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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한국 화장품 매장  제공 | 베한타임스

베트남의 한류(韓流) 열풍은 매우 구조적이며 탄탄하다.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가 좋다보니 한류는 베트남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게 전파되고 있다. 베트남은 1억명에 육박하는 인구와 7%대의 경제성장률을 앞세워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을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정체된 한국경제가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포츠서울이 4회에 걸쳐 베트남 한류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호치민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정진구]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화장품 ‘설화수’의 모델은 배우 송혜교다. 송혜교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효과로 베트남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호치민시 대형 백화점 내 설화수 매장에는 송혜교 전신 입간판이 서 있다. 베트남 젊은 여성들은 이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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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열린 한국 화장품 관련 행사에 베트남 여성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공 | 베한타임스
◇ 한류스타와 함께 뷰티시장도 들썩

베트남에서 K뷰티 인기는 한류 스타들의 인기와 맞물려있다. 베트남 젊은이들은 한류 열풍의 시작이었던 한국 스타 연예인들의 눈부신 외모를 동경한다. 그런 스타들이 광고하는 한국산 뷰티 제품에 대한 관심과 위상도 덩달아 높아졌다. 특히 광고에 나오는 한류 스타들의 백옥 같은 피부가 한국 화장품 효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도 한다. 베트남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하얀 피부에 대한 ‘로망’이 존재한다. 한국산 미백 크림이나 선크림, 마스크팩의 인기가 특히 높은 이유다.

지난해 10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 사회공헌단의 베트남 현지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베트남 젊은이 113명 중 무려 82%가 한국 화장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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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장품 브랜드가 베트남 현지에서 연 판촉전에 많은 베트남인들이 몰려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공 | 베한타임스
◇ ‘메이드인코리아’ 자체가 브랜드

베트남에서 한국산 화장품이 강세를 보이는 부문은 페이스 메이크업 분야다. 더페이스샵(THEFACESHOP), 3CE, 미샤(Missha), 뷰스킨(Beauskin), 라네즈(Laneige) 등의 한국 브랜드들이 미국과 유럽 브랜드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 이런 한국 브랜드 등은 베트남 소셜미디어에서도 자주 언급되고 있다. 스킨케어 부문에서도 한국산 제품의 인기가 높다. LG 비나코스메틱(LG Vina Cosmetics)은 유럽계 브랜드 유니레버(Unilever)와 더불어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 뷰티 업체들의 베트남 진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이들은 특별한 브랜드 없이도 ‘메이드인코리아(Made in Korea)’ 자체를 브랜드화 하며 베트남 시장 구석구석으로 파고들고 있다.

베트남의 셀러브리티를 활용해 현지화에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베트남의 모델 출신 인기가수 호응옥하는 지난해 한국의 중소업체와 손잡고 자신의 뷰티 브랜드인 M.O.I(Make Over Image)를 론칭했다. M.O.I의 모든 제품은 한국산으로 베트남 브랜드를 접목한 메이드인코리아 제품의 저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그밖에도 베트남의 K뷰티는 화장품을 넘어 헤어와 미용성형까지 그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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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한국 화장품 브랜드 단독 매장  출처 | 이니스프리 홈페이지
◇ 중산층 증가, 변화하는 뷰티 시장

베트남은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중산층 비율이 늘고 있다. K뷰티에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근래들어 미국과 유럽의 명품 뷰티 브랜드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고민 없이 프리미엄 제품을 사 쓰는 베트남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일본산 화장품들도 명품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슈에무라(Shu uemura), 자(ZA), 시세이도(Shiseido) 등 일본 브랜드도 베트남에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내추럴한 메이크업 트렌드와 품질, 제품의 안정성 등에서 베트남 소비자들의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약진은 한국 뷰티 제품들이 더이상 ‘메이드인코리아’에만 안주하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품과 저가제품 사이의 어중간한 포지셔닝으로는 향후 베트남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4세의 베트남 여성 후잉티탕짜는 “한국 화장품은 비싼 편이지만 유럽이나 일본의 명품과 동급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싸고 품질 좋은 제품만 선호하던 과거의 베트남 젊은이들이 아니다. 서구식 생활습관과 소셜미디어 활동, 그리고 해외여행에 익숙한 베트남 신세대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K뷰티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베한타임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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