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 70-70클럽
염기훈이 7일 강원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춘천=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호흡을 가다듬은 염기훈(36·수원 삼성)이 페널티박스 라인 인근에서 왼발 프리킥을 시도했고, 그의 발을 떠난 볼은 강원의 골문 구석으로 향했다. 낮고 빠르게 날아간 슛을 막기 위해 GK 김호준이 몸을 던졌지만 막아내는데는 역부족이었다.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염기훈(36·수원)이 자신의 전매특허인 왼발 프리킥 골로 ‘70(골)-70(도움) 클럽’에 가입했다.

염기훈은 7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원큐 2019 K리그1 6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출전해 1-0으로 앞선 경기 종료 직전 프리킥으로 쐐기골을 뽑아냈다. 이 득점으로 통산 70골-104도움을 기록한 염기훈은 이동국(전북·216골-75도움)에 이어 K리그에서는 두번째로 ‘70-70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70-70클럽에 가입했을 때 세리머니를 크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강원도 산불로 아픔을 겪고 계신 분들이 있어 자제를 했다. 그래도 원정와서 2-0 승리를 거뒀고 기록을 이른 시일 내에 달성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기록을 앞두고 흔히들 겪는 ‘아홉수’는 염기훈에게는 그리 길지 않았다. 그는 지난 4라운드 인천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통산 69골째를 기록했다. 5라운드 상주전에서는 공격포인트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이어진 6라운드 강원과의 원정경기에서 프리킥으로 70번째 득점을 완성했다. 통산 70번째 득점을 왼발 프리킥으로 작성해 의미가 더 컸다. ‘70-70클럽’ 가입을 앞두고 팬들도 염기훈이 이왕이면 프리킥 골로 대기록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염기훈은 “팬들이 SNS 메시지를 통해 프리킥으로 기록 달성을 했으면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셨다. 70번째 골은 페널티킥보다는 필드 골로 넣었으면 했다. 팬들과 내 생각이 일치해서 프리킥으로 70-70클럽을 달성했다. 모든 골이 다 좋지만 프리킥 골이 가장 기쁘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K리그 통산 최다 도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염기훈은 많은 득점을 뽑아내는 공격 자원은 아니다. 14년차 K리거인 그는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시즌이 단 한번도 없다.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시즌은 2011년의 9골이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페널티킥 전담키커로 나서면서 이전보다 득점 기회가 늘어났다. 올시즌 3골(1도움)을 기록한 염기훈은 K리그 최초의 80-80클럽 가입에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80-80클럽 가입은 꼭 해보고 싶다. 은퇴하기 전까지는 해보고 싶다. 페널티킥 2골이 있지만 프로생활을 한 14년 가운데 올시즌의 득점 페이스가 가장 빠른 편이다. 10골이 많은 숫자지만 좀 더 욕심을 부리면 달성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도전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dokun@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