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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OTT기업 넷플릭스의 국내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출처 | POOQ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기업 넷플릭스의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가파른 성장세에 국내 OTT 사업자들의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제2의 원스토어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 수는 급증하는 추세다. 실제로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넷플릭스 앱 이용자는 지난해 1월 34만명에서 12월 127만명으로 1년 새 274%, 즉 3배 가까이 늘었다.

◇ 제2의 원스토어 사태는 막아야

넷플릭스의 가파른 성장세에 국내 OTT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선 ‘제2의 원스토어 사태’를 언급하고 있다.

원스토어는 국내 이동통신 3사와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앱스토어를 통합한 토종 앱 스토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압도적인 점유율에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지난 2016년 국내 통신 3사와 네이버의 앱마켓을 하나로 모아 출범했다. 하지만 막강한 구글에 맞서기엔 역부족이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가 조사한 2018년 국내 앱 마켓 시장점유율은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61.1%로 압도적인 1위였고, 애플 앱스토어가 21.7%, 원스토어는 13.5%였다. 국내 사용자 10명 중 8명 이상이 구글과 애플 등 해외 앱 마켓을 이용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 토종 앱마켓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콘텐츠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해외 콘텐츠뿐 아니라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 역시 해외 시장 진출 등에 유리한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이용은 증가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콘텐츠가 부족한 원스토어 사용자는 하락세를 보였다.

또한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이 인터넷망사업자에 이용료를 내고 있는 반면 구글은 국내 망사업자들에게 별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어 구글이 사업 경쟁력면에서도 앞선다.

국내 OTT 업계가 넷플릭스의 성장에 긴장감이 커지는 이유는 넷플릭스가 콘텐츠 공룡으로 불리는 만큼 막강한 콘텐츠 파워와 국내 콘텐츠 사업자를 역차별하는 국내 망사업자들의 정책에 힘입어 국내 미디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KBS·MBC·SBS)가 연합해 토종 OTT 플랫폼을 출범할 계획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에 대응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자체제작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인 넷플릭스를 통한 해외시장 진출도 용이하기 때문에 국내 제작사들은 넷플릭스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 망사업자들의 움직임을 보면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와 유튜브에 별도 망사용료를 받지 못하면서 국내 사업자들을 역차별하는 상황이 그대로 넷플릭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데이터 사용이 많은 동영상 사업에서 국내 사업자가 경쟁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1년에 콘텐츠 제작에만 8조원 이상 투자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지상파 3사와 협력해 한류콘텐츠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선 넷플릭스를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 제2의 원스토어가 되지 않도록 협력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넷플릭스, 구글과 같은 ‘무임승차’는 안 돼

넷플릭스 사용자가 급증함에 따라 국내 인터넷 망사업자인 통신사들은 해외망 증설에 나서고 있다.

최근 KT는 트래픽 급증으로 특정시간대 화질이 떨어지고, 속도가 지연된다는 항의가 이어지자 해외망 증설을 통해 화질 및 속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넷플릭스에 쓰이는 해외망 회선을 기존 50Gbps에서 100Gbps로 2배 증설했다. 이처럼 넷플릭스 이용자가 지속 증가한다면 통신사는 큰 비용이 드는 해외망 증설보단 넷플릭스와의 협력을 통해 ‘캐시서버’를 구축하는 대안을 선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캐시서버 설치비용과 망 사용료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트래픽 용량에 따라 망 사용료는 지불하는 국내 사업자와는 달리 현재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국내 통신사들이 자사 고객 편의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네트워크 증설에 나섰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여전히 모른 체하며 국내 사업자에게 망 이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국내 인터넷 업계는 통신사들이 향후 넷플릭스 캐시서버에 대한 설치비용과 망 사용료를 국내 사업자와 같은 수준으로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글과 같은 선례를 더 이상 남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 경쟁을 하고 있는 망사업자는 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저마다 경쟁을 하고 있어 넷플릭스와 협상이 쉽지 않다.

일례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유튜브가 국내 진출할 당시 서비스에서 가장 먼저 캐시서버를 설치한 곳은 3위 사업자인 LG 유플러스였다. LG 유플러스가 이용자 확보를 위해 자발적으로 캐시서버 설치를 했고 결국 KT와 SK 브로드밴드도 캐시서버를 두면서 구글의 무임승차가 시작됐고 국내 콘텐츠 비즈니스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넷플릭스가 국내 사업 확장을 하는 상황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다. LG유플러스는 인터넷(IP)TV 가입자 유치를 위해 넷플릭스와 단독으로 제휴를 맺고 서비스 중이다. 구글이 무임승차했듯이 넷플릭스가 무임승차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유튜브의 경우 몇 년 전 트래픽이 급격하게 늘면서 통신 3사가 급하다 보니 통신사에서 설치하는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면서 “당시 LG유플러스가 먼저 시작하면서 SK브로드밴드와 KT도 서둘러 했는데, 이번에도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가장 먼저 제휴를 함에 따라 이후 캐시서버·망 사용료 문제가 어떻게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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