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무언가 시도하다가 실패하면 저를 보고 기운 내셨으면 좋겠어요. '저렇게 여러 번 망한 애도 있는데 나 정도면 괜찮지'라고요."(웃음)


아이돌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비운의 운명을 맛봤고, 다시 모델 일에 뛰어들었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유튜버 모쨩월드(서모니카·28)의 이야기입니다.


모쨩월드는 우연한 기회로 20세 때 아이돌 연습생이 되면서 연예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손에 잡히지 않았고, 활동 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탈퇴를 선택했습니다. "너같이 소심한 애가 무슨 아이돌이야?"라는 주변인들의 반응에 대적하며 버텼지만 그저 과거가 된 거죠. 그 후 프리랜서 모델로 전향했지만 이름을 알리는 건 요원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모델 활동을 이어가며 유튜버에 도전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아이돌 세계 이야기를 비롯해 '사랑받는 후배 되는 꿀팁', '살면서 걸러야 하는 친구 리스트', '명절 잔소리 완벽 방어법' 등 청춘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주제들에 대해 포장 없이 생각을 전합니다. 조곤조곤한 말투와 강약을 지휘하는 화법으로 구독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죠.


모쨩월드는 애초부터 수익을 위해 채널을 개설한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쳇바퀴 같은 일상을 탈피하고자 시작했고 자신의 이야기가 남에게 힘이나 재미를 주는데 성공했다면, 그 자체가 유튜버를 하는 이유이자 소임이라고 했습니다. 소신대로 묵묵히 걸어가서였을까요. 콘텐츠 '아이돌 출신이 밝히는 아이돌 서열, 왕따 문제'는 39만 뷰를 기록,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실패는 그에게 두려운 장애물이 아닌, 삶을 같이 걸어도 썩 나쁘지 않은 동행자였습니다. 모쨩월드는 "앞으로도 어떤 경험에서든 실패는 나올 수 있는 것이고, 이걸 구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밝게 말했습니다.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눈빛은 초연했습니다. 아직은 유튜버계 신인이지만 꾸준히 성장 중인 모쨩월드를 서울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아이돌 데뷔는 어떻게 이뤄졌던 건지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20세 때 대학교를 다니다가 기회를 얻었어요. 친구가 같이 오디션을 보자고 제안하더라고요. 저만 합격됐고 데뷔조에 합류하게 됐어요. 마침 휴학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반대하셔서 명분을 찾고 있던 때라, 가수 준비 핑계로 휴학도 하게 됐어요. 그땐 이거 괜찮다 싶더라고요.(웃음) 그렇게 평범한 학생에서 갑작스럽게 아이돌 생활을 하게 됐어요. 열심히 준비했지만 주목받기 힘들었고 탈퇴를 선택했어요.


Q. 원래 꿈도 연예인이었나요?


회사원이었어요. 대학교 잘 졸업해서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보여지고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아이돌하고 맞지 않았다고 봐요. 전공도 언론정보학과예요. 우연한 기회로 인생이 뒤바뀐 것 같아요. 가수한다고 했을 때 집에서는 난리가 났었죠. 부모님이 호적을 판다고 하셨어요.(웃음) 이미 숙소로 짐도 옮겼다고 알리니까, 어머니가 놀라서 주소 대라고 찾아가겠다고 하셨죠.


Q. '모쨩월드'는 어떤 채널인가요?


제가 구독자분들이 궁금해하실만한 주제를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하면서 소통하는 채널이에요. 아무래도 아이돌 활동을 했으니 비하인드 스토리를 포함해서 제 일상 이야기도 올리고요. 수익에 얽매이지 않는 편이라 그런지 편하게 올리고 있어요.


사실 제 채널은 거창하지 않아요. 유튜버는 어디까지나 본업이 아닌 취미생활이라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이걸로 돈을 벌려고 하다 보면, 욕심이 나서 선을 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활동명 '모쨩월드'의 뜻이 궁금해요.


제 본명이 서모니카이고 추성훈 선수 딸 추사랑의 애칭 '사랑짱'을 합쳐서 만든 거예요. 이름을 보고 친일파가 아니냐고 묻는 분도 있는데, 절대 아니에요. 독도는 한국 땅입니다.(웃음) 귀엽고 재미있고 싶어 만들었어요.


