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다저스타디움=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야구는 매우 독특한 종목이다. 경기의 직접 참여자가 아닌 감독이 유니폼을 입고 선수가 홈을 밟아야 득점을 올리는 것 등은 다른 종목에 없다. 신사복을 차려 입는 농구의 경우 감독의 넥타이 선호와 패션 감각이 종종 화제에 오르기도 한다.

경기 감각도 다른 종목과 다르다. 장기간 부상자에 오른 선수에게 재활경기를 치르게 하는 것은 야구 뿐이다. 축구와 농구에 복귀를 준비하는 선수의 하위 단계 리그에서의 재활경기는 없다. 야구는 경기 감각이 중요하다. 투수나 타자에게 오랜 공백은 스트라이크존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정규시즌 1위 팀 감독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가장 고민하는 게 경기 감각이다. 1차전이 중요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3루수 강정호는 불미스러운 일로 올해 2년 만에 메이저리그 무대에 복귀했다. 지난해 겨울부터 플로리다의 브랜든턴에서 절치부심 칼을 갈았다. 시범경기에서 무서운 장타력을 과시했다. 무려 7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닐 힌팅턴 단장은 시범경기 3분의 2 정도를 소화하자 강정호를 주전 3루수로 낙점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2년의 공백을 너끈히 메웠다.

그러나 정작 정규시즌에 돌입하자 강정호의 2년 공백은 기록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시범경기에서도 콘택트의 문제는 있었다. 파워는 메이저리거로서 손색이 없었다. 11안타 가운데 홈런 7개, 2루타 2개 등으로 장타율이 0.773이었다. 그러나 타율은 0.250이었다. 시범경기 후반에 안타를 생산해 타율이 올랐다. 중반까지 안타는 곧 홈런이었다.

26경기를 치른 현재 그의 타율은 1할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홈런은 4개로 팀내 최다 조시 벨(6개)에 이어 2위다. 지난 7일(한국 시간)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1할대로 추락한 뒤 18경기를 출장하고도 2할대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강정호 야구 인생에 이처럼 오랫동안 1할대 슬럼프에 머무는 것은 2009년 KBO리그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피츠버그는 29일 LA 다저스에 7-6으로 역전패당해 8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강정호는 이날도 5번 중심타선에 기용됐다. 그러나 삼진 1개를 포함해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타율 0.160. 8회 구원 훌리오 유리아스의 체인지업을 제외하고 선발 리치 힐과의 3타석 대결에서 모두 직구를 노렸다. 구속은 144~147㎞였다.

이번 다저스와의 3연전은 타격감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저스는 3연전에 류현진-클레이턴 커쇼-리치 힐 등 3명의 좌완을 잇달아 투입했다. 직구의 구속도 3명의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안타는 친구 류현진에게 뽑은 좌전안타가 유일했다. 다저스 3연전 동안 11타수 1안타다.

경기 후 라커룸에서 만난 강정호는 “2년의 공백 때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타격 타이밍이 맞지 않고 있어 이를 맞추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정호가 2014년 피츠버그에 입단할 때 국내의 전문가들은 152㎞ 이상의 빠른 볼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이를 보란듯이 뛰어 넘었다. 본인의 말처럼 타격 타이밍이 문제다. 삼진이 팀내 최다인 28개다. 경기 당 1개 이상이지만 볼넷은 6개에 불과하다. 더구나 높은 직구에 헛스윙과 범타로 물러나고 있다. 타격 타이밍에 애를 먹을 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연패의 늪에 빠진 피츠버그 클린트 허들 감독이 강정호를 좌완 상대에 중심타순으로 배치하는 이유도 타격 타이밍을 곧 극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정호는 “좌완을 상대로 중심타순에 기용하는데 헤매고 있어 팀에 미안할 뿐이다. 내가 적시타를 치지 못하면서 팀도 연패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2년 만에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강정호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 됐다. 미니 슬럼프로 4월의 부진을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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