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가수 우디(Woody), 그의 노래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은 2019년 초 가요계 최고의 이슈다.

이 노래는 지난 1월말 발매 이틀째만에 각종 음원차트 100위권 진입에 성공한 뒤 파죽지세로 순위가 오르더니 급기야 주요 음원사이트 1위를 싹쓸이하는 저력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이전까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우디가 쟁쟁한 가수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재기를 의심하기도 했다. 또 이 노래는 ‘표절논란’까지 불거지며 최고의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우디가 지난해 ‘사재기 논란’이 불거졌던 가수들과 다른 건 대중 앞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2월초부터 각종 방송 음악프로그램에 출연 중이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무명’이었다곤 하지만 그는 2011년 가요계에 데뷔한 9년차 가수 겸 작곡가이고, 프로야구 삼성 김상수의 동생이기도 하다.

다음은 올해 들어 처음 언론 인터뷰에 응한 우디와의 일문일답.

-형(프로야구 삼성 소속 김상수)이 유명 스포츠선수이고, 부모님도 운동선수 출신이었는데 우디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아버지는 실업야구 선수 출신이고, 어머니는 고등학교 때까지 체조를 하셨다. 그런데 부모님은 자식들이 본인의 꿈을 결정하는 걸 존중해주셨다. 어릴 때는 운동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초등학교 3~4학년 무렵, 어느 비오는 날 야구부 훈련장에 놀러갔다가 형이 얼차려 받는 장면을 보게 됐다. ‘저건 내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야구 선수를 포기했다.

중학교 학교 축제 때 음악하는 사람들이 이성에게 인기 있다는 걸 깨달은 뒤 공부보다 음악에 몰입했다. 기타를 익히며 혼자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

-운동신경이 뛰어날 거 같다.

‘김상수의 동생’이란 시선이 부담스럽긴 한데 운동 능력이 어디가서 뒤쳐지는 편은 아니다. tvN 축구예능 ‘FC앙투라지’에 출연 중인데 윙어 아니면 윙백을 맡고 있다. 사회인 야구를 할 땐 2루수를 본다. 아는 운동선수는 많다. 삼성 구자욱이 중학교 동창이다.

-2011년 그룹 ‘엔트레인’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당시 ‘리틀 김건모’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오디션을 봐 김건모 선배가 있는 회사에서 활동하게 됐다. 기타와 피아노를 다루다보니 그런 수식어가 붙은 것 같다. 당시 김건모 선배에게 많은 조언을 들었다. 코드워크, 키보드 연주와 관련된 디테일한 조언을 들으며 실력을 늘릴 수 있었다. 김건모 선배의 데뷔 20주년 앨범 수록곡에 코러스로 참여하기도 했다. 영광이었다.

-‘엔트레인’은 2013년까지 활동하며 3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하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정말 열심히 했고, 멤버간 케미도 좋았는데 결과가 안 나와 멤버들이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상태였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방송, 일본 콘서트 등 여러 유익한 경험을 했다. 연습기간에 배운 여러가지 것들을 지금도 잘 활용하고 있다.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그런 경험을 경력 초반에 겪은 걸 다행이라 생각한다. 유명하지 않았기에 가수 생활을 하며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팬과 대중에 대한 예의, 겸손함 등을 일찌감치 알게 된 것 같다.

내 음악 인생에서 씨앗을 심었던 시기로 기억될 것 같다. 아직 뭔가 피어나지 않았지만 심어 놓은 게 어떻게 될지 지켜보며 기다린 시간이었다.

우디

-‘엔트레인’ 이후 경력 공백기 행보는.

엔트레인 해체 이후 당장 할 일이 없으니 막막했다. 어릴 때 빨리 국방의 의무를 끝마치고 음악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팀 해체 후 곧바로 군대에 갔다. 시험을 봐 합격해서 의경으로 서울경찰홍보단에 2014년 입대, 2016년 제대했다.

슈퍼주니어 동해, 최시원, 동방신기 최강창민, SS501 허영생 등 선배들을 군대에서 알게 됐다. 확실히 그런 형들은 생각과 생활이 곧고 올바르더라. ‘이래서 잘되는구나’라고 느꼈다. 동해 형, 창민 형 등은 음악적 고민을 털어놓으면 기꺼이 충고해주는 고마운 분들이다. 내가 뭔가 잘되면 먼저 연락오셔서 축하해 주신다.

-군 제대 후 ‘우디’라는 예명을 쓰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본명 김상우는 좋은 이름이지만 가수로서 좀 평범한 것 같았다. 그래서 학창시절 친구들이 부르던 ‘우디’를 예명으로 쓰게 됐다.

-군 제대 후 2018년 초 현 소속사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어떤 활동을 했나.

