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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제공 | 대한축구협회

[파주=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세군다B에서 능력을 선보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관심을 모았던 만 18세 이강인을 축구대표팀에 발탁하기로 했다. 그의 기본 능력에 대해서도 좋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뜻도 내비쳤다. 특히 이강인, 그리고 그와 함께 발탁된 라리가 백승호의 소속팀 출전 상황과 포지션 등을 조목조목 따졌다.

벤투 감독은 11일 회견에서 “기본적인 능력이 되고 젊다. 여러차례 관찰했다”며 이강인과 백승호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이들의 발탁에 대해 심사숙고했음을 전했다. 하지만 마냥 칭찬만 했다고 보기도 그렇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과 백승호가)많이 출전했던 경기들은 소속팀 2군 경기다. 세군다B(3부) 대회에서 본인들 능력을 선보였다. 그 결과 대표팀에서 부르게 됐다”고 했다. 인터뷰 후반부엔 “소속팀 활약은 없지만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말도 했다.

이강인은 3부리그인 발렌시아 메스타야에선 단시일 내 주전을 꿰찬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페인 3부리그는 팀이 80개나 되고, 실력도 한국의 2부 혹은 내셔널리그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강인 백승호 이전에도 한국 선수 몇몇이 스페인 3부리그에서 뛰었다. 이강인은 발렌시아 1군에선 9경기 출전이 전부다. 이 중 라리가가 두 번,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가 한 번이다. 나머지 6경기가 스페인 국왕컵인데 4경기는 2~3부 팀과 대결이었다. 지난달 22일 유로파리그 셀틱전 후반 15분 출전 이후엔 명단에서 계속 제외되며 교체 투입 기회도 받지 못하고 있다. 백승호도 지로나 1군 경기를 5번 뛰고 지금은 다시 2군(3부)으로 내려갔다.

결국 벤투 감독은 이강인과 백승호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국가대표팀 적응까지 도울 생각 아래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의 최종 목표가 3년 8개월 뒤 카타르 월드컵 본선이란 점도 참고했다. 이강인이 잘 커나가면 21살이 되는 2022년엔 벤투호 핵심 전력이 될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두고 “기술적으로는 이미 아주 좋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자질은 흔쾌히 인정했다. 그는 백승호에 대해선 “발탁 배경은 이강인과 다르지 않다. 소속팀 1~2군 경기를 지켜봤다. 여러 포지션에서 뛰는 멀티 플레이어”라며 “불러 어떤 선수인지 확인하고 싶다. 물론 두 선수의 특징, 개성은 다르다”고 했다.

벤투호 선수들의 활동 무대가 전세계로 넓어졌다는 것도 눈에 띈다. 김민재와 나상호 황인범이 UAE 아시안컵 뒤 중국 베이징 궈안과 일본 FC도쿄로, 캐나다 밴쿠버 화이트캡스로 이적하면서 이번 27명의 엔트리 중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7명으로 26%로 급감했다. 반면 가까운 일본(6명) 중국(4명)을 비롯해 독일(3명) 스페인(2명) 잉글랜드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파, 중동 카타르에서 뛰는 선수, 여기에 북아메리카에 새 둥지를 튼 선수들까지 다양한 곳에서 선수들이 합류한다. 각국 리그의 특징을 잘 살리면 훌륭한 조합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시차와 기후가 각기 다른 곳에서 한국으로 오는 선수들이 얼마나 시차와 컨디션을 맞춰 A매치 임하게 될지는 벤투호의 새로운 숙제가 됐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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