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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가수 우디(Woody), 그의 노래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은 2019년 초 가요계 최고의 이슈다.

이 노래는 지난 1월말 발매 이틀째만에 각종 음원차트 100위권 진입에 성공한 뒤 파죽지세로 순위가 오르더니 급기야 주요 음원사이트 1위를 싹쓸이하는 저력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이전까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우디가 쟁쟁한 가수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재기를 의심하기도 했다. 또 이 노래는 ‘표절논란’까지 불거지며 최고의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우디가 지난해 ‘사재기 논란’이 불거졌던 가수들과 다른 건 대중 앞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2월초부터 각종 방송 음악프로그램에 출연 중이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무명’이었다곤 하지만 그는 2011년 가요계에 데뷔한 9년차 가수 겸 작곡가이고, 프로야구 삼성 김상수의 동생이기도 하다.

다음은 올해 처음 언론 인터뷰에 응한 우디와의 일문일답.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는 제목도 가사도 특이하다. 이 노래를 만든 계기는.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예전에 만났던 친구가 생각 났는데 연락처도 모르겠고, SNS에서도 못 찾겠더라. 연락이 닿을 방법이 없었다. 그 친구는 내가 음악하는 걸 아니까, 혹시 내가 만든 음악이 클럽에서 나오면 내게 전화를 할까? 나를 생각하며 울까? 같은 생각을 하게 됐고, 이걸 곡으로 만들면 좋겠다 싶었다.

어느날 대구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 뵙고 올라오는 차 안에서 멜로디를 떠올렸고, 가사까지 하루만에 작업을 모두 끝마쳤다. 우리 회사(인디안레이블)는 음악 프로듀서들이 많아 노래가 최종 통과되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 노래는 모든 단계를 통과한 뒤 세상에 선보일 기회가 주어졌다.

-노래 발표 후 가사 속 실제 여성에게 연락을 받았나.

안 오더라. 상처가 깊었나보다.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이 차메인의 ‘클럽에서’를 표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클럽에서’ 작곡가가 직접 제기한 적이 있다.(주: 이 노래 작곡가 프라임보이가 개인 SNS를 통해 의혹을 제기했다가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차메인의 ‘클럽에서’ 피처링을 한 베이빌론은 2011년 함께 그룹 ‘엔트레인’으로 데뷔한 동료다. 지금도 친하게 지낸다.

결론부터 말하면 표절이 아니다. 노래를 들어봤을 때 멜로디 중 두 음이 비슷하더라. 프라임보이 측에서 이후 어떤 연락을 취해온 적은 없다. 그와 만나 소주 한잔 하고 싶다.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은 1월말 발매 이후 이틀째만에 갑자기 음원차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말도 안됐다. 발매 이틀째 저녁에 음원차트 98위에 갑자기 올랐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이제 시작할 수 있겠다’, ‘이제 간신히 한걸음 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원차트 100위권에 든 게 이번이 처음이다. 음원차트에 한번 올라가는게 끝이 아니라, 이제는 드디어 대한민국에서 음악을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를 발표할 때 이렇게 크게 성공할 줄 알았나.

나처럼 이름 없는 방구석 뮤지션은 ‘이 노래가 대박날거야’라는 생각으로 음악을 발표하지 않는다. ‘이번엔 예전보다 더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 뿐이었다. 앨범을 내는 모든 아티스트가 같은 생각일 것이다.

내가 공개한 음원 중 하트수가 가장 많은 게 1800개 정도다. 내가 가사를 쓰고 피처링한 로브의 ‘좋아보여’라는 곡이다. 그래서 이번 노래는 하트수 3000개가 내 목표였다. 음원차트 98위를 기록한 날 3000개를 돌파했을 때 ‘큰일 났다’,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음원사재기’ 논란이 일었다. 그에 대한 생각은.

