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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대표.

[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라이엇게임즈는 한국 게임산업과 e스포츠의 중심을 넘어 세계 e스포츠의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e스포츠 종주국으로 불리는 한국에서 8년여 동안 꾸준히 PC방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온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서비스하며 대표적인 e스포츠 종목으로 성장시켰다.

‘롤드컵’이라는 세계적인 e스포츠 이벤트를 만들어 전세계 e스포츠 시청자들을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11월3일 한국의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펼쳐진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롤드컵) 결승은 전세계 순 시청자 수가 9960만명, 최고 동시 시청자 수는 4400만명을 기록하며 웬만한 기존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서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성장세도 만만찮다. 2018 롤드컵 순 시청자수 9960만명은 전년도 순 시청자수 8000만명이 비해 24.5% 증가한 수치다. 롤드컵 순 시청자수는 매해 20%이상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LoL로 세계적인 게임사가 된 라이엇게임즈의 중심에는 라이엇게임즈 코리아가 있다. 전세계에서 최강으로 꼽히는 팀과 선수들이 한국에 있고 그 어느 지역보다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한국 게이머들의 반응을 정확하게 미국 센트럴에 전달해 최고의 게임, 최고의 e스포츠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부터 국내에서 펼쳐지는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직접 제작하고 ‘롤파크’도 본격 가동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지난 1월 1일 새롭게 선임된 박준규 대표가 있다.

박 대표가 이끄는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LoL, LoL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봤다.

- 지난 1일 정식 취임 이후 2개월 만의 공식 노출인 듯하다. 국내에서 가장 핫한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의 대표 자리에 오른 소감이 있다면?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4년을 다닌 회사이고 옆에서 다 봐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생각해야 할 것이 배로 늘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다행히 회사에 좋은 분들이 많아서 협업을 한다. 많이 배우고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주요업무가 퍼블리싱이다보니 e스포츠는 즐겨보기는 했지만 내부 이슈는 깊이 생각할 기회가 없었다. 롤파크 운영과 자체 제작 등 새로 시작하는 사업도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다. 한단계씩 논의를 해나가고 있다. 주변에서 1년은 어떻게든 지나면 그 다음부터 편해질 것이라고 하더라 그 말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많다. 좋은 사람들이 있고 의지도 높다. 해야 할 일도 많다. 조직원들을 도와줘야 하는데 몰라서 도와주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이 있다.

- 외부에 알려진 이력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2014년 라이엇게임즈에 합류해 퍼블리싱을 담당했는데 어떤 업무를 해왔는지?

라이엇게임즈에 입사하기 전 삼정 KPMG 회계 법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어드바이저리라는 역할로 인수 합병 컨설팅을 주로 했는데 7년간 그 일을 했다.

라이엇게임즈에 입사하게 된 것은 게임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은 2010년 아직 국내에 서비스되기 전 미국에서 서비스 됐을 때 즐기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등을 취미로 즐겼다. 친구 가운데 게임 마니아가 있었는데 2010년 즈음 함께 ‘도타’를 즐겼다. 도타는 워크래프트3 유즈맵 세팅을 기반으로 해 너무 힘들었다. 상점에서 아이템 하나를 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친구가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나왔고 알려줬고 도타가 가진 단점을 모두 해결한 게임이었다. LoL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때 CJ E&M 다니고 있었고 해외 사업을 했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것을 아는 지인들이 라이엇게임즈를 소개해줬고 좋아하는 게임을 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에 입사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매우 행복한 결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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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대표

- 즐기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면 실망하기 쉽다고 한다. 후회는 없는지?

후회보다는 재미있다. 내부적으로 회사 내에서 게임을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다들 게임을 점심에 한 두판, 퇴근하고 나서 하는 등 정당한 수준의 플레이를 하고 있는 듯하다.

라이엇게임즈의 기본 정신이 플레이어를 위한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최대한 이용자를 위한 결정을 하겠다는 신념을 지키려 한다. 실제 LoL을 즐기는 이용자가 라이엇의 직원이 돼서도 실망하기 보다는 즐겁게 일을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저도 그런 플레이어 가운데 한 명이다.

- 많은 변화가 예정된 가운데 대표에 선임됐다. 지금까지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평가를 해준다면?

자체 제작 첫 경기 방송이 부분 부분 중단되고 화면 배치도 어색했다.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꼈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둘째날 셋째날 고쳐야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고쳐나가려는 노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체 제작 방송을 보니 이번 스플릿간까지 준비한 것은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도 봤다. 단 기본적은 빠른 시간내 정상화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데 그 단계까지 언제 올라갈 수 있을지 조바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올 한해는 기본적인 베이스는 탄탄하게 다지는 시기로 삼겠다.

아이디어는 너무 많다. 팬들에게 선사해주고 싶다. 일례로 4K로 할 수 있는 것이 구비돼 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카메라 설치도 심혈을 기울였는데 이런 것을 이용해서 VR, AR 효과를 가미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현재는 그 가운데 극히 일부분만 보여주고 있다. 안정적으로 되면 새로운 시도를 해나갈 것이다.

- 정작 라이엇게임즈를 이끄는 자리에 앉으니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무엇인가?

초반에는 롤파크 자체 제작이 가장 큰 고민이다. 게임 자체도 혁신적인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첫 시즌부터 랭킹 시스템을 바꿔 포지션별 랭킹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 흥미로운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LoL이 2009년 처음 서비스됐다. 올해 서비스 10주년을 맞았다. 서비스 10주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질 예정이다.

