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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골프 황제’가 드디어 재기에 성공했다. 명인들의 골프 열전으로 유명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에서 생애 첫 역전 우승 드라마를 썼다.
타이거 우즈(44·미국)가 통산 5번째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즈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자아주 오거스타에 위치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GA투어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우즈가 마스터스를 제패한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다섯 번째이고,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최다 우승(6회)에 1승 차로 다가섰다. 이날 우승으로 통산 81승을 따내 샘 스니드가 갖고 있는 PGA투어 개인 최다 우승 82회에도 1승 차로 따라 붙었다. 2008년 US 오픈 우승 이후 11년 만에 메이저대회 15승 째를 수확했다. 니클라우스가 가진 메이저 최다승(18승) 경신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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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같은 우승이었다. 최종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까지 선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7·이탈리아)에 2타 차 뒤진 공동 2위였다. 몰리나리는 최종라운드에서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의 빗장수비처럼 견고한 샷을 했다. 결코 무리하는 법 없이 모든 홀에서 파 세이브를 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7번홀(파4)에서 보기 하나를 적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반면 우즈는 전반에 버디 3개를 낚으면서도 보기 3개를 범해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따낸 14승 중 역전승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게 발목을 잡는 듯 했다.
승부는 ‘아멘코스’로 접어든 12번홀(파3)에서 기울기 시작했다. 몰리나리의 티 샷이 워터 헤저드에 빠졌다. 선두가 순식간에 2타를 잃자 ‘황제’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공동 선두로 15번홀(파5) 티잉 그라운드에 오른 우즈는 티 샷을 페어웨이에 가볍게 떨어뜨렸다. 반면 몰리나리는 티 샷이 살짝 밀려 페어웨이 우측으로 벗어나 정상적인 세컨드 샷 공략이 어려웠다. 우즈는 227야드를 남긴 지점에서 세컨드 샷을 해 볼을 그린에 올린 뒤 ‘안전하게’ 버디를 잡아냈다. 몰리나리의 세 번째 샷이 또 물에 빠져 승부가 갈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기세를 올린 우즈는 16번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18번홀(파4)을 보기로 마무리했지만 그린재킷의 주인공은 바뀌지 않았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역전 우승이라 호랑이 특유의 포효가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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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 조 라카바와 격한 포옹을 나눈 우즈는 22년 전 첫 우승 때처럼 그린 옆에서 기다리던 어머니 쿨디다를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딸 샘, 아들 찰리도 할머니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가 아버지 우즈에게 안겼다.
우승상금 207만달러를 추가한 그는 마스터스에서만 총 950만달러를 벌어 필 미컬슨을 제치고 마스터스 통산 상금 1위로 올라섰다. 생애 상금도 1억 1791만달러로 통산 상금 1위 자리도 유지했다. 또 마스터스 역대 7번째로 40대에 우승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43세 3개월 13일인 우즈는 니클라우스가 1986년 기록한 46세 2개월 23일의 최고령 우승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최고령 챔피언으로 남았다.
한편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마스터스에 참가한 김시우는 최종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5언더파 283타 공동 21위로 대회를 마쳤다. 2017년 컷 탈락의 아픔을 시작으로 지난해 공동 24위에 올랐던 개인 최고 성적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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