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꽃
고구마꽃  출처 | 픽사베이

[스포츠서울] 나는 고구마를 정말 좋아한다. 매일 아침을 고구마로 시작할 만큼 고구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고구마를 먹으면 소화가 잘되고 힘이 나는 것은 내 체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매년 텃밭에 고구마를 심는다. 이왕이면 내가 심고 키운 유기농고구마를 먹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도 텃밭에 고구마를 많이 심을 생각이다, 밤고구마에 호박고구마, 자색고구마까지 말이다,

신기하게도 고구마도 날씨를 알려준다. ‘고구마 꽃이 피면 천재(天災)가 일어난다’는 속담이 충청도 지방에 전해져 온다. 고구마는 아주 드물게 꽃이 피는데, 꽃이 핀 해는 어김없이 가뭄 등 천재가 일어났다고 한다. 왜 그럴까? 고구마는 우리나라와 같은 기후에서는 꽃 피기가 어렵다. 고구마는 낮 길이가 짧아야 꽃을 피우는 단일(短日)식물인데, 우리나라는 여름철의 낮이 길기 때문이다. 꽃은 피지 않아도 고구마는 잘 열린다. 그러나 품종을 개량할 때에는 꽃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구소에서는 하루 8시간 정도만 햇볕을 쬔 후 나머지 시간은 어두운 곳에 두어 꽃을 피운다고 한다.

고구마의 개화(開花) 특성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여름철과 같은 기후상태에서는 꽃을 피우기 힘들다. 따라서 고구마 꽃이 핀 해는 우리나라에 이상 기후가 일어나는 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기후 특성으로 보면 이러한 천재지변은 같은 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이 속담을 가볍게만 여길 것이 아니라 가뭄뿐만 아니다. 겨울철에 닥칠 폭설이나 이상 한파(寒波) 등의 천재에도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고구마는 1763년 조엄이 일본에 통신사로 가는 도중 대마도에서 종자를 가져왔다고 하는데, 재배하기 쉽고 영양분이 풍부해 널리 퍼졌다. 하지만 요즘은 상당량이 가축사료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고구마를 먹여 키운 돼지는 질 좋은 햄을 만드는데 최고라고 한다. 가난했던 시절, 고구마는 끼니를 이어주는 주식이었으며, 긴긴 겨울밤을 나는 맛난 간식이기도 했다. 화롯불의 고구마는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와 함께 구수하게 익어갔다. 마실 다닐 때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먹던 고구마를 썰어 말린 것(고향에서는 ‘절간(切干)고구마’라 불렀음)도 맛있었다. 절간고구마가 맛있는 이유는 말리는 중에 녹말이 효소의 작용으로 달게(糖化) 바뀌기 때문이다.

<케이웨더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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