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8회초 무사 만루위기 몰린 KIA 김윤동
KIA 마무리 김윤동.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사직=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가 9회초에만 8점을 뽑아 뒤집은 경기를 지키지 못했다. 불펜진 전체에 각성이 필요해 보인다.

KIA는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롯데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9회초에만 10명의 타자가 홈런 두 개를 포함해 7안타 볼넷 2개를 묶어 8점을 뽑아냈다. 1-4로 뒤진 9회초 1사 후 대타로 나선 나지완이 롯데 마무리 손승락의 포심 패스트볼(145㎞)을 걷어 올려 중월 솔로 아치를 그려낸 게 신호탄이 됐다. 나지완은 이 홈런으로 역대 28번째로 200홈런 고지를 밟은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잠잠하던 더그아웃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시작한 KIA는 류승현의 볼넷과 대타로 나선 이범호의 좌전안타, 박찬호의 우전안타로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최원준이 1루수 오윤석의 키를 살짝 넘어가는 행운의 우익선상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롯데 손승락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마운드를 내려갔고, 구원등판한 진명호가 이명기를 볼넷으로 내보내 다시 누를 꽉 채웠다. 이날 1군에 등록해 교체 출전한 김선빈이 우전 적시타로 역전하자 최형우가 박근홍의 슬라이더(129㎞)를 걷어 올려 그랜드슬램을 폭발했다. 순식간에 9-4로 점수차를 벌려 승기를 잡았다. 최형우의 만루포는 지난해 9월 19일 대구 삼성전 이후 211일 만에 터진 자신의 6번째 그랜드슬램이다. 시즌 8번째 통산 866호 만루포다.

[포토] KIA 하준영,
KIA 하준영.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쉽게 끝날 것 같던 경기는 9회말 선두타자 전준우가 우전안타를 때려낸 뒤 묘하게 흘렀다. 9회초 공격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8회말 1사 후 마운드에 오른 이민우의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가능성을 간과한 게 화근이 됐다. 불펜투수는 짧은 이닝을 전력투구하기 때문에 공격시간이 길어지거나 비디오판독으로 흐름이 끊어지는 등 미묘한 변화로 리듬을 잃을 수 있다. KIA 벤치의 안일함이 화를 키운 셈이다.

카를로스 아수아헤가 우전 안타를 쳤는데, KIA 우익수 이명기가 타구를 뒤로 빠뜨렸다. 이명기는 이전에도 조명탑에 타구가 들어갔는지 낙구점을 찾지 못하고 해매는 모습을 보였다. 전준우가 홈을 밟았고 무사 3루가 됐다. 크게 흔들린 이민우는 손아섭에게 볼넷을 내주고 김윤동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 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어깨 통증을 안고 있는 김윤동은 전혀 제구를 잡지 못했다. 정훈과 오윤석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고 3점 차로 쫓겼고, 한동희를 투수 땅볼로 유도해 3루 주자를 잡아내고도 포수 한승택이 볼을 떨어뜨려 더블플레이를 완성하지 못했다. 흐름을 끊어야 할 때 끊지 못해 불씨가 남았다. 김윤동은 나경민을 상대로 3볼에서 스트라이크 한 개를 꽂아 넣은 뒤 어깨를 감싸고 주저앉았다. 회전근에 염증이 있는데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구단 관계자는 “얼음찜질로 통증을 가라 앉히고 있다. 광주로 이동해 정밀검진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토] KIA 이민우,
KIA 이민우.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급히 마운드에 오른 하준영이 나경민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2점 차로 추격 당했고, 김준태 마저 볼넷을 내줘 9-8까지 쫓겼다. 대타로 나선 허일이 전진수비하던 KIA 우익수 이명기 앞으로 짧은 안타를 때려 동점이 됐다. 이명기의 스타트가 반박자만 빨랐어도 잡아낼 수 있는 타구였는데, 수비에 자신감이 없는 표정이었다.

문경찬이 마운드를 이어 받았고, 전준우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경기를 끝냈다. 전진수비를 하던 이명기가 뒷걸음질 치다 포구하는 바람에 송구 밸런스가 이뤄지지 않아 나경민이 비교적 여유있게 홈에 세이프 됐다. KIA는 사직 3연전 모두 역전패 해 최악의 팀 분위기로 홈으로 돌아간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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