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트로피에 입맞추는 조정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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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손흥민이 토트넘 스타디움에서 첫 골 넣은 것처럼 역사에 이름 남긴 것 같다.”

종일 초조한 얼굴을 감출 수 없었던 조정민(25·문영그룹)은 ‘초대 여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면서는 환하게 웃었다. 평소 축구를 즐겨본다는 그는 최근 새롭게 지어진 홈구장의 역사적인 첫 골을 쏘아 올린 손흥민(토트넘)에 빗대 영광의 순간을 만끽했다.

조정민은 14일 울산 울주군 보라 컨트리클럽(파72·6674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신설 대회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파72·6674야드)’ 최종 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적어냈다. 그는 최종 합계 7언더파 209타로 이승현, 김보아(이상 6언더파)를 1타 차이로 제치고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지난해 6월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이후 10개월 만에 개인 통산 4승째를 달성한 조정민은 우승 상금 1억 6000만 원을 더해 시즌 상금 2억3803만 원으로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지킨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1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한 뒤 2번 홀(파4)에서 버디로 만회했지만 후반 홀 위기에 몰렸다. 비바람이 몰아친 가운데 11번 홀(파4) 보기에 이어 12번 홀(파5)에서는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면서 더블 보기를 범했다. 그 사이 공동 3위로 출발한 김보아가 전반 버디 2개를 잡고 후반 15번 홀에서 이글까지 잡으면서 한때 3차 타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조정민의 뒷심이 매서웠다. 15~16번 홀 연속 버디를 잡았다. 앞선 조의 김보아는 16번 홀(파4) 보기에 이어 18번 홀(파4)에서 1m짜리 파 퍼트를 놓치면서 조정민, 이승현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결국 웃은 건 조정민이다. 18번 홀에서 같은 조 이승현이 파에 머물렀지만 깔끔하게 버디를 잡아내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전날에도 조정민은 15~17번 홀 3연속 버디를 잡았다. 이틀 연속 남다른 뒷심으로 챔피언다운 저력을 뽐냈다.

캐디와 함께 우승 트로피 들고 포즈 취하는 조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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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축하 물세례받는 조정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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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후반 보기, 더블보기가 나오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런데 캐디 오빠가 ‘I can do it’이라더라. 말도 크게 하라면서 에너지를 줬다”고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작년까지는 그저 열심히만 치자고 했는데 올해는 구체적인 (스코어) 수치를 잡고 경기를 한다. 막판 집중력이 강해지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정민은 시즌 초반 해외에서 열린 KLPGA 투어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동계전지훈련에서 멘탈 강화와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중점을 두고 땀을 흘렸다. 보란듯이 지난 주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오픈 준우승을 차지하더니 이번 대회에선 우승했다.

부모님에게 주급을 받는다고 고백했던 그는 “4월에 전 라운드 언더파를 치면 100만 원을 인센티브로 받기로 했는데 오늘 이븐파를 하는 바람에 실패한 게 아쉽다”고 웃었다. 치아 교정기를 빼는 등 외적으로도 달라진 것도 올 시즌 눈길을 끈다. 조정민은 “축구나 농구를 즐겨보는 데 손흥민 등을 보면 깔끔한 이미지가 있더라. 나도 저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스타일이 변화하면서)스스로 자신감도 얻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올해 가장 욕심나는 타이틀을 묻자 “60대 타수를 기록하면 상금 순위는 당연히 올라가 있지 않겠느냐. 60대 타수 선수가 흔치 않아서 그게 목표”라고 말했다.

전날까지 단독 2위를 한 박민지는 후반 13~14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연달아 범하면서 최종 라운드에서만 6오버파로 무너져 이븐파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다. 롯데렌터카 오픈 깜짝 우승 주인공인 조아연은 2라운드까지 하위권을 맴돌다가 이날 버디 7개(보기 1개)를 쓸어 담으며 2언더파 공동 5위로 올라섰다. ‘2000년생 동기’ 임희정은 롯데렌터카 대회 컷 탈락 충격을 딛고 5언더파 단독 4위를 차지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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