내 인생 전부를 걸고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인다. 그들은 그럴 권리가 있다. 의심할 수 있다. 그들이 내게 주는 반응들, 음악이 좋다 나쁘다 혹은 세련됐다 촌스럽다는 평가는 모두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오해를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억울하다. 사재기라니... 나를 믿어주는 분도 있고, 어떻게 해도 안 믿을 분도 있겠지만 나는 9년째 음악을 해오며 그렇게 살지 않았다. 솔직히 그럴 돈도 없다. 음원차트 1위를 한 날 친구들이 ‘한턱쏴’라는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데, 나는 내 통장에 잔고가 거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확인해보니 6500원이 남아있더라. 사재기를 할 형편이 아니다.

회사도 사재기를 할 만큼 돈이 있거나 내 노래를 위해 그런 작업을 할 곳이 아니다.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 뮤직비디오 제작비는 총 300만원이다. 스타일리스트를 배정받지 못해 내 옷을 입고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어차피 부담없이 낸 곡이라 편하게 그럴 수 있었다.

처음부터 억울했지만 최대한 말을 아꼈다. 나를 모르던 사람들까지 나를 오해하는 빌미를 만들까봐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았다. 일부 대중의 반응은 이해한다. 앞으로 내가 어떤 길을 걷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재기 논란’이 일어난 건 이전까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가수의 노래가 갑자기 차트에서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어떤 마케팅 방법들을 활용했나.

노래가 나오기 전날 페이스북 페이지에 라이브 영상을 올렸다. 그걸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하던데 그전까지 나는 솔직히 잘 몰랐다. 그 영상 조회수가 하루만에 70만뷰가 나왔다. 그게 잘됐다. 그리고 10년 가까이 이 업계에서 활동하며 알고 지낸 연예인, 스포츠 선수들 등 유명인들이 SNS에 홍보글을 올려주며 도움을 줬다. 나는 그걸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걸 이해한다. 나도 의아하기 때문이다. 이게 말이 되는지, 지금도 안 믿긴다. 여전히 내 노래가 음원차트 상위권에 있는데, 차트에 접속하면 아직도 놀랍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돌아보니, 여러 논란도 이 노래가 화제가 되는 데 보탬이 된 것 같다. ‘이게 대체 뭐냐’는 생각으로 한번씩 내 노래를 들어줘서 힘을 받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모든 운이 맞아떨어져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요즘 가요계에서는 ‘바이럴마케팅’이 이슈다. 바이럴마케팅은 페이스북에서만 이뤄졌나.

페이스북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등 활용할 수 있는 SNS는 모두 활용한 거 같다. 나같은 ‘방구석 뮤지션’은 그런 마케팅을 안하면 음악을 들려줄 방법이 없다. 사람이 많은 곳에 음악을 던지고, 그대로 두는 것이다. 그들이 싫어하면 어쩔 수 없다. 결과는 대중의 반응에 맡기는 것이다.

신기한게 내가 개인적으로 모르는 유명인들이 자신의 SNS 계정에 내 노래를 올려준 경우도 있었다. 큰 힘이 됐다. 스케이트 선수 임효준, 프로골퍼 박성현 같은 분은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데 내 노래를 좋다고 해주셨다. 감사드린다.

-소속사 메이저9, 인디안 레이블 가수들(벤, 하은)이 최근 나란히 음원강자로 등극하는 건 좀 이상해 보인다.

회사가 마케팅 등 여러 일을 잘하는 거 같다. 가수 입장에서는 우리가 원한다고 앨범이 팔리고, 음원차트 순위가 올라가지 않는다. 가수는 가수의 포지션에서 열심히 음악하고 노래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현상들을 보면 회사가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한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소속 뮤지션들은 요즘 회사를 더 믿고 일한다.

-노래는 음원차트에서 승승장구하지만 가수 우디에 대해서, 그리고 노래에 대해서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처음 이런 일을 겪어봐 굉장히 힘들었다. 이제 한달 좀 지나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계속 음악을 만들고, 인터넷으로 사고 싶고, 갖고 싶은 것들을 검색해 보며 버텼다. 힘들 때는 힘든 걸 피하려 하지 않고 그냥 힘들어하는게 맞다고 믿는 편이다. 좋은 쪽으로 계속 나아가려면 힘든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겨냈다. 한달 동안 정해진 업무 스케줄 외에는 집에만 있었다.

