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규
차민규가 지난해 2월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 뒤 기록에 만족한 듯 환호하고 있다. 차민규는 은메달을 땄다. 강릉 | 최승섭기자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한국신기록이요? 세계신기록을 세워야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단거리 간판 차민규(26·의정부시청)는 최근 한국 빙속 역사에 큰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달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8~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파이널 남자 500m에서 34초03을 기록하며 한국신기록을 다시 쓴 것이다. 종전 기록은 2007년 11월 같은 장소에서 이강석(은퇴)이 세운 34초20이다. 무려 11년 4개월 만에 등장한 대기록의 주인공에게 빙상인들의 이목이 쏠린 것도 당연했다.

정작 차민규는 의외의 소감을 전했다. “나는 대회에서 한국신기록을 냈지만 외국 선수들은 세계신기록을 쏟아냈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언제나 외국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번에도 잘 타는 외국 선수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깨달았다. 동기 부여가 됐다”고 힘줘 말했다. 이미 차민규가 품고 있던 가슴 속 목표는 한국을 넘어 ‘세계신기록’이었던 셈이다. 현 세계기록은 러시아의 파벨 쿨리즈니코프의 33초61이다. 차민규와 같은 대회에서 세웠다. 고지대에 위치한 솔트레이크시티는 캐나다 캘거리와 함께 각종 기록의 산실로 불린다.

차민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탄생한 깜짝 스타였다. 생애 처음 출전한 남자 500m에서 34초42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이름을 알렸다. 금메달을 수확한 세계랭킹 1위 하버트 로렌첸(노르웨이)와는 불과 0.01초 차이였다. 차민규는 “사람들은 나를 두고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다는 뜻의 신조어)’라고 하더라. 하지만 난 대회 전부터 한 번 일을 낼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다. 반짝 활약에 그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매일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차민규
차민규가 지난해 2월20일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시상식 뒤 답례하고 있다. 차민규는 은메달을 땄다. 평창 | 박진업기자

최근 소속팀을 옮긴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의정부시청에는 지난해 3월 선수 생활을 마친 이강석이 코치로 있다. 이 코치는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역시 남자 500m 동메달을 따내 한국 빙속 사상 최초로 500m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모태범이 금메달 획득으로 바통을 넘겨받았고 차민규가 지난해 ‘메달 계보’를 이었다. 사실 이 코치의 현역 전성기에는 차민규가 쇼트트랙을 하고 있었기에 둘의 접점이 없었다. 차민규는 자신의 약점을 ‘스타트부터 100m까지 초반 구간’으로 꼽는다. 이 코치를 통해 이런 점을 보완하길 기대하고 있다.

차민규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그의 시선은 이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향해 있다. 그는 “평창 이후 한국신기록을 깨고 세계선수권에서 순위권에 드는 게 목표였다. 이번엔 4등을 해서 둘 다 달성하진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뒤 “올림픽 전까지 2번의 대회가 남았다. 그 안에 내 기록을 더 깨뜨리고 베이징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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