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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히트 노런을 달성한 삼성 덱 맥과이어. 사진제공 | 삼성라이온즈

[대전=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이런 극적인 반전이 또 있을까. KBO리그 입성 후 연이은 부진으로 걱정을 샀던 삼성 외국인 투수 덱 맥과이어(30)가 노히트 노런 대기록을 작성하며 인생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맥과이어는 21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무피안타 13탈삼진 무실점으로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총 128구를 던지는 동안 한화 타선을 꽁꽁 묶으면서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고, 약점으로 꼽혔던 볼넷도 단 1개만 내줬다. 볼넷 1개와 몸에 맞는 공 1개, 1회말 수비 때 1루수 다린 러프의 실책으로 인해 출루를 허용한 것만 빼면 흠잡을 데 없는 무결점 피칭을 보여줬다. 삼성 타선도 한화 선발 투수 워윅 서폴드를 초반부터 무너뜨리며 맥과이어에게 무려 16점의 득점 지원을 해줬다. 타선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된 맥과이어도 지치지 않는 스태미너를 발휘해 자신의 야구 인생에 있어 손꼽을 만한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맥과이어가 한화의 마지막 타자 최진행을 삼진으로 잡아내고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채우자 포수 강민호를 비롯한 더그아웃에 있던 삼성 선수들은 일제히 물병을 들고 마운드로 뛰쳐나와 맥과이어에게 물세례를 퍼부으며 대기록 달성의 기쁨을 함께했다.

이날 맥과이어의 역투에는 이전 등판 경기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강점이 모두 살아 있었다. 최고 구속 150㎞에 달하는 묵직한 직구는 한화 타선을 압도했다. 무엇보다 이전 경기에서 잡히지 않았던 제구가 완벽하게 잡히면서 직구의 위력이 배가됐다. 빠른 공의 위력이 살아나니 변화구도 효과를 발휘했다. 특히 맥과이어가 결정구로 활용한 슬라이더는 예리한 송곳처럼 스트라이크존 곳곳을 찌르며 한화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이날 맥과이어는 직구(55개)보다 변화구(73개)를 더 많이 던졌다. 최대 35㎞나 차이가 나는 맥과이어의 변화무쌍한 피칭에 한화 타선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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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맥과이어가 노히트 노런을 달성한 뒤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라이온즈

이날 경기 전까지 맥과이어는 삼성의 ‘미운오리새끼’였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총액 최대 95만 달러에 맥과이어를 영입할 때 품었던 삼성의 기대는 경기를 치를수록 무너져내렸다. 이전 5경기에서 6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가 단 1경기(4월 10일 LG전)일 정도로 이닝 이터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제구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볼넷을 남발했다. 호투를 이어간 저스틴 헤일리와 대비되면서 퇴출 목소리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그나마 가장 최근 경기인 16일 포항 키움전에서 5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는데 곧바로 다음 등판 경기에서 노히트 노런을 달성하며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이날 맥과이어의 노히트 노런은 KBO리그 역대 14번째 대기록이다. 가장 최근 노히트 노런의 주인공인 마이클 보우덴(두산·2016년 6월 30일 잠실 NC전) 이후 3년 만에 나온 값진 기록이다. 외국인 투수로는 NC에서 뛰었던 찰리 쉬렉(2014년 6월 24일 잠실 LG전)과 두산에서 뛴 유네스키 마야(2015년 4월 9일 잠실 넥센전), 보우덴에 이은 4번째다. 새로 쓴 기록도 있다. 맥과이어의 13탈삼진은 역대 노히트 노런 주인공 중 가장 많은 수치다. 두 자릿 수 탈심진을 기록한 것도 역대 최초다. 삼성 구단 역사상으로는 지난 1990년 8월 8일 사직 롯데전에서 이태일이 노히트 노런을 달성한 이래 2번째 기록이다.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맥과이어도 경기 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연신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얼떨떨하고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곧바로 냉정을 되찾았다. 이날 호투가 앞으로의 투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냐는 취재진의 말에 “휴식일까지 이틀만 즐기고 그 다음부터는 해오던대로 경기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과이어의 대기록과 폭발한 타선의 힘이 향후 삼성의 반등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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