듯하던 인기가 오프라인에서 그대로 이식돼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전지혜는 "공연 중에 연신 '떨린다'라고 말했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와주셔서 노래를 부를 때도 행복했어요"라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최종혁은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라고 운을 뗀 후 "긴장해서 멘트를 많이 못했거든요. 감사하다고 말하긴 했는데 뭔가 형식적인 멘트처럼 들렸을 것 같아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앞으로 제가 많은 공연을 할텐데 이번 공연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사인을 받거나 인사를 하러 오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정말 고마워서 최대한 한분 한분 기억하려 얼굴을 다 봐뒀어요"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도시의 음악을 완전히 새로운 장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심한 기청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트렌드와 독창성이 공존한다. 최종혁은 "물론 좋아하는 뮤지션은 많지만 음악을 만들면서 영향을 받으려고 한 뮤지션은 없어요. 특히 지혜가 들어온 후에 브릿팝 밴드들을 많이 추천해줬는데 '도시만의 노래'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의도와 무관하게 '러브 미 모어'가 대표곡으로 자리잡아 가는 상황. 이외에 특별히 자랑하고 싶은 곡은 없을까. 인터뷰를 마치기 전 두 멤버에게 새 앨범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최종혁은 "애정은 모든 트랙에 있다"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조금'을 좋아한다"라고 답했다. 전지혜는 '조금'과 함께 '너에게'를 꼽았다.


daeryeong@sportsseoul.com


사진ㅣ이릴레반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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