-온라인에서 좋은 반응, 나쁜 반응이 공존하지만 뮤지션 입장에서는 나쁜 반응이 힘들 수 있는데.

노래나 나에 대한 좋은 반응과 나쁜 반응이 절반 정도씩인 것 같다. 나쁜 반응은 더 귀에 쏙쏙 들리고 가슴에 박히더라. 그렇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억울하지만 참으려고 노력했다. 논란 초반에 내가 반박했다간 더 일이 커질 것 같았다.

-‘우디서 숀도 안 대고 닐로 먹어 좀 오반데’라는 말이 인터넷 유행어다.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인가.

그 말을 만든 사람은 천재다. 난 우리나라 네티즌은 천재라고 믿는다. 어떻게 그런 말을 만들 수 있을까. 그 문장은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 기발하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너무 많이 보이고, 주변 친구들이 그 말로 가끔 놀리니 요즘 들어 조금 물리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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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재기 논란에 휘말렸던 다른 가수들은 TV등에서 보기 쉽지 않다. 그런데 우디는 음악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 같다.

난 정말 사재기를 하지 않았고, 당당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무언의 행동이기도 하다. 난 정말 떳떳하니까. 정말 이상했다면 방송국에서 날 받아줬겠냐는 걸 의심하는 일부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무대 위에서 내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사재기가 아닐 수 있겠다’고 마음이 돌아설 수도 있을테니.

사실 음악 방송에 출연하는 게 쉽지 않았다. 처음엔 공연장 관객이 모두 악플러처럼 느껴졌다. 카메라가 나를 비추는 건 마치 총을 겨누는 거 같았다. 모든 사람들이 날 보며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엔 제정신이 아니었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렸다. 2011년 그룹 ‘엔트레인’ 멤버로 데뷔해 활동한 2~3년, 군 시절, 아무도 몰라주는 방구석 뮤지션으로 활동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면 여러 관객 앞에서 노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진 자체만으로 복에 겹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우황청심원을 먹으며 활동했다.

음악방송에서 내 무대 도중 관객이 야유를 했다는 루머도 돌더라. 그런 일은 없었다. 루머다. 나도 처음 무대에 오를 땐 ‘뭐가 날아오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그런 일은 안 생겼다. 내가 계속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니 아이돌 팬들이 오히려 박수를 쳐주더라.

-다음에 발표할 노래가 중요할 것 같다.

나도 다음에 나올 음악이 기대되고 재밌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번에 잘된 건 아무 것도 아니다. 다음에 내가 만드는 것들로, 대중이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담도 된다. 이번에 너무 잘된 게 다음 곡에 불리한 것도 사실이다. 다음 곡도 잘되리란 법은 없다.

하지만 다음 노래가 차트인을 하지 못해도 상관 없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나는 음악을 그만 둘게 아니니까. 내가 꿈꾸는 건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계속 음악을 하는 것이다. 그 과정 중 흥행 여부는 음악을 계속 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흥행 여부를 떠나 내가 들려드리고픈 음악을 계속 들려드릴 것이다.

물론 다음 노래가 흥행하지 못하면 나를 비웃을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내 음악을 응원해주는 분들도 생겼고, 기대해주는 분들도 계신다. 그분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1~2평 남짓한 작업실에서 음악하는 ‘방구석 뮤지션’들이 많다. 나 또한 그들 중 한명이다.

대중의 비난이나 비아냥은 참을 수 있었는데 함께 음악하는 사람들이 나를 의심하거나 내가 뭔가 잘못된 방법을 썼다고 단정짓고 ‘창피하다’, ‘속상하다’는 반응을 온라인에서 보일 땐 정말 마음 아팠다. 나는 그들도 나처럼 좋은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믿는다. 좋은 뮤지션이 세상엔 많다. 하루빨리 그들이 좋은 음악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인디안레이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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