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선동열
KIA 좌완 신인 김기훈(왼쪽).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12일 오키나와 차탄구장에서 김기태 감독과 김시훈의 투구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제공 | KIA 타이거즈

[오키나와=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이제 만 19세인데 투구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국보’ 선동열 전 한국 야구대표팀 전임감독이 KIA 고졸(동성고) 좌완 신인 투수 김기훈(19)에게 반했다. KIA와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의 평가전이 열린 12일 일본 오키나와 차탄구장을 찾은 선 전 감독은 김기훈의 투구를 보고 입을 쩍 벌렸다. 무뚝뚝하고 칭찬에 인색한 선 감독의 입에서 “당장 1군 감”이라는 찬사가 나왔다.

지난해 11월 대표팀 감독직에서 자진해서 물러난 뒤 공식 석상에 한동안 나오지 않았던 터라 이곳을 찾은 그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특히 구단마다 선 감독 레이더망에 걸리는 신예가 누구일지 관심이다. 온나손 명예 홍보대사 자격으로 초청받아 오키나와에 입성하자마자 아카마 구장에 있는 삼성 캠프를 들른 선 감독은 구시카와 두산 캠프도 다녀갔다. 이날 오전 선 감독은 애초 김태룡 두산 단장의 요청으로 구시카와로 이동해 두산 투수들을 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두산 관계자는 “요다 츠요시 주니치 감독이 선 감독에게 급히 투수들을 봐달라고 요청했다더라”며 “감독과 선수로 모두 인연이 있는 KIA와 주니치 경기가 열리는 날이기도 해서 구시카카와엔 13일에 오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차탄구장
KIA 김기태 감독과 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전임감독이 12일 차탄구장 불펜에서 고졸 신인 투수 김기훈의 투구를 지켜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주니치 영건을 둘러본 선 감독은 KIA 불펜장도 찾았다. KIA 김기태 감독과 대화를 나누다가 투수들의 구위를 유심히 지켜봤는데 김기훈이 레이더망에 제대로 걸려들었다. 선 감독은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한, 아직 19세밖에 안된 투수인데 던지는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다. 상당히 기대된다. 부상만 당하지 않고 꾸준히 던지면 곧바로 1군에서도 뛸 수 있지 않을까”라고 극찬했다. 지도자를 할 때부터 그가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투수의 기본은 중심 이동이다. 18년 전 배영수 역시 하체 활용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는데 김기훈도 마찬가지다.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들을 볼 때 구위보다 밸런스를 봐야 한다”며 “난 늘 투수들의 하체 움직임을 주시한다. 김기훈을 보니까 중심 이동이 잘 되면서 상체 밸런스도 흐트러지지 않더라”고 설명했다.

정작 당사자는 얼떨떨해 보였다. 김기훈은 “평소처럼 그냥 던진 건데”라며 멋쩍게 웃더니 “따로 대화를 나눈 건 아니지만 선 감독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선 감독이 칭찬한 ‘중심 이동’과 관련해 “솔직히 고등학교 3학년 때 체중 이동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프로에 오기 전 체중 이동에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 선 감독께서 칭찬해주신 건 그만큼 훈련이 잘됐다는 의미여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기훈을 조련하는 KIA 강상수 투수코치도 선 감독의 호평에 슬쩍 미소지으면서도 행여나 마음이 들뜰까봐 일부러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강 코치는 “(선 감독께서)칭찬한 건 몰랐다”며 웃더니 “잠재력이 많은 선수인 건 확실하다. 다만 불펜 투구와 실전 마운드는 엄연히 다르니까 14일 평가전 때 던지는 것을 더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구력을 더 보완해야 한다. 스트라이크 존엔 잘 던지는 데 아직 코너를 노리는 제구가 부족하다. 프로 선수는 가운데 몰리는 공은 워낙 잘 치니까 제구를 더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훈은 이미 청소년 대표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다. 1차 지명으로 KIA 유니폼을 입었는데 고교 시절부터 에이스로 사명감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 감독의 칭찬 한마디에 날개를 단 그는 롤모델인 양현종의 뒤를 잇는 ‘차세대 에이스’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편 이날 선 감독이 차탄구장에 등장하자 수많은 일본 취재진과 팬들이 몰려들었다.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이 끊이지 않았는데 선 감독은 밝은 얼굴로 화답했다. 그는 “과거 주니치에서 동료로 지낸 선수들이 지금 구단 프런트에 많이 있다. 그래서 더 반갑고 내가 명예 선수로 등록돼 있어서 그런지 더 환영해준다”고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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