현 소속사에 들어오기 전까지 내 이름으로 발표한 노래, 외부 피처링한 곡 등이 얼추 10여곡 정도 된다. 두드러진 활동은 아니지만 음악을 꾸준히 해왔다. 소속사가 없었기에 발표할 수 없었지만 그 무렵 만들어 놓은 노래가 20~25곡 정도 된다.

외부 활동 중에는 2018년 초반 초신성 성제 솔로앨범의 전체 프로듀싱을 한 게 가장 두드러진 행보였다. 그 앨범은 일본 오리콘 차트 2위까지 오르는 등 반응이 괜찮았다. 두드러지진 않지만 나름대로 혼자 꾸준하게 이 길을 걸어왔다.

-무명 생활이 길었다. 음악 활동을 포기하려 한 적은 없나.

2017년 가을쯤 음악을 완전히 내려놓으려 했었다. 현재 아버지가 암과 싸우고 계신데 당시 한번 수술을 한 뒤 재발돼 힘든 상황이었다. 어느날 돌아보니 집안을 위해 내가 한 게 아무 것도 없더라. 형은 피땀을 흘려 야구로 부모님을 돕는데 나는 해드릴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대구 집에 내려가 부모님께 ‘그만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뭐가 잘났다고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부모님께 뭔가 보탬이 되고 싶다. 이미 음악을 충분히 오래 했기에 후회가 없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말씀을 드리는 내내 눈물이 너무 나서 말을 잘 잇지 못했다.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 고마운 마음이 뒤섞여 감당할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부모님이 1~2년만 더 음악을 해보라고 권유하셨다. 원래 내가 음악하는 걸 좋아하시고, 경제적 지원도 해주시던 분들이다. 난 ‘안하겠다’고 말하고, 서울에 올라왔는데 그 직후부터 괜찮은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고, 작업량이 많아졌다. 그리고 좋은 제의를 받아 현 소속사(인디안레이블)에 들어오게 됐다.

-음악을 그만 두면 뭘 할 생각이었나.

장사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도 음악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험을 쌓았기에 다른 업종으로 전환해도 잘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 생활을 오래 해 아는 사람도 많기에 서울이나 대구에서 식당이든 술집이든 뭔가 해봐야겠다 마음 먹었다. 물론 가게를 차렸으면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2011년 데뷔 후 2018년 현 소속사에 들어오기 전까지 수입이 많진 않았을 것 같다.

이전까지 수입은 다 합쳐도 많지 않다. 늘 벼랑 끝 같았다. 다만 2018년초 나온 초신성 성제 솔로 앨범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줬다. 1년 정도 안정적으로 먹고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벌었다. 공교롭게 그 돈이 완전히 떨어질 무렵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이 터졌다.

-무명 생활이 길어질 때 본인의 재능에 대한 의심을 한 적은 없나.

그런 적은 없다. 내 능력, 내 음악에 대한 믿음이 있다. 내가 음악에 대해 갖는 자세는 진지하다. 물론 보컬적으로는 표현하는 영역의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작사·작곡 등에서는 함께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

이 분야에선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다. 방구석에서 아무도 모르게 혼자 음악을 할 땐 자존감이 왔다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내 음악을 들려줄 때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2018년 2월 무렵, 바이브, 벤, ‘포맨’ 등이 속해있는 메이저9의 레이블 인디안에 들어오게 되는데.

당시 스타트업하는 레이블이었다. 메이저9의 기존 색깔은 발라드인데 새롭고 트렌디한 음악을 지향하는 아티스트를 발굴해 만든 레이블이 인디안이다. 처음에 ‘한번 보자’고 할 때는 오디션을 볼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가져간 내 음악을 들어본 바이브 선배님들이 오디션을 보지 않고, 곧바로 ‘함께 하자’고 해주시더라. 대선배들이 내 음악을 인정해줘 감사했다. 두번 생각 안하고, 나도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음악 인생의 마지막이란 각오로 인디안에 들어왔다.

이 레이블에 들어와 첫곡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을 발표하는데 1년 정도가 걸렸다. 매달 회사 내 프로듀서들에게 만든 곡을 점검받는 절차를 거쳤고, 첫 곡이니 신중하게 발표하고 싶기도 했다.

-이번에 노래가 잘 된 뒤 가족들 반응은.

형(프로야구 삼성 김상수)은 크게 티를 안낸다. 훈련 중이라 딱히 반응은 없지만 좋아하고 있을 거 같다.

암 투병 중이신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린 게 너무 행복하다. 아버지는 형이 야구선수로 데뷔한 것보다 내가 한번이라도 가수로 이름을 알렸다는 걸 더 기쁘게 받아들이실 것이다. 난 아버지의 편애를 받으며 자랐다. 형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음악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셨다. 나는 발표하기 전 늘 노래를 부모님께 먼저 들려드린다. 물론 아버지는 항상 내 노래가 너무 좋다고 해주신다.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도 발표 전 들려드렸는데 좋다고 하셨다.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인디안레이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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