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시장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인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4일 광주시청 접견실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 3. 4.광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광주 = 스포츠서울 박현진 체육부장] “세계수영연맹(FINA)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대회로 치르겠다.”

높지 않은 목소리지만 울림은 컸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에 대한 자신감, 시민정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배어있었다.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이하 세계수영선수권) 개막이 1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용섭 광주시장(68)을 만났다. 세계수영선수권은 세계 200여개 국에서 1만5000여명이 참가하고 10억명이 생중계를 통해 지켜보는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다. 동·하계 올림픽과 축구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과 함께 세계 5대 메가스포츠대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광주의 세계수영선수권 유치로 한국은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5대 메가스포츠대회를 모두 개최하는 4번째 국가로 자리매김한다.

- 대회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7월12일 개막하는 세계수영선수권은 7월28일까지 경영, 다이빙, 수구, 아티스틱수영, 오픈워터수영, 하이다이빙 등 6개 종목에 걸쳐 진행되며 8월5일부터 14일 동안은 마스터즈 대회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평화의 물결 속으로(DIVE INTO PEACE)’라는 슬로건 아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의 가치를 지켜온 광주에서 인류 평화의 가치를 드높이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시설과 운영 분야 모두 순조롭게 준비되고 있다. 실전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인력과 물자배치 등을 꼼꼼히 점검했고 선수촌과 경기장 등 주요시설이 준공되는 6월 초에는 동아수영대회 등 전국단위의 테스트이벤트를 거쳐 현장 능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공항에서 선수촌과 경기장까지 막힘 없이 왕래할 수 있도록 출·입국 및 수송 서비스도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광주의 맛과 멋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숙박과 식음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험과 노하우, 자원봉사자와 시민서포터스들의 힘을 믿는다.

비용만 들이고 남기는 것이 없어서는 곤란하다. 일단은 ‘수영도시’로서 광주의 이름을 남겨야 한다. 지속적으로 국내 및 국제대회를 유치할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인만큼 생존수영도 중요하다. 수영진흥센터를 건립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레거시로 남기겠다.

- 선수촌과 경기장 등 대회시설의 준비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선수촌은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송정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해 25개 동에 1660세대가 들어선다. 선수와 미디어 등 6000여명이 동시에 입실할 수 있다. 지금까지 91%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데 3월 말에는 완공될 예정이다.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다. 식당, 회의실, 운영실 등 기능시설과 함께 은행, 편의점, 카페 등 각종 편의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경기장은 하계 유니버시아드 당시 주경기장으로 활용했던 남부대 수영장 관중석을 3290석 규모에서 1만1000석으로 늘렸고 다이빙과 아티스틱수영이 펼쳐질 염주체육관은 임시수조 2개를 설치했고 운영실과 관람석을 보수하고 있다. 수구경기가 펼쳐질 남부대 종합운동장에도 임시수조 2개를 설치했다. 무등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조선대 축구장은 27m의 하이다이빙 타워와 임시수조를 마련해 무등산과 광주 도심을 한 번에 카메라 앵글에 담을 수 있다. 오픈워터수영이 벌어지는 여수엑스포해상공원에는 2000석의 관람석과 운영실이 가동된다.

이용섭 시장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인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4일 광주시청 접견실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 3. 4.광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북측 선수단의 참가여부가 대회성공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 같은데.

물론이다. 남북문제는 국민적 관심을 넘어 전 세계적인 이슈다. 이번 대회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선수단은 물론 응원단과 예술단이 모두 참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러 차례 제안을 했다.공식적으로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북측의 참가를 요청했고 지난 2월14일 스위스에서 열린 남북과 IOC의 3자회담 때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통해 북측 김일국 체육상에게 초청 서한을 전달했다. 북측에도 여러모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이번 대회에는 내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 수영 종목 출전권의 43% 가량이 걸려있다. 수구 등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게 되면 주최국 어드밴티지를 통해 예선 없이 바로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면 올림픽 출전권을 더 따낼 수 있다. 온 국민들이 북측의 참여를 바라고 있고 조직위는 북측 선수단의 참가는 물론 단일팀 구성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세계수영연맹(FINA)에서도 북측 선수단의 참가비용과 중계권료를 부담하기로 약속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달 말 광주를 방문한 코넬 마르쿨레스쿠 FINA 사무총장도 “그동안 북측이 FINA 대회에 불참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참가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지금 진행중인 엔트리 등록을 비롯해 북측의 참가를 위한 요청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영대회의 상징성을 담아 개회식 때 전 세계의 이름난 물들을 합수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백두산 천지의 물도 합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예술단 공연 등에는 준비 기간이 필요하니 하루빨리 결론이 내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최근 베트남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문 서명에 실패한 것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나.

