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감독, 항의중 [포토]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두산전 8회 정수빈의 몸에 맞는 공 상황에서 양상문 감독이 항의하고 있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사직=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모든 선수가 제자이고 후배, 야구인이다. 다른 무엇보다 정수빈이 빨리 부상 털고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달 3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NC전을 3시간여 앞두고 이틀 전 잠실에서 불거진 양상문 롯데, 김태형 두산 감독의 설전에 따른 벤치클리어링과 관련해 KBO 상벌위원회 결과가 발표됐다. KBO는 당시 상대 선수단에 욕설 등 폭언을 한 김 감독에게 리그규정 벌칙내규에 의거해 2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고 이에 설전을 펼친 양 감독에게는 엄중 경고 조치했다.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한참 바라보던 양 감독은 징계 소식을 들은 뒤 타석 쪽으로 이동, 홍보팀장 등 구단 관계자와 만나 여러 얘기를 나눴다. 대화 중 격정을 토로하듯 팔 동작을 크게하기도 했다. 롯데 관계자는 앞서 “워낙 사건이 크게 조명이 돼서 양 감독께서도 스트레스가 컸다. 계속 화를 참지 못하는 분위기였는데…”라며 사태 이후 분위기를 전했다.

양 감독은 마침내 취재진 앞에서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느냐”며 “처벌은 달게 받는다. 좋지 않은 일이 이슈가 돼 부끄럽다”고 말했다. 사구 장면에서 구승민의 빈볼 의혹이 발생했고 이후 김 감독의 욕설까지 벤치 클리어링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발생했지만 양 감독은 딱 잘라 말했다. 그는 “다른 무엇보다 (사구에 부상을 입은)정수빈이 빨리 회복해야 한다”며 “다 제자이고 후배, 야구인데 부상을 털고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수빈은 당시 구승민의 148㎞ 직구를 맞은 뒤 갈비뼈 골절 부상을 입었다. 폐에 피가 고이는 부상으로 6주 이상 결장이 불가피하다. 롯데 관계자는 “구승민도 당연히 논란 이후 너무나 힘들어하고 있어서 코치진이 우려를 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부상 당한 수빈이가 빨리 회복하기를 진정으로 바라지만 승민이도 자기 몫을 다시 해야하지 않겠느냐”며 “너무 부담갖지 말고 할 것을 하라고 주문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빈볼은 정말 1%도 없었다. 오해다. 본인 생각에 점수 더 안주려고 강하게 던지다가 제구가 안 된 것인데…”라며 “본인도 그렇고 나도 하늘을 우러러 맹세한다”고 강조했다.

양 감독은 당시 심판진에게 어필하는 등 평소와 달리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김 감독은 사태 이후 전화로 사과의 뜻을 전하려 했는데 양 감독과 통화가 닿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양 감독은 “(이제)없던 일로 해야지”라며 “지금 연락하고 안 하고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대전 한화 원정을 앞두고 “어떠한 경우든 욕을 해서는 안 됐다”며 욕설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그는 “선수를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먼저 흥분했다. 문제가 있으면 심판에게 먼저 항의하는 등 규칙에 따라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이유를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다. 양 감독님은 감독으로서 할 일을 한 것이고, 나도 감독으로서 맞섰다. 다만 과정이 잘못됐고 그 과정에서 내가 흥분했다”고 말했다.

두 감독 모두 상벌위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였지만 선수들이 아닌 감독들의 감정 충돌로 인한 벤치클리어링은 유례 없는 일이라 단번에 상처를 지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