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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달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로드FC 052에서 로드FC 5대 밴텀급 챔피언에 오른 김민우(25)의 말이다. 김민우는 4대 챔피언인 김수철이 타이틀을 반납한 지 1년여 만에 새로운 챔피언으로 탄생했다.
상대는 ‘타격왕’ 문제훈(35). 이미 혈전을 벌여 1승 1패를 나눠 가진 라이벌이었다. 김민우는 대회사로부터 6개월 전에 첫 번째 타이틀전 오퍼를 받았다. 하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두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상대 선수의 사정으로 연거푸 타이틀전이 성시되지 못했지만 김민우는 묵묵히 훈련에 몰두했다. 3번째 상대는 문제훈이었다. 서로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대결이었다. 언젠가는 만나야 하는 상대가 공교롭게도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났다.
김민우는 “두 차례 연기된 것이 되레 약이 되었다. 전에는 타격 위주의 선수로 평가받았다. 오퍼를 받은 선수들을 분석하면서 레슬링과 그래플링에 집중했다. 6개월 동안 다양한 기술을 체득했다. 팬들에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챔피언 벨트를 획득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휴식은커녕 훈련에 여념이 없는 김민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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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훈과의 대결이 쉽지 않았을 텐데.
준비를 엄청 많이 했다. 서로 잘 알고 있어서 신중했다. 6개월 동안 타격, 레슬링, 그래플링 등 많은 것을 배웠다. 쏟아 붓는다는 심정으로 대결에 임했다. 타격으로 선제공격을 했는데 스트레이트가 제대로 꽂혔다. 문제훈의 눈과 다리가 풀렸고, 코피도 흘렀다. 바로 클린칭을 시도하면서 중심을 무너뜨렸다. 그 이후에는 연습한 대로 했다. 사이드 컨트롤에 이어 포지션을 점령한 후, 트라이 앵글 초크를 걸었다. 문제훈이 거친 숨소리를 내쉬며 탭을 쳤다.
- 타이틀전을 위해 태국 전지훈련을 실시했다.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한 달 동안 훈련했다. 태국의 유명한 무에타이 체육관인 ‘타이거 무에타이’에서 훈련했다. 해외 각지에서 온 100여명의 선수들과 훈련했다. 자국 챔피언 출신 등, 굉장히 수준 높은 선수들이 참가했다. 한국 팬들도 잘 알고 있는 브루노 미란다. 라파엘 피지에프, 아르만 사르키안과 훈련했다. 태국 선수들은 한두 명 정도만 있을 정도로 외국선수들에게는 무에타이의 성지였다. 유명 선수들과 실전 같은 스파링을 60여 차례 소화하며 실력을 쌓았다.
- 최근 UFC에 입단한 조성빈과 함께 훈련했다.출국하는 날 조성빈을 처음 만났다. 선수출신인 김경표 선배의 주선으로 만났다. 태국에서 금세 친해졌다. 서로 챙겨주는 등 외국에서 서로 의지하며 힘이 됐다.
- 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김민우 선수를 UFC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칭찬했다.정말 기뻤다. 세계 챔피언이자 슈퍼스타인 하빕이 칭찬했으니 토를 달 수가 없었다.(웃음) 엄청 기쁘지만 겸손해지려고 한다. 천천히 올라갈 생각이다.
- UFC에 진출할 생각은.로드FC에서 스타가 되는 것이 1순위다. 권아솔 선수처럼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선수가 되고 싶다. UFC가 큰 무대이지만 형편없는 조건으로 가고 싶지는 않다. 한국 격투기의 수준을 더욱 높이는 것이 나의 사명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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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페더급 챔피언 최무겸의 3차 방어가 최장 방어 기록이다.
목표는 10차까지 방어전을 치르는 것이다.(웃음) 은퇴하는 날까지 챔피언 벨트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해서 오랫동안 벨트를 지키고 싶다.
- 전적은.프로는 11전 9승 2패다. 아마추어는 5전 5승이다. 외국의 격투기 전문 매체에는 전적이 잘못 표기되어 있다. 4패 등 패배한 횟수가 많다. 동명이인이 많아서 착오가 벌어졌다. 소속사에서 수정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는데, 아직 고쳐지지 않았다.(웃음)
- 격투기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초등학교 6학년 때 크로캅과 효도르의 경기를 보고 반했다. 아버지도 격투기를 좋아하셔서 바로 주짓수 학원에 등록해주셨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격투기에 무대에 데뷔했다. 그동안 열심히 해서 합기도 2단, 태권도 2단증을 받았다. 용무도와 킥복싱도 배웠다. 무에타이와 삼보의 국가대표도 지냈다.
- 몸이 조각 같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한 번도하지 않았다. 서킷 트레이닝만 한다. 서킷 트레이닝은 여러 종목을 제한된 시간에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다. 전신은 물론 근력 운동에도 최고다. 나는 10가지 종목을 30분 동안 소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지옥훈련이라고 말할 정도로 힘들지만 효과는 최고다. 멋진 몸은 서킷 트레이닝 덕분이다.(웃음)
- 닉네임이 ‘코리안 모아이’다.얼굴이 남태평양에 있는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윤곽도 뚜렷하고 코가 큰 것이 많이 닮았다. 체육관의 이름도 ‘모아이 짐’이라고 지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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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인 김종훈 선수와의 ‘케미’가 궁금하다.
진짜 우리만큼 돈독한 형제는 없다. 부모님이 잘 키워주셨다. 시합이 잡히면 형이 다 도와준다. 나보다 두 살 많은 형은 굉장히 유망한 선수였다. 로드FC 전적이 5전 5승이다. 정강이 부상으로 지금은 쉬고 있다. 시합이 정해지면 상대 선수의 스타일에 맞게 형이 훈련 파트너가 되어준다. 타격이면 타격, 레슬링이면 레슬링, 그래플링이면 그래플링, 마치 빙의된 것처럼 훈련 상대가 된다. 언제나 나를 위해 희생하는 형을 위해서라도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항상 다진다.
- 나에게 격투기란.청춘이다. 25년을 살면서 14년을 격투기에만 매달렸다. 14년 동안 집-학교-체육관밖에 몰랐다. 한창 놀고 싶을 때도 운동하느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하지만 격투기는 성실함은 물론 자제력도 배우게 해줬다. 나를 항상 바르게 인도했다. 고마운 존재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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