하노이 회담이 최종 결렬되면서 북미간의 관계가 경색국면으로 전환됐다면 모르겠지만 합의가 늦어지고 있을 뿐 양측이 모두 실무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들었다. 게다가 북한의 이번 대회 참가는 스포츠 영역에 있고 남북, 도시 간의 문제다. 북미회담이 세기의 성과를 거두기를 바랐지만 그로 인해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방북해 북측 인사들과 만나 협의할 생각도 있다. 사실 연말에 방북계획이 있었는데 취소돼서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의 물꼬를 튼 대회였다면 이번 대회는 남북이 하나 되어 평화의 물결이 넘실대는 대회로 만들겠다. 그래서 슬로건도 ‘평화의 물결 속으로(DIVE INTO PEACE)’ 아닌가.

- 입장권 온라인 판매가 시작됐는데 지금까지 성과는 어떤가.

입장권은 41만9000매(총액 89억4000만원)가 발행되며 판매 목표는 36만9000매(약 75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지난 1월 온라인판매를 개시한 이후 2달 동안 6000매(약 2억3000만원) 정도가 팔렸다. 전국 지자체와 기업, 공공기관 등을 방문해 판촉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의 해외 공관에도 입장권 구매에 대한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500만원 이상의 단체구매는 내가 직접 구매자를 모시고 입장권 전달식을 진행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지난달 국무총리 주관하에 열린 국제경기대회지원위원회에서 각 부처와 유관기관에 단체 입장권 구매를 적극 권장했으니 판매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지난달 20일 이후 농협광주본부, 광주은행 등 지역 기업을 중심으로 입장권 구매가 늘고 있다. 현장판매는 4월에 시작되는데 조직위, 광주시청, 서울역, 용산역 등 19개 주요역 등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티켓은 국민 누구나 저렴하게 즐길 수 있도록 평균 3만원대로 책정했고 나눔과 배려 차원에서 국가·독립유공자,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등에는 50% 할인서비스를 제공한다.

- 국민적 관심을 끌어모아야 하는데 아직은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낙연 총리께서 직접 홍보대사를 맡으셨고 시간이 갈수록 관심도 커질 것이다. 오픈워터수영이 여수에서 열리는 만큼 전라남도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으로 생각한다.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그룹이 대거 참여하는 K-팝 콘서트를 4월 말에 개최하고 계기별로 이벤트를 열어 적극적으로 붐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문화예술, 체육계 유명인사들을 홍보대사로 추가 위촉하고 확산 속도가 빠른 소셜미디어와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회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쉬운 부분은 주최국에서도 뛰어난 선수가 있어야 흥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데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선전할지가 미지수다.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니 유망주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해 한국 수영의 미래를 이끌 거목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북측 선수들이 아티스틱수영이나 다이빙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하니 북측이 참가하면 주최국의 선수 부족 문제도 보완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도 대회 개최를 코 앞에 둔 시점까지 기업 스폰서들이 나서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난다. 오랫동안 경제 정책을 다뤘던 경제통으로서 어떤 복안이 있는지.

FINA 후원사인 야쿠르트, 아레나, 밀싸풀, 오메가, 삼성 등 9개사를 제외하고 국내 스폰서(1등급), 국내 서플라이(2등급), 국내 서포터(3등급) 등으로 단계적 후원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계약이 확정된 후원사는 광주은행, 아시아나항공, KT 등 13개 업체다. 다만 지자체 차원에서 후원을 받는데 한계가 있어 정부 차원의 독려나 지원이 더 필요하다.

