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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은 바위같은 덩치에 여유있고 넉넉한 성격의 소유자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넌 조금만 하면 챔피언감이야!”, “신경 좀 써!” 로드FC 파이터 김재훈(29)이 주변에서 자주 듣는 소리다. 김재훈하면 이름보다는 ‘전직 야쿠자’라는 닉네임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 팬들에게 깊게 각인되어 있다. 181㎝, 155㎏의 압도적인 몸과 강렬한 시선은 상대방을 금세 기죽이고도 남는다. 하지만 파이터로서 그의 전적은 4전 4패다. 몸집에 걸맞지 않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성적이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도 여러번. 최근에는 배우 금광산에게 “빨리 시합하자”며 짜증(?)을 부린 것이 실검 1위에 올라 성적과 반비례한 그의 인기에 다시 한 번 관계자들이 놀라기도 했다. 야쿠자 등 파란만장 한 삶을 살아온 그의 인생 역정에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은 정문홍 로드FC 전 대표, ‘끝판왕’ 권아솔의 충고처럼 아직 만개하지 못한 ‘미완의 대기’에 대한 짙은 아쉬움이 그를 붙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재훈을 지난 4일 로드FC 청담동 압구정짐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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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이 로드FC 청담동 압구정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아솔은 김재훈이 가장 좋아하는 선배다. 좋아하는 이유는 ‘항상 따끔한 조언’을 많이 해주기 때문이라고.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체육관인데 정장 차림이다.

오늘은 훈련하는 날이 아니다. 인터뷰 때문에 왔다. 요즘 ‘쓰리잡’을 뛰고 있다. 파이터, 비서, 홍보이사로 일하고 있다. 인터뷰가 끝나면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

- 비서와 홍보이사는 어떻게 하게 됐나.

파이터로서 나를 눈여겨 봐주신 분이 제안해서 하게 됐다. 재밌게 일하고 있다. 부산에서 후배가 차린 회사 홍보이사로도 일하고 있다. 일본 관련 일들이 많아 맡게 됐다. 내가 일본어를 잘 한다.(웃음)

- 일본어는 얼마나 잘하나.

초등학교 때 검도를 배웠다. 영재소리를 들을 정도여서 고등학교 때 검도의 고향인 일본에 유학 갔다.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이다. 최근에 유투브에 격투기를 소재로 일본어 방송을 개설했다. 격투기 팬들이 재미있다며 난리다.(웃음)

- 검도 실력을 알고 싶다.

일본에서 몬도쿠(文德)라는 고등학교에 다녔다. 검도대회에서 우승을 한 적이 없었던 학교였다. 내가 다닐 때 전국대회에서 우승했다. 단체전이었지만 나의 활약이 컸다. 나 때문에 우승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검도 특기자로 대학에도 진학할 정도로 잘했다. 검도는 3단이다.

- 대학은.

세이와(世和) 대학교라는 곳에서 공부했다. 어렸을 때 꿈이 경찰이어서 법과 대학을 지원했다. 2년 만에 법대 과정을 모두 수료했다. 보기보다 머리가 좋다.(웃음) 하지만 경찰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몸에 문신이 많은 것이 결격사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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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산기개세의 위용이 느껴지는 김재훈의 압도적인 몸.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전직 야쿠자’라는 소리가 항상 따라 다닌다. 야쿠자 생활은 어떻게 하게 됐나.

유학을 하면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항상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고등학교 때 조그만 체격의 신사가 오더니 나한테 무거운 상품을 나르게 하는 주문을 계속시켰다. 그냥 장난이려니 생각했는데 다음 날 다시 와서 거금 100만 엔을 주더니 같이 일해보자고 하더라. 그 돈이면 당시 1600만원이나 되는 큰돈이었다. 생활고 때문에 덥석 받아드렸다.(웃음)

- 어떤 야쿠자였나.

야쿠자는 여러 조직이 있다. 손가락 안에 드는 파벌이었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 양해해 주기 바란다.

- 어떤 일을 했나.

보스의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나를 무척 아껴주셨다. 7년 동안 비서로 일했다. 싸움도 가끔 했다.(웃음)

- 야쿠자를 그만 둔 이유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그리고 암흑세계에서 영원히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대로 탈퇴를 할 수는 없었다. 일본에서 번 모든 재산을 처분하니까 5억 원 정도가 됐다. 보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면서 허락을 구했다. 돈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나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그랬다. 정말 목숨을 걸고 허락을 구했다. 며칠 후 보스가 ‘한국에서 꼭 성공하라’며 허락해줬다.

- 한국에 오자마자 격투기에 문을 두드렸는데.

일본에서 유일한 취미가 PC방에서 게임을 하거나 한국의 방송을 보는 것이었다. 로드FC 경기를 보면서 흥미를 느끼게 됐다. 한국에 가면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13년 대한해협을 건널 때 ‘딱’ 100만원이 있었다. 한국에 오자마자 로드FC 체육관에 등록했다.(웃음)

- ‘부산협객’ 박민우와의 대결로 유명해졌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후 로드FC와 케이블 방송 XTM이 기획한 ‘주먹이 운다’에 출연하게 됐다. 정말 박민우와 피터지게 싸웠다. ‘주먹이 운다’에서 보여준 경기 중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덕분에 인지도가 높아졌다. 신인이었지만 가능성이 있었는지 센트럴리그, 영건즈를 거치지 않고 바로 로드FC 메인카드에 이름을 올렸다.

- 프로 성적이 4전 4패다.

나도 반성하고 있는 부분이다. 쉽게 포기하는 성향이 있다. 공격하다가도 ‘이쯤하면 됐다’하고 공격을 멈추거나, 공격을 당할 때에도 ‘한 번 더 쳐봐라’하는 오기 때문에 더 많이 맞는다. 악착같은 근성,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그런데도 인기가 높다.

나한테 치명적인 매력이 있어서 팬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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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적인 성격의 김재훈. 아무리 일이 많아도 즐거우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 쾌남아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최근에 배우 금광산과의 설전이 화제가 됐다.

지난해 나하고 싸우고 싶다며 금광산씨가 먼저 도발했다. 다른 건 몰라도 많은 팬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답이 없다. 그래서 재촉하게 됐다.

- 재촉한 이유는.

나는 하루라도 빨리 싸우고 싶은데 답이 없어서 그렇다. 그리고 12월에 결혼한다. 12월 전후로는 결혼 준비 때문에 경기를 할 수가 없다. 되도록 빨리 경기를 마치고 결혼 준비에 전념하고 싶다.

- 금광산과의 경기를 예상한다면.

내가 아무리 4패를 기록했어도 프로선수다. 금광산씨가 축구선수 출신이라지만 당연히 내가 이긴다. 금광산씨가 TV에서 내가 지는 모습만 보고 깔본 것 같던데, 큰 코 다친다. 지난해 로드FC 052가 끝나고 대면식을 가졌다. 그때 금광산씨가 나를 보고 움찔하더라. 생각보다 덩치가 커서 ‘쫄더라’. 지금 155㎏이다. 금광산씨와 싸울 때는 130㎏으로 줄이려고 한다. 155㎏일 때 맞으면 큰일 난다.

- 항상 팬들의 관심이 크다.

감사하고 죄송할 뿐이다. 나는 4전 4패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파이터다. 나의 단점을 잘 안다. 조금만 있으면 가장도 된다. 정말 정신 차려서 열심히 훈련할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나에게 패배를 안겨준 선수들과 재시합을 하고 싶다. 모조리 KO로 이길 것이다. 조금 만 더 기다려 달라.

- 나에게 격투기란.

내 인생을 바꿔준 것이다. 고마운 존재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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