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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4월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4만 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2018년 여자 아시안컵 예선 남북 대결이 열리고 있다. 평양 | 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여자월드컵이 남·북 스포츠 메가 이벤트 공동 개최의 첫 작품이 될 수 있을까.

4년 뒤 열리는 2023년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 개최 가능성이 열렸다. AP통신 4일 보도에 따르면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영국 에버딘에서 열린 국제축구평의회(IFAB) 회의에서 “남·북한의 여자월드컵 공동개최 얘기를 들었다. 굉장한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지난달 FIFA가 먼저 공동개최를 제안했다”면서 “우리도 검토를 했고, 정부 측에 현 상황을 전달했다. 정부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성사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다. 다만 북측도 이런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한축구협회 측은 “아직은 검토 단계라 (북한측의 반응이)긍정적 혹은 부정적이라고 말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FIFA는 2023년 여자월드컵 유치 원하는 국가들에게 오는 15일까지 유치의향서를 내도록 하고 있다. 이어 내달 16일까지는 최종 유치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직까진 일본과 태국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콜롬비아 등이 유치 의사를 드러냈다. 개최국은 내년 3월 FIFA 평의회를 통해 확정되는데 이번 대회의 경우 남·북이 합의해서 유치를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FIFA의 수장이 먼저 제안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남·북이 합의하면 공동개최 성사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남·북은 지난해 평창 올림픽부터 단일팀 구성을 통해 합심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코리아오픈 혼합복식 단일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조정 드래곤보트 단일팀 등이 연이어 생겼다. 지난 1월엔 남자핸드볼 대표팀이 독일 세계선수권대회에 하나로 뭉쳤다. 그러나 국제대회를 함께 연 적은 없다. 정부는 2032년 서울-평양 하계올림픽을 추진하기로 하며 의향서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출한 상황이다. 2030년 혹은 2034년 남·북·중·일 월드컵 공동개최도 검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월드컵 개최는 국제대회 공동 유치의 마중물이 될 수 있어 의미가 깊다. 홍명보 전무도 “아직 여자월드컵은 한국에서 열린 적이 없기 때문에 협회도 의지가 있다”며 “정부만 동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개최는 크게 3가지 면에서 참신하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선 저비용 고효율 측면에서 그렇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과 2017년 U-20 월드컵을 통해 메이저대회 개최에 따른 노하우와 인프라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여자월드컵엔 총 24팀이 참가하는데 남자 대회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다. 필요한 경기장 갯수도 상대적으로 적다. 2015년 캐나다 대회에서는 6개를 활용했고, 올해 6월 열리는 프랑스월드컵에서는 9개 경기장이 동원된다. 특히 3만 이상의 대형 경기장은 개막식이나 결승전에서 쓸 2~3개 정도면 충분하다. 6만 규모의 서울월드컵경기장, 4만 규모의 평양 김일성경기장을 쓰면 된다. 나머지 중형 규모 스타디움 6~7개는 한국에서 4~5개, 북한에서 2개를 추가하면 된다. 기존 경기장 개·보수로 충분하다. 홍 전무는 “FIFA에서 답사를 통해 심사하겠지만 한국은 인프라가 갖춰진 나라고, 북한도 무리가 없다고 본다. 한국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충분히 개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 여자축구의 수준이 함께 훌륭하다는 점도 개최 명분이 된다. FIFA 여자랭킹에서 북한은 11위, 한국은 14위로 두 팀 모두 월드컵 본선 16강행이 가능하다. 한국은 오는 6월 프랑스 여자월드컵을 통해 2회 연속 본선행에 성공했다. 북한 역시 프랑스엔 가지 못하지만 아시아 최고 수준에 속할 정도로 전력이 탄탄하다. 2년 전 U-17 여자월드컵과 U-20 여자월드컵을 동반 제패했다. 운동에 소질 있는 여성들이 축구를 앞다퉈 하는 등 인기와 투자에서 북한 최고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동 개최가 이뤄지더라도 단일팀보다는 남과 북이 각각의 팀으로 출전해 성적을 노릴 수 있다.

최근 국제 사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급변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주시하고 있다. 평화 무드가 여자월드컵으로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북한의 변화와 개방 의지를 국제 사회에 알리는 메시지가 된다. 북한의 ‘정상 국가’ 이미지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축구가 평화에 기여하는 방법도 된다. 올해 재선이 유력한 인판티노 회장과 FIFA가 “너무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피해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에 기여할 수 있음을 알리는 셈이 된다. 여러모로 여자월드컵 공동 유치는 부담이 적은, 참신한 아이디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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