Q. 스스로 표현하길 "아이돌도, 모델도 다 잘 안됐다. '난 잘 되는 게 없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유튜버에 도전한 이유는 뭔가요?


삶에 권태를 느꼈어요. 매일 똑같은 일만 하니까 재미가 없었죠.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새롭게 느껴지지가 않았어요. 지루한 일상에 특별한 걸 찾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수익 수단으로 생각하기 보다 삶에 변화를 주고자 하게 됐어요.


Q. 일이 잘 안 풀렸을 때 생활고는 없었는지요.


아이돌을 한다고 했을 때 집에서 지원을 다 끊었어요. 집을 나온 꼴이 돼 용돈을 안 주셨죠. 취미로 일렉 베이스를 쳤는데 이걸 팔아서 생활비로 썼어요. 이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근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연습생되고 두 달 후부터는 다시 용돈을 주셨어요. 아이돌을 그만둔 후에는 모델 활동을 해서 금전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어요.


Q.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스스로가 생각하는 매력이요.


저는 제 입으로 이거 해도 안됐고, 저거 해도 잘 안됐다고 말하는데 거기에 공감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다른 유튜버들은 완벽한 분도 많잖아요. 무언가 특출나게 잘하거나, 편집까지 완벽하다던가요. 보통은 조명도 4~5개 쓰시는데 저는 1개만 쓰고 편집도 독학으로 혼자 해요. 높은 퀄리티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서로 얘기만 통하면 됐지. 장비나 편집은 수단이지"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Q. 콘텐츠를 보면 사람들이 궁금해 할만한 주제들만 꼽더군요.


대부분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나오는 것들이에요. 이야기하다가 괜찮은 주제 같다고 생각되면 핸드폰에 적어놔요. 친구들이 "이거 해봐"라면서 먼저 주제를 던져주기도 하고요.



Q. "포기하려 했는데 덕분에 힘을 받았다"는 댓글이 많던데, 어떤 느낌을 받나요?


유튜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구독자분들과 저는 서로 만난 적이 없고, 얼굴도 모르는 분이 저로 인해 힘을 얻었다고 하시는 거 보면 "이런 게 유튜버의 좋은 면이구나", "내 소임을 다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속되면 좋은 세상이 될 수 있겠다 싶어요. 조회수가 폭발하는 것보다 이런 피드백을 받는 게 더 뿌듯하죠.


Q. 콘텐츠에 시간을 쏟지 않을 때 모쨩월드의 일상은 어떤가요?


모델 활동을 해요. 촬영이 없으면 그냥 민낯에 추리링을 입고 다녀요. 통 넓은 바지나 다 늘어진 티도 자주 입어서 친구들이 "제발 그 옷 안 입으면 안 되냐"고 물어요. 먹는 것도 좋아하는 보통의 20대입니다. 어제도 양고기 먹었고 오늘도 인터뷰 끝나면 라면 먹으러 갈 거예요.(웃음)


Q. 말투가 조곤조곤하고 발음이 좋아 듣기 편하다는 반응이 많아요.


사실 친구들은 평소 제 발음이 어눌하다고 했는데, 유튜브하면서 발음이 좋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좀 더 또박또박 말하려고 해서 잘 들리시는 것 같아요. 표현은 유행어나 신조어 안 쓰려고 하고 있고요. 평소에도 목소리 크지 않게 조용하게 말하는 편이에요. 노잼이에요.(웃음)


Q. 유튜브 시작 후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나요?


최근 길 가다가 "모쨩님"이라고 절 부르는 분이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얼마 전엔 연남동 한 식당에서 저를 알아보시고 SNS로 메시지를 보내셨더라고요. 그 식당에 있는 것 맞냐면서요. 또 함께 작업했던 포토그래퍼 분들이 제 사진을 SNS에 올리면, 저를 알아본다는 댓글이 달린다고 하더라고요. 지인들 주변에 저를 알아보는 분이 있다는 얘기를 듣기도 해요. 너무 신기해요.


Q. 구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제가 이런 말을 하는 날이 오다니. 하하. 여러분 거창한 일 안 하셔도 되니, 본인이 즐겁다고 느끼는 일 하면서 사시길 바라요. 다양하게 시도해보시고 맞는 일 찾아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앞으로도 이것저것 도전해서 잘 안되는 모습을 보여드릴 거예요.(웃음) 저를 보시고 공감하고 힘내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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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이게은 기자 eun5468@sportsseoul.com. '모쨩월드' 유튜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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