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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선수들이 5일 산둥전에서 역전골이 터지자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창원=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창원축구센터가 확 달아올랐다. 화끈한 공격축구와 화려한 스타플레이어, 뜨거운 관중석까지 모든 것이 잘 어우러진 한판 승부였다. 승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경남FC 역사에 자랑스러울 만한 90분이었다.

지난해 K리그1 준우승팀 경남FC가 사상 첫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비겼다. 김종부 감독이 이끄는 경남은 5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9년 ACL 조별리그 E조 1차전 산둥 루넝(중국)과 홈 경기에서 후반 15분 우주성의 동점포와 후반 23분 김승준의 역전골을 묶어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으나 상대의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그라치아노 펠레에 두 골을 얻어맞고 2-2로 비겼다. 잡은 줄 알았던 승리는 놓쳤으나 구단 역사에 남은 아시아클럽대항전 첫 경기를 자신들의 잔치로 만들었다. 두 시간 먼저 킥오프해 호주의 멜버른 빅토리를 누른 대구FC와 함께 K리그 시·도민구단의 위세를 떨쳤다.

창원축구센터 주변엔 일찌감치 사람이 몰려들어 경남-산둥전에 대한 관심이 입증됐다. 두 팀 모두 아시아권에선 보기 드문 걸출한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프리미어리그 카디프 시티 등에서 활약했던 조던 머치, 국내 최정상급 윙어로 자리매김한 네게바를 집어넣었다. 산둥을 이끄는 리쉐펑 감독은 펠레와 중국 무대에서 롱런하고 있는 브라질 출신 지우의 이름을 올리더니 최근까지 잉글랜드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뛴 세계적인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까지 포함시켰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활발히 누비던 펠라이니가 마침내 ACL에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산둥은 중국의 명문 구단이다. 외국인 공격수 외에도 하오준민이나 왕달레이, 진징다오 등 중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ACL 출전 경험도 많다. 그런 탓인지 전반전의 주도권은 산둥이 장악했다. 시작하자마자 펠레의 슛이 크로스바를 강타한 것을 시작으로 경남 수비진을 휘저었다. 결국 전반 21분 펠레의 문전 헤딩골이 터지면서 경남이 0-1로 뒤진 채 전반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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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머치(왼쪽)와 산둥 펠라이니가 5일 맞대결에서 서로 악수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분위기가 바뀐 것은 후반 시작과 함께 경남의 네덜란드 공격수 룩 카스타이노스가 들어가면서부터였다. 룩이 포스트플레이를 제대로 해주면서 네게바와 쿠니모토, 김승준 등 다른 공격수들에게도 공간이 생겼다. 경기가 후반 중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경남의 사력을 다한 공격이 결실을 맺었다. 코너킥 기회에서 네게바의 슛이 산둥 골키퍼 왕달레이를 맞고 나오자 우주성이 재차 슛, 1-1 동점을 만들고 경남의 사상 첫 ACL 득점자가 됐다. 경남은 8분 뒤 룩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지난 1일 K리그1 개막전 1골 1도움의 주인공 김승준이 차 넣어 역전에 성공했다. 창원축구센터를 찾은 4229명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쳤다.

다만 한 골 차 리드를 지켜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펠레가 후반 32분 개인기로 경남 수비수를 완벽하게 따돌린 뒤 동점포를 터트렸기 때문이다. 이후 경남은 상대 마지막 공세를 차단하며 귀중한 승점 1점을 획득했다. 경남 입장에선 공격력이 아시아 무대에서도 통했다는 점, 룩의 맹활약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경기였다. 산둥의 펠라이니 역시 볼거리였다. 전반 중반 본부석 앞에서 그가 훌쩍 뛰어올라 헤딩을 하자 해외축구에 눈을 뜬 관중이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펠라이니는 90분을 모두 뛰며 중원은 물론 때론 공격에도 적극 가담해 골을 노렸다.

경남은 오는 12일 말레이시아 조호르FC와 E조 2차전을 벌인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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