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 박종우
박종우, 한국영. (스포츠서울DB)

소울메이트가 다시 뭉쳤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23명의 태극전사 가운데는 특별한 인연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 멘토와 멘티가 되어주는 선후배가 있고, 코흘리개 어린시절부터 함께한 ‘절친’도 있다. 이들은 월드컵 본선을 대비해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한 ‘홍명보호’에 활력소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련을 딛고 다시 뭉친 박종우-한국영
박종우(광저우 부리)와 한국영(가시와)은 올림픽대표팀 시절 항상 룸메이트로 지냈다. 한살 터울인 둘은 팀 내에서는 포지션 경쟁자로 활동하면서도 형제 못지 않은 정을 나눴다. 2012 런던올림픽 최종엔트리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지만 한국영이 본선 1차전 직전 중족골 골절로 대표팀에서 낙마하면서 꿈꾸던 올림픽 동반 출전은 불발됐다. 한국영이 대표팀을 떠날 당시 가장 안타까워한 팀 동료는 박종우였다. 박종우는 한국영이 영국을 떠난 뒤에도 그를 걱정했다. 이전에 같은 부상을 입고 재활을 했던 박종우는 대표팀 낙마로 상심이 컸을 한국영에게 힘이 되어줬다. 박종우는 런던올림픽 본선에서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에서 국영이를 위해 뛰겠다”고 할 정도로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컸다.
2년 뒤 박종우와 한국영은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재회했다. 이번에도 둘은 치열한 주전 경쟁을 앞두고 있다. 박종우는 “국영이와는 자주 연락을 하는 사이다. 벤치에 있거나, 그라운드에 서거나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겠다”고 밝혔고 한국영은 “종우 형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경쟁을 떠나 팀에 헌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영권 홍정호
김영권, 홍정호. (스포츠서울DB)


◇‘홍명보호’의 역사와 함께한 김영권-홍정호
국가대표팀의 핵심 중앙수비수인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는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2009년 홍명보 감독이 청소년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이들은 줄곧 호흡을 맞춰왔다. 두 수비수는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을 이뤄냈고,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값진 동메달을 따내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지 못했다. 본선을 3개월여 앞두고 홍정호가 무릎 부상을 당해 런던행이 좌절됐다. 김영권은 올림픽대표팀에서 새로운 파트너인 황석호(히로시마)와 함께 탄탄한 수비진을 이끌며 사상 첫 동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홍정호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김영권은 런던올림픽 8강전에서 개최국 영국을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한 직후 “지금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홍정호다. 함께 뛰고 있지 않지만 정호가 많이 응원해준 덕분이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둘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또 한번의 신화를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김영권은 “정호와 성인 대표팀에서 오랜만에 만나 같이 준비해왔다. 같이 운동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런던에서는 같이 못했으니 브라질에서 더 잘해보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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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대구 터키 전지훈련 당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근호와 하대성 . 제공 | 대구FC


◇20년지기 이근호-하대성
이근호(상주)와 하대성(베이징 궈안)는 절친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둘에게 가장 친한 선수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서로의 이름이 나올 정도다. 이근호와 하대성은 인천만수북초등학교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뒤 부평중·고를 함께 나온 20년지기 친구다. 프로에 들어와서도 K리그 대구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어린 시절 친구들보다 머리하나가 더 컸던 이근호는 하대성을 항상 놀렸지만, 이제는 하대성의 키가 이근호에 보다 더 크다. 이근호는 “다시 태어나면 대성이 같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 대성이의 기술과 감각은 최고”라고 할 정도다. 둘은 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표 전날 연락해 함께 브라질행 티켓을 잡을수 있도록 기도했다. 20대 후반의 나이이기 때문에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도전이라 간절함은 더 컸다. 결국 그들의 바람은 현실로 다가왔다. 하대성은 “근호의 엔트리 합류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전화하면서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이근호와 하대성은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친구와 함께 누빌 시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도영인기자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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