- 워낙 큰 대회다보니 준비하는 과정에 어려움도 많고 또 그만큼 보람도 컸을 것 같다. 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

행사를 하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사업비 때문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유치 단계부터 지금까지 예산이 부족했는데 전 정부 시절에 사업비 체결이 끝난 사안이라 현 정부 측에서 추가 지원을 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민들과 각계에서 관심을 갖고 도와주셔서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꼭 필요한 예산을 추가로 확보했다. 여전히 다른 스포츠 이벤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저비용 고효율’ 대회로 만들어가겠다. 추가 확보된 기금 230억원은 7, 8월 한창 더울 때 폭염에 대비한 냉방시설과 안전시설, 관중들의 즐거움을 위한 경기연출과 각종 편의 시설, 공식 문화행사 등에 집행할 계획이다. 이번 대회를 치르기 위해 새롭게 지은 건물이 없다. 모두 있는 시설을 보완해서 활용한다. 이번 대회는 사후 활용문제에 대한 논란 자체를 불식했다는 점에서 뿌듯하게 생각한다.

-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제대회가 끝나면 그 도시의 이미지가 결정된다. 대회를 잘 치르고 나면 도시의 시민의식이 한 단계 상승한다. 시민들은 더 친절해지고 도시는 깨끗하게 정비된다. 우리는 이미 2015년에 하계유니버시아드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다. 광주 정신은 나눔과 연대에 있다. 5.18이라는 암울한 시대에 총칼앞에서도 주먹밥을 나누는 연대를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뤄낸 곳이 바로 광주다. 시민들도 협력하고 도와주는 성향이 강하다. 광주시민들의 저력을 믿는다. FINA 역사장 가장 성공적인 대회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

이용섭 시장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인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4일 광주시청 접견실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 3. 4.광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스포츠 전반으로 화제를 돌려보자. 대회 조직위원장이기에 앞서 프로축구 광주FC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지난해 또다른 시민구단인 대구FC가 FA컵 우승을 통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하는 등 시민구단 성공사례를 썼다. 광주FC에서도 이런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광주는 광주학생의거, 5.18민주항쟁이 벌어진 ‘의향(義鄕)’이다. 그만큼 열정이 많은 도시다. 시민들의 열정을 담을 그릇이 필요하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프로축구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사실 지난해 1부리그 진입을 기대했는데 실패했다. 시장이 구단주를 맡은 시민구단이 성적을 내기가 쉽지는 않은 구조다. 지원예산도 한정돼 있다. 할 수 있는 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려고 한다. 우선은 선수단의 사기가 중요하고 시민들이 사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목포에 있던 선수단 숙소를 다시 광주로 옮겨왔고 전용구장도 마련했다. 운동환경이 좋아지면 성과도 나지 않겠나.시 차원에서 여러가지 구단의 혁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 프로배구 한국전력 배구단을 광주로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있는데.

과거 농구단이 있었지만 지금 광주에는 즐길 만한 겨울 스포츠가 없다. 한국전력이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옮겼으니 기업 입장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 배구단 이전이 아니겠느냐. 2014년에도 한전 배구단을 유치하려고 했는데 당시엔 준비가 좀 부족했다. 한전은 지금 수원을 프랜차이즈로 활용하고 있는데 4월이면 계약이 끝난다고 한다. 범광주시민운동 차원에서 배구단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 측에서도 원론적인 측면에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경기가 주로 수도권에서 열리기 때문에 한전은 물론 타 팀의 이동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고 훈련 파트너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그러나 광주는 생애체육 배구가 무척 활성화된 곳이다. 나도 배구선수 출신이다. 한국도로공사도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프랜차이즈를 옮기지 않았나. 한전 김종갑 사장에게 직접 제의도 했다. 한전이 잘 판단할 것으로 본다. 만약 한전이 광주로 온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jin@sportsseoul.com

◇ 이용섭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

▲출생년월일=1951년 9월11일

▲출생지=전남 함평

▲출신학교=학다리고-전남대-미시간대 경제학 석사-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경력=제14회 행정고시 합격(1973.11)

제20대 관세청 청장(2002.2~2003.2)

제14대 국세청 청장(2003.3~2005.3)

대통령비서실 혁신관리수석비서관(2005.04~2006.03)

제8대 행정자치부 장관(2006.3~2006.11)

제14대 건설교통부 장관(2006.12 ~2008.2)

민주통합당 정책위 의장(2012.1~12)

제18·19대 국회의원(2008.5~2014.5)

한반도미래연구원 원장(2014.8~2015.7)

중국 사회과학원 초빙연구원(2014.12~2015.3)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정책공공경영학과 석좌교수(2016.6)

제13대 광주광역시 시장(20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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