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LA 다저스 류현진은 국내 언론과 팬들을 향해 20승 화두를 던졌다. 17일(한국시간) 애리조나 캐멀백랜치에서 두 번째 불펜피칭을 마친 뒤 국내 기자들의 질문에 “목표는 변함 없이 20승”이라고 밝혔다. 미국 기자들은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승수와 관련된 질문도 하지 않지만 선수도 “20승이 목표”라고 답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국내용 질문과 답이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류현진을 놓고 20승 여부로 베팅 항목을 만들 것이다. 20승은 달성도 힘들고 이정표적인 승수다. 류현진도 “20승을 할 수 있다는 건 아니고 그만큼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치르고 싶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목표를 세워두고 쉼없이 앞으로 전진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는 KBO 리그에서도 20승을 거둔 적이 없다.

다저스에 잔류한 류현진의 2019시즌은 선발 30경기 이상, 규정이닝 채우기, 3점대 방어율, 월드시리즈 선발이면 대성공이다. 목표치를 뛰어넘는 성과가 된다. 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다년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출 수 있다. 162경기의 장기레이스를 치르는 메이저리그는 부상과의 전쟁이다. 팀도 마찬가지고 선수도 부상 없이 시즌을 운영해야 기대치에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둘 수 있다. 류현진이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를 고용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저스에 입문한 뒤 류현진의 최고 성적은 첫 해 2013년에 작성됐다. 선발 30경기에 등판해 192이닝 14승8패 방어율 3.00을 기록했다. 이후 크고 작은 부상으로 규정 162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올해 부상없이 20승에 도전할 경우 6년 만에 규정이닝을 채울 가능성이 높다. 20승을 달성하려면 첫 번째 부상이 없어야 하고, 두 번째 승운이 따라야 하고, 세 번째 등판 때마다 7이닝 이상씩을 던지는 게 필수다. 지난해 20승 투수는 아메리칸리그에서 탄생했다. 2018년 사이영상을 수상한 탬파베이의 블레이크 스넬(21승)과 2014, 2017년 두 차례 사이영상을 받은 클리블랜드의 코리 클루버(20승)다.

방어율 1.89로 다승과 함께 2개 부문 1위를 차지한 스넬은 21승(5패) 투수로는 매우 적은 180.2이닝을 소화했다. 선발 31경기로 이닝 부문 MLB 30위다. 승리 요건 5이닝을 던지고 승수를 챙긴 게 3승이다. 20승7패 방어율 2.89를 마크한 클루버는 33경기에 215이닝을 던졌다. MLB 전체 3위다. 최다 이닝은 워싱턴의 맥스 셔저로 220.2이닝이다. 어떤 투수든 팀내에서 200이닝 안팎을 소화하면 무조건 에이스다. 20승 투수는 해마다 배출되고 있다. 2010년 이후 2017시즌에 유일하게 20승 투수가 없었고 2012년 4명이 최다 배출이다. 사실 에이스급이 아닌 투수의 20승 달성은 매우 어렵다. 중반 이후 위기에 몰리면 곧바로 불펜을 가동하기 때문이다. 에이스는 위기에도 밀어 붙인다.

류현진이 2019시즌에 180이닝을 던져도 FA 시장에서 유리한 다년 계약은 가능하다. 180이닝은 선발 30경기에 등판해 평균 6이닝 소화다. 요즘은 이마저 쉽지 않다. 플레이오프 경쟁을 노리는 팀들은 불펜진이 모두 탄탄하다. 선발 투수를 길게 끌고 갈 이유가 없다. 선발 투수의 완투게임은 이제 문화재급이다. 지난 시즌 완투를 한 선발은 34명이다. 완투 2경기가 최다다. 클루버, 셔저, 노아 신더가드(뉴욕 메츠) 등 2019시즌 개막전 선발로 예고된 제임스 타이온(피츠버그) 등 8명이다. 스넬은 완투경기가 없었다. 류현진은 2013년 데뷔전 때 2경기 완투게임을 한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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