- 2011년 12월 LoL이 국내 서비스 된 지 만 7년 그리고 서비스 8년차를 맞았다. LoL이 수년간 점유율 30% 이상을 지킬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라이엇게임즈가 잘했다기 보다는 한국 플레이어들의 대단한 열정이 그러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항상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노력해왔다. 과거 불법 프로그램인 ‘핵’을 비롯해 서버 문제, 욕설 이슈 등이 있었다. 그런 일들이 생겼을 때 단호하게 대처해 온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블리자드의 오버워치가 나오기 전 PC방 점유율이 40% 수준까지 올라갔을 때 게임속 욕설 문제가 극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점유율이 유지되니 안이하게 대처했던 부분도 있었다. 당시 경쟁작이 없었기 때문이지 점유율을 지킬 수 있었지 요즘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다양한 부정적인 이슈를 해결하려고 노력했고 쾌적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기억하는 것 같다. 이러한 노력이 떠났던 팬들도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힘이 됐다. 부정적인 이슈가 터졌을 때 당시 커뮤니티를 보면 쓴소리를 하는 팬들이 많았다. 그런데 쓴소리를 해주던 이용자들이 끝까지 남아서 게임을 즐기는 경우를 많이 확인했다.

핵 같은 프로그램이 나와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줬을때 많은 이용자가 거친 지적을 했다. 그런 지적에 우리는 이벤트나 선물을 제공하자는 생각보다는 고쳐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움직였다. 당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회의론도 있었지만 결국 해당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다 보니 이용자들이 신뢰를 얻었고 그것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

- 앞으로의 게임 LoL의 변화는 어떻게 예정돼 있나? e스포츠의 변화는?

지향점은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와 같은 역할의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그림을 달성하기 위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해진 스케줄보다는 이용자들의 생각을 듣고 차분하게 나가자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실제 일을 하는 모습에서도 이용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듣고 가는 시간을 주고 이런 절차를 지키는 습관이 있다. 이용자들의 생각을 듣고 간다는 것. 라이엇게임즈의 최대 장점이다.

e스포츠의 변화는 패치가 적용되면서 변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다. 밸런싱팀에서도 엄청나게 준비를 하고 있다. 밸런싱 팀은 나사 연구소 출신이 있을 정도로 매우 어려운 부서다. 밸런싱 문제는 결국 e스포츠가 스포츠인가 아닌가에 대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중요하게 여긴다.

정책적으로는 프랜차이즈 도입이 있다. 그것은 벤치마킹할 것이 많아서 다행이다. 타지역은 이미 프랜차이즈화하고 있는데 보통일이 아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너무 들어가 있어서 우리가 성급하게 했다가는 책임을 못 지는 것이 가장 두렵다. 생태계를 만들려고 한다. 라이엇게임즈가 다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선순환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고자 한다.

- 지난해 아시안 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e스포츠가 진행이 됐고, 그 가운데 LoL이 세부 종목의 하나였다. 앞으로 열리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서 LoL이 종목으로 선택될 1순위이다. e스포츠를 스포츠로 자리 잡게 하는데 앞으로 어떤 노력을 더 기울여 나갈 계획인가?

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림픽 관련해서는 라이엇게임즈 전체에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평소대로 LCK를 꾸려나가고 스포츠다운 게임이라는 인식을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국제 대회 일정과 라이엇게임즈의 일정이 엇갈리게 된다면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상황이 일어나야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의미가 다르고 모든 세대가 즐기고 게임이라면 아시안게임의 종목이 된다는 것은 100배 이상의 가치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종목이 된다면 자녀들이 e스포츠 선수가 되겠다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부모들이 없을 것이다. 가고자 하는 목표가 모든 세대가 즐기는 게임 콘텐츠다. 그런 목표가 있는 만큼 적극적인 태도로 임할 것으로 보인다.

- 라이엇 게임즈의 입장에서 e스포츠는 무엇인가?

라이엇 게임즈의 LoL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놀이 문화가 되는 것이 목표다. 기존 스포츠와 같은 위치가 되는 것이다.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즐기는 문화를 바라보고 있다.

실버타운 요양원 연세 있으신 분들의 문화가 없다. 컴퓨터 하나만 있으며 즐길 수 있는 게임과 e스포츠가 대안이 되지 않을까한다. 미래의 e스포츠는 확실히 세대와 성별을 넘어서는 문화가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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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대표

- 만약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LoL이 채택되지 않는다면 어떤 행보를 이어갈 것인지?

전통 스포츠에서 인정을 하면 너무나 고맙고 당연히 아시안 게임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더 큰 목표가 있다.

아직 e스포츠 영역은 많은 탐구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 FPS 게임 장르는 관전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많은 것들이 시도되고 있다. 우리도 자체 제작을 시작했고 젊은이들이 업계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이런 흐름은 e스포츠의 가능성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기본적으로 e스포츠는 디지털 체계로 이뤄져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확대하기 쉽다.

앞으로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시안게임, 올림픽의 정식 종목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LoL e스포츠 자체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길을 찾을 것이다.

- 새로운 IP에 대한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어떤 새로운 게임이 개발되고 있는가?

‘라이엇게임즈(Riot Games)’의 ‘S’자에 대해서 언제나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항상 R&D쪽에서 2~3개 이상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단 보안 유지가 잘 돼 있어 저도 잘 모르는 부분이다.

- 센트럴 차원에서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변하고 있는 듯하다. 어떤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는지?

센트럴에서 보는 한국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기보다는 다른 지역에서 따라잡았다는데 기인한 듯하다. 한국에 대한 존경심은 여전하다. 단기간에 변하지는 않는 것이다.

한국의 독주가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LoL e스포츠가 성장하면서 글로벌 차원에서 LoL 시장과 e스포츠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측면도 있다.

jw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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