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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록밴드 ‘해리빅버튼’은 국내에선 보기 드물게 강렬한 하드록 사운드를 추구하는 팀이다. 앨범을 낼 때마다 평단의 호평을 받을 정도로 좋은 결과물을 낸다.

이팀의 리더이자 보컬리스트 겸 기타리스트인 이성수의 이력을 보면 여러모로 독특하다. 90년대 한국 최고의 메탈 밴드인 크래쉬의 기타리스트이기도 했던 그는 99년 영국으로 건너가 방송 그래픽 디자이너로 이력을 쌓았고, 2000년대 초반엔 국내로 돌아와 IT벤처기업 기획이사로도 활동했다.

그러나 음악을 하기 위해 2009년 무렵 일을 그만둔 뒤엔 오직 음악에만 몰두하고 있다. “음악을 시작한 뒤로 음악을 한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다. 나는 음악과 함께 살아간다. 앞으로도 음악인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현재 해리빅버튼은 러시아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국내에서 하드록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지금 시기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의 강한 음악을 하는 밴드들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 나는 재정관리를 잘 해와 경제적으로 큰 불편함은 없다. 앨범 제작에 큰 비용이 드는데 지원, 후원 등 여러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하드록이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국내엔 없지만. 음악은 장르를 넘어선다는 게 내 생각이다. 중요한건 장르가 아니다.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과 공연을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굳이 ‘하드록’의 프레임에 갇힐 생각은 없다.

-해리빅버튼의 노래를 모르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노래 3곡을 꼽아달라.

우선 1집 수록곡 ‘앵그리 페이스’를 추천한다. 해리빅버튼 초창기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2집 수록곡 ‘커피, 시가렛 앤 록앤롤’은 많은 분들이 즐기고 따라부를 수 있는 곡이다. 제목 안에 있는 세가지는 내가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세가지다. 강한 사운드에 익숙하지 않은 분에겐 2집에 수록된 ‘드리프터’를 추천하고 싶다.

-한국에서 ‘하드록’ 장르 그리고 밴드의 미래가 있다고 보나.

전세계적으로 록 음악 시장 자체가 협소해졌다. 지금은 메인이 아닌 서브장르다. 그러나 록이 꼭 메인 장르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서브 장르 속에서 하나의 음악 스타일을 지켜간다면 유지는 될 것이다. 사회엔 다양한 문화가 필요하지 않나. 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연주하는 사람이 있는한 미래가 밝진 않아도 분명 미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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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데.

2017년 인연이 닿아 첫 공연을 갔는데 관객 1000명이 왔다. 90년대 록스타들의 러시아 공연 영상들을 인상적으로 봤었는데 관객의 열정적인 호응에 깜짝 놀랐다. 수십명 정도는 해리빅버튼 노래의 가사를 외워와 떼창을 하더라. 충격이었다,

지난 2월엔 러시아 극동 투어를 다녀왔다. 지금까지 총 6차례 투어를 했고, 약 40회 가량 공연을 한 것 같다. 작은 클럽에서 공연해도 300~400명은 오더라. 최근 갔을 땐 현지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아이스하키 경기 직전 축하 공연을 했다. 러시아 전역에 노출되는 영상이었다. 우리를 많이 알릴 기회가 된 거 같다. 다음에 가게 되면 많은 분이 알아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러시아에서 ‘록 한류’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록밴드가 러시아에 진출하는 것은 K팝 한류와는 다른 흐름 같다. 러시아에서 활동하려면 현지 팬들에게 ‘우리 밴드’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현지인들을 보면 한국 밴드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록밴드’라서 좋아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러시아인들의 가슴속에 우상으로 남아있는 한국계 로커 빅토르 초이에 대해 러시아 사람들은 ‘한국계’라는 생각을 전혀 안하더라. 우리는 빅토르 초이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르니 친근하게 생각하지 않나. 러시아인들은 빅토르 초이를 그냥 러시아인으로 생각한다. 한국과 연관성을 생각하는 러시아인은 보지 못했다.

지금 러시아에서 해리빅버튼에 대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진 않다. 그러나 설 무대가 있고, 해리빅버튼의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어디든 갈 생각이다. 러시아에는 각별한 관계를 맺은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에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갖춰진 건 분명하다.

-향후 활동 계획은.

최근 첫 LP 바이닐 앨범이 나왔다. 2017년 5월 2집을 발표했는데, 시간이 꽤 됐기 때문에 지금은 새 앨범에 실을 신곡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함께 팀에서 연주하고 공연할 멤버들도 열심히 구하고 있다.

러시아 극동 투어에서 나를 도와 함께 연주해준 러시아 밴드 스타킬러즈가 오는 6월 한국에 오는데 콜라보 공연도 준비 중이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해리빅버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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