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KIA 김기훈, 프로 데뷔 첫 선발, 1회부터 삼자범퇴!
KIA 선발 김기훈이 28일 광주 한화전에서 1회 역투하고있다. 광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가 13년 만에 개막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한 고졸 신인의 역투에 미소 지었다. 제구에 물음표가 찍혔던 고졸(동성고) 신인 투수 김기훈(19)이 프로 선발 데뷔전에서 괴물로 진화할 가능성을 유감없이 뽐냈다.

김기훈은 2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한화와 정규시즌 홈경기에 선발등판했다. 프로데뷔 첫 선발이라 공식 훈련 시간인 오후 3시 30분에 그라운드로 나와 선배 야수들의 타격훈련을 도우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데뷔전이었던 지난 24일 광주 LG전에서 1.1이닝 동안 볼넷 4개를 내주는 등 제구에 물음표를 남겼지만 18타자를 상대하면서 볼넷은 단 한 개를 내줬다. 안타 3개를 맞고 2실점했지만 삼진 6개를 솎아내는 괴력을 뽐냈다. 선발 체질이라는 것을 증명해 로테이션 연착륙 가능성을 보였다. KIA에서 고졸 신인(2차 지명 포함)이 개막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것은 2006년 한기주(동성고) 이후 13년 만이다. 한기주가 2006년 4월 9일 대전 한화전에서 4이닝 6안타 5실점으로 쓴 맛을 본지 4736일 만에 고교 후배가 같은 팀을 상대로 설욕에 성공했다.

[포토] KIA 김기훈, 선발투수가...타격훈련 토스를?
KIA 김기훈이 28일 광주 한화전 선발 투수 출전을 앞두고 최형우 등 야수들의 타격 훈련을 위해 토스를 해주고있다. 광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최고구속은 147㎞까지 측정됐지만 힘보다 밸런스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경기전 KIA 김기태 감독은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그려서 비슷한 곳으로 던진다는 기분을 가져라. 투수는 많이 맞는 직업이고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 맞을 일이 훨씬 더 많다. 안타도 맞지 않았는데 1루를 내주면 억울하지 않은가. 많이 맞는다고 나무랄 사람은 없으니 자신있게 마운드에 서라”고 주문했다. 김기훈은 “고교 때에는 헛스윙이 나오던 공을 프로 선배님들은 커트하신다. 뒤에 있는 야수 선배님들을 믿고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경기전 타격훈련을 시작하던 야수들에게 직접 공을 토스하며 “잘 부탁 드립니다”라고 꾸벅 인사를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기훈이 올려준 공으로 타격훈련을 하던 최형우는 “걱정마라. 형들이 하나씩 쳐줄 것”이라고 약속했는데 1회말 호쾌한 3점 홈런으로 아기호랑이의 출발을 축하했다.

1회를 공 7개로 깔끔하게 틀어막은 김기훈은 3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었다. 2회초 1사 후 만난 김태균에게는 빠른 공 3개로 삼진을 잡아냈고 광주에서 홈런 3개를 때려낸 이성열에게도 145㎞짜리 포심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을 빼앗아냈다. 4회초 정근우와 김민하에게 연속 2루타를 맞고 한 점 빼앗긴 김기훈은 1사 3루에서 제라드 호잉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또 한 점을 내줬다. 그러나 5회초 최재훈과 하주석을 연속삼진으로 잡아낸 뒤 2사 1루에서 전매특허인 견제로 2루를 훔치려던 정은원을 돌려 보냈다. 김 감독은 “80~90개, 4~5실점까지는 경험을 쌓도록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는데 5회를 마쳤을 때 투구수가 89개라 고영창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고영창이 7회초 최재훈에게 동점 2타점 적시타를 맞아 김기훈의 첫 승은 날아갔다. 그는 “승리투수가 되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준비했던대로 내 공을 던진 것 같아 기분좋다. 시범경기와 지난 등판에서 지적됐던 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특히 완급조절에 신경을 썼는데, 잘 돼서 자신감까지 생겼다. 오늘 등판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음 경기에서도 내 공을 던지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포토] KIA 김기훈, 데뷔 첫 선발...첫 승도 보인다!
KIA 선발 김기훈이 28일 광주 한화전에서 4-2로 앞선 5회 이닝을 마친 뒤 덕아웃에 돌아와 하이파이브를 하고있다. 광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이날 김기훈의 역투는 2006년 4월 12일 잠실 LG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한화 류현진(현 LA다저스)의 기억을 소환하기 충분했다. 인천 동산고를 졸업하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도 프로 데뷔전을 앞두고 일찌감치 그라운드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타격훈련이 끝났을 때 볼을 주으러 나가다가 선배들에게 제지당하는 등 웃음을 자아내게 하더니 7.1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솎아내며 괴물의 탄생을 알렸다.

김기훈은 자신의 리듬대로 투구할 때와 달리 분위기가 산만하거나 상체 리듬이 빨라질 때 급격한 제구 난조에 빠지는 단점을 드러냈다. 경험을 쌓으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일정한 리듬을 찾는 방법을 터득하면 양현종이 가진 팀내 최고 좌완 계보를 이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승패를 떠나 KIA의 왼손 기근과 1차 지명 고졸신인 수난사를 동시에 떨칠 가능성을 드러냈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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