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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무대를 누비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선수들. 왼쪽부터 발렌시아의 이강인, 에스파뇰의 우레이, 알라베스의 이누이 다카시.  출처 | 발렌시아, 에스파뇰, 에이바르 SNS

[스포츠서울 김대령기자]한국과 일본, 중국의 축구 삼국지가 열린다. 장소는 다름 아닌 스페인이다.

2018~2019시즌 스페인 라리가에서는 겨울 이적 시장을 기점으로 한·중·일 축구 삼국지가 첫 장을 열었다. 알라베스의 이누이 다카시와 헤타페의 시바사키 가쿠 등 일본 국가대표 선수들이 버티고 있던 라리가에 이강인과 백승호가 1군 무대에 연착륙하면서 데뷔전을 치렀다. 이어 우레이가 에스파뇰로 입단한 후 바로 첫 경기를 치르면서 막차를 탔다. 한국과 일본, 중국 출신의 선수가 같은 시즌 비유럽(Non-EU) 선수를 3명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외국인 선수 규정을 뚫고 라리가 경기에 출전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동아시아 3국 중 가장 먼저 라리가에 깃발을 꽂은 나라는 일본이다. 1999년 조 쇼지가 레알 바야돌리드에 둥지를 틀면서 일본인 1호 라리가 선수가 됐다. 이후 오쿠보 요시토, 나카무라 슌스케 등이 연이어 스페인으로 향했으나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펼쳤다. 지금은 이누이와 시바사키가 스페인을 누비고 있다. 이누이는 라리가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첫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5년 에이바르에 입단한 그는 세 시즌 동안 리그 89경기에서 11골을 터뜨렸고 이번 시즌에는 레알 베티스의 유니폼을 입고 8경기에 출전했다. 임대 신분으로 온 알라베스에서 3경기만 더 나서면 라리가 100경기 출전 금자탑을 세운다. 2016~2017시즌 2부리그에서부터 헤타페와 함께한 시바사키는 이번 시즌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대형 유망주로 평가받는 발렌시아의 이강인과 지로나의 백승호를 앞세우고 있다. 한국의 라리가 도전사는 험난했다. 2003년 처음 도전장을 내민 이천수부터 이호진, 박주영, 김영규까지 모두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특히 이강인은 마르셀리노 감독이 애지중지하며 성장에 신경 쓰고 있는 선수다. 8000만 유로(약 1020억 원)의 바이아웃 금액이 높은 기대치를 방증한다. 백승호는 비록 요한 모이카가 부상을 입으면서 그를 대체할 비유럽 선수로 1군 명단에 포함됐지만 주어진 기회를 살려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중국의 첫 라리가 도전은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이뤄졌다. 2015년 장청둥이 당시 중국 기업의 후원을 받던 라요 바예카노로 이적하면서 첫 중국인 라리가 선수가 됐지만 리그 1경기 출전이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기고 퇴장했다. ‘유니폼 팔기용 선수’라는 조롱이 뒤따랐다. 지난달 에스파뇰에 입단한 우레이를 향한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적 배경에 역시 중국 자본이 개입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레이는 지난 3일(한국시간) 이른 데뷔전을 치른 데 이어 10일에는 두 번째 경기에 나서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활약을 펼치며 여론을 바꿔나가고 있다. 수준급 외국인 공격수가 모인 중국 슈퍼리그에서 지난해 득점왕을 차지했기 때문에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라고 볼 수도 없다.

오는 18일 발렌시아와 에스파뇰의 경기를 시작으로 이어질 3개국 선수 간 맞대결이 기대를 모은다. 다섯 선수 모두 각 나라를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스페인 무대를 누비고 있다. 이강인은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발렌시아는 물론 한국 축구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고 우레이도 입단식에서 “한국과 일본에는 많은 유럽파가 있다. 더 많은 중국 선수들이 유럽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누이는 베티스 입단식을 주일 스페인 대사관에서 치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아시아에서 온 다섯 선수가 써내려갈 흥미로운 이야기에 세 나라 축구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daerye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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