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애너하임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LA 다저스 류현진은 생애 처음 메이저리그 개막전 선발투수로 확정됐다. 류현진은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다저스 출입 기자들은 개막전 선발은 영광스러운 일이다며 그의 선발 등판에 큰 무게를 두고 있다. 개막전 선발은 다저스의 역사로 남는다.

류현진은 25일(한국 시간) 다른 선수보다 일찍 에인절스타디움에 도착해 김용일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루틴대로 훈련을 했다. 라커룸에서 만난 그에게 짧은 인터뷰를 요청하자 “아직 훈련이 끝나지 않았다으니 기다려 달라”며 웨이트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류현진은 다저스 투수로는 2001년 ‘코리안 특급’ 박찬호 이후 18년 만에 한국인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됐다. 박찬호는 2001년 다저스타디움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1-0 승리를 이끌었다. 7이닝 동안 5안타 2볼넷을 내주며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삼진도 7개나 솎아냈다. 박찬호의 호투는 시즌내내 이어졌고 메이저리그 최다 35경기에 선발등판했다. 234이닝을 던져 15승11패 방어율 3.50으로 프리에이전트(FA) 대박을 터뜨리는 발판을 마련했다. 다저스 투수로는 18년 만의 쾌거이지만 한국인으로는 17년 만의 개막전 선발이기도 하다. FA로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65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박찬호는 이듬해인 2002년까지 2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나섰다. 그러나 텍사스에서는 오클랜드 에이스 원정에서 머니볼의 주역 마크 멀더와 맞붙어 3-8 패전투수가 됐다. 5이닝 9안타 5삼진 6실점으로 부진했다.

류현진은 한국인의 개막전 선발 의미에 “별로 특별할 게 없다. 어떻게 보면 특별할 수도 있으나 시즌 162경기 가운데 한 경기일 뿐이고 첫 스타트를 잘 끊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했다. 다저스 출입기자들은 개막전 선발을 단순히 한 경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자 “미국 무대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그것 말고는 똑같다. 다른 선발투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내가 먼저 던지는 것일 뿐”이라고 덤덤해 했다.

류현진은 지난 23일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으로부터 개막전 선발 통보를 받은 뒤 미국 기자들과 인터뷰에서도 비슷하게 말했다. 다만 그는 “개막전에는 비행기가 스타디움 상공을 나는 게 KBO리그와 다르다”며 성대한 식전행사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메이저리그를 오랫동안 취재한 NHK 리포터 마가렛 나루미 기자는 이날 라커룸에서 “류현진의 개막전 선발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는 개막전 선발투수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평했다. 류현진의 반응은 어떻냐고 물으면서 “아시안 투수의 개막전 선발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며 일본 투수가 개막 선발로 나서는 것처럼 좋아했다.

사실 류현진이 개막전 선발투수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 것은 야구 문화의 차이 탓이다. KBO 리그 초창기 감독들은 개막전 선발에 1번 투수를 세우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에이스의 맞대결에서 패하면 2패라는 생각에 정면 승부를 피했다. 감독들에게 개막전도 단순히 한 경기일 뿐이었다. 메이저리그는 개막전 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 1차전도 늘 에이스끼리 힘과 힘의 대결이다.

메이저리그는 개막전은 지역에 약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평일 낮경기에 펼친다. 모두 매진이다. 국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어렵다. 팬들은 개막전을 위해 휴가를 얻어 가족들과 함께 관전한다. 개막전 후 다음날에는 전국구 팀이 아닌 구장은 텅텅 빈다. 개막전은 역사성이 부여되기 때문에 전 구장이 매진인 것이다.

류현진은 29일 개막전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에이스 잭 그레인키와 맞붙는다. 2016년 다저스에서 애리조나로 이적한 그레인키는 4년 동안 3차례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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