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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이 지난 15일 영국 글래스고 셀틱파크에서 열린 유로파리그 발렌시아-셀틱전 뒤 본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글래스코 | 장영민통신원

[글래스고=스포츠서울 장영민통신원]본부석 터치라인 앞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지나던 이강인은 본지 취재진을 본 뒤 “인터뷰 안 돼요”라고 밝혔다. 사진 촬영엔 응했다. 점퍼에 달린 모자를 쓴 채로 선 그의 표정은 밝은 편은 아니었다. 그의 소속팀인 스페인 라리가 발렌시아는 이강인이 아직 만 18세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인터뷰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여름 프레시즌 경기를 위해 발렌시아가 이강인을 데리고 레스터 시티 및 에버턴과 친선 경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당시엔 차분한 얼굴로 한국 취재진 앞에 섰는데, 이번엔 다소 무거웠다.

이강인은 지난 15일 영국 글래스고 셀틱파크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과 원정 경기에서 18인 엔트리에 들었으나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발렌시아의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은 전날 사전 기자회견에서 이강인 출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다른 선수들을 거론하며 답변을 사실상 피했다. 그런 태도가 실전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발렌시아는 겨울이적시장 영입 공격수 루벤 소브리노와 러시아 간판 스타 데니스 체리세프가 각각 1골 1도움씩 올려 셀틱을 2-0으로 완파하고 16강행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이강인이 몸을 푼 시간은 제한돼 있어서 취재석에서 보면 교체투입도 쉽지 않다는 점이 느낄 수 있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한 장의 교체카드를 쓴 토랄 감독은 두 골 차 리드 뒤 부상에서 돌아온 곤살로 게데스를 두 번째 교체선수로 투입했다. 이강인 입장에선 3번째 교체투입을 노릴 수 있었으나 인연이 아니었는지 다친 선수가 나오면서 케빈 가메이로가 들어갔다. 이강인과 페란 토레스 같은 10대 후반의 어린 선수들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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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이 지난해 8월5일 영국 리버풀 구디슨파크에서 열린 에버턴과 프레시즌 친선 경기 후반 교체출전 뒤 밝은 표정으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리버풀 | 장영민통신원

아직 2차전이 남았기 때문에 토랄 감독이 이강인을 쓸 여유는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헤타페와 스페인 국왕컵 8강 2차전을 끝으로 그의 1군 출전시간이 멈춘 것이 예사롭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 3일 FC바르셀로나와 라리가 원정 경기에서 18인 엔트리에 들었을 뿐, 이후 두 차례 공식 경기에선 아예 명단에서 제외됐다. 셀틱전은 토랄 감독이 주전급 선수 몇몇을 빼면서 이강인에게도 다시 벤치에 앉을 기회가 주어졌으나 그게 전부였다. 이강인은 이달 초 정식 1군 계약을 맺은 뒤 등번호 16번까지 받았으나 그 때부터 출전 기회가 확 사라졌다. 지난 11일 레알 소시에다드와 라리가 홈 경기에선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이 직접 경기장을 찾았으나 이강인이 교체 명단에서 아예 빠져 허탕을 치기도 했다. 토랄 감독은 이강인 쓸 생각이 없다는 발언을 계속 하는 중이다.

박지성은 지난해 12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강인, 정우영(바이에른 뮌헨) 등 10대 영건들의 성장을 반기면서도 “어떤 팀에 속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기를 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향후 출전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뛰어야 큰다. 스페인 굴지 구단과 정식 1군 계약을 했지만 오히려 지금이 고비힐 수 있다. 이강인이 구단에 다음 시즌 다른 팀 임대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그의 거취가 당분간 시선을 모을 전망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미드필더여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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