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 "코미디가 아니면 행복할 수 없을 거 같았어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 출신 개그맨들이 웃음을 찾기 위해 다시 뭉쳤습니다. SBS 공채 개그맨 11기 안진호(30·가운데), 13기 정재형(34·오른쪽) 14기 최부기(32)가 그 주인공입니다.


개그맨 양세형, 문세윤, 이용진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한 '웃찾사'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시청률 20%가 넘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SBS 대표 예능이었는데요. 공개 코미디의 쇠락과 함께 시청률이 하락하다 결국 2017년 5월 14년 만에 프로그램이 폐지됐습니다. 이에 따라 '웃찾사'에 출연 중이던 코미디언들도 출연할 곳을 잃게 돼 안타까움을 남겼죠.


"유튜브도 잘 안되면 아예 코미디언 일을 그만두고 카페를 차리려 했어요. 19세부터 시작한 제겐 소중한 일이지만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 싶었죠." 평생을 코미디언이란 꿈 하나만 안고 살아온 안진호, 정재형, 최부기 역시 갑작스러운 '웃찾사' 폐지에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막막한 상황 속에서도 개그를 향한 열정을 잃지 않았던 세 사람은 다시 일어났습니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한가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건 이들의 절박함 그리고 코미디에 대한 열정이었습니다. 세 사람에게 유튜브는 그냥 모두가 하기에 한 번 도전해보는 게 아니었습니다. 마지막 끈이자 코미디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간절함이 빚어낸 '웃음'이었습니다.


Q: '동네놈들'. 닉네임이 독특해요.


재형: 특별한 이유는 없고, 저희랑 잘 맞는 거 같았어요. 동네에 흔히 있는 남자애들 느낌이랄까. 댓글로 의견을 받아서 구독자 애칭은 ‘동네 주민’으로 지었어요. 그게 제일 반응이 좋더라고요.


Q: 유튜브 채널은 언제부터 시작한 건가요? 세 사람이 뭉친 계기가 궁금해요.


진호: 지난해 7월, 제가 형들에게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웃찾사'가 폐지된 후 막막했는데, 여건이나 돈 같은 걸 떠나서 우리가 주체가 돼 즐기면서 해보자고 해서 뭉쳤죠. 부기 형은 평소 조용한데 가끔 하는 한마디가 화살을 꽂듯이 직설적인 게 마음에 들었어요. 재형이 형은 기안84와 노홍철을 합친 느낌이에요. 4차원 개그감이 뛰어나다고 할까요?(웃음)


재형: 진호가 저희 중 제일 어리지만 기수로는 제일 선배예요. 개그맨들은 기수 체계가 엄격하기 때문에 처음엔 동생이지만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오히려 지금은 '동네놈들'을 통해 더욱 사이가 깊어졌죠. 동생이지만 존경하는 선배예요.


Q: 채널 오픈 6개월 만에 구독자 수 10만 명을 돌파했어요. 본인들 만의 강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진호: 신선함이요. 조금이라도 비슷한 영상이 있다면,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하지 않아요. 그리고 정말 열심히 해요. 셋이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다 하다 보니 일주일에 6일은 오로지 '동네놈들' 콘텐츠에만 매달리죠. 저희는 아이디어 회의를 평균 6시간 이상해요.


부기: 세 명의 캐릭터가 분명하게 달라서 같이 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아요.


Q: '고수익 알바 면접 영상'은 조회수 400만을 눈앞에 둘 정도로 많은 화제를 모았어요.


부기: 당시 SNS 메시지나 문자를 통해 '고수익 알바를 구한다'는 광고가 많이 왔었어요. 그런데 실상은 일명 '사모님 접대' 같은 불법 아르바이트였죠. 젊은 사람들이 많이 공감할 거라 생각해서 제작했어요.


진호: 앞으로는 이런 자극적인 영상보단 더 밝고 유쾌한 영상들로 구독자분들을 찾아가고 싶어요.


Q: 이쯤에서 개그맨을 꿈꾸게 된 계기도 궁금해지는데요.


재형: 제가 키가 190cm여서 중고등학생 때 배구선수를 했어요. 그런데 선수시절에도 슛을 하는 것보다 감독님 성대모사하고, 춤추고 그러면 아이들이 웃겨주는 게 더 힘이 나고 좋더라고요. 그래서 연예계 쪽에 도전해보자고 다짐했고, 그렇게 시작한 게 모델이에요.


2012년 슈퍼모델 선발대회로 데뷔했는데 당시 이수혁 씨랑 같이 쇼도 서고, 잡지 메인도 장식할 만큼 나름 입지를 다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전 잘생기고 꾸민 모습보다 사람들 앞에서 망가지고 웃기는 게 더 행복하더라고요. 결국 코미디언을 해야겠다 싶었죠.


부기: 전 개그 시험에 7번 떨어졌어요. 마지막으로 붙었을 때는 당시 '병맛' 코드가 유행할 때여서 이런 개그를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붙었죠. 어릴 적, 집이 어려워진 적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개그프로를 보면서 버텼어요.


Q: 14년 만인 지난 2017년 '웃찾사'가 폐지됐는데요, 막막하진 않았나요?


재형: '웃찾사' 하나만 바라봤는데, 믿었던 마지막 끈이 사라지니 많이 힘들었어요. 코미디의 입지가 줄어들고 천대받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했죠. 전 코미디를 정말 사랑하지만 당장 생계가 막막하니 공사장에서 막노동 일을 하며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어요. 그때 지금의 아내를 처음 만났는데 아내가 당시 저를 보고 '길 잃은 방랑자 같다'고 했던 게 기억나요. 모든 의욕을 잃은 상태였거든요.


부기: 어릴 때부터 개그맨이 되겠단 꿈 하나만 갖고 살았는데, 얼마 해보지 못하고 '웃찾사'가 사라지니 허무했어요. 다시 공채를 봐야 하나 생각도 했지만, 워낙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시청률도 떨어지고 사람들도 잘 찾지 않아 고민이 많았죠.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코미디가 아닌 다른 일을 하며 행복할 수 없을 거 같다는 거예요.


진호: 박탈감이 제일 컸던 거 같아요. 순간적으로 갈 곳이 없어진 거잖아요. 한편으로 이해는 됐어요. 공개 코미디가 현시대의 빠른 개그 호흡을 따라잡지 못하는 건 맞으니까요. 특히 공중파는 시간이나 수위 같은 제한도 무시할 수 없어요. 공개 코미디가 폐지되고 약해지는 게 시대 흐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 호흡을 못 맞춘 것에 대한 책임감도 들었죠.


Q: 그래도 지금은 '동네놈들'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잖아요.


재형: 세 명 모두 밑바닥이었던 상황에 만나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그만큼 절박했죠. '이게 될까?' 싶었는데 하루에 만 명씩 구독자가 오르니 그 당시엔 무섭기도 했어요. 지금은 더 신선하고 재미있는 영상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진호: 방송국에서 일할 땐 주변에 잘나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욕심이 생기고 불안하고 조급함이 들었어요. 제 의지로 나온 건 아니지만 모든 걸 내려놓고 좋은 친구들과 만나서 작업하니까 더 즐겁고 일도 더 잘 되는 거 같아요. 또 공개 코미디는 파급력이 크긴 하지만 어쨌든 결정권이 PD와 방송국에 있으니 진짜 저희가 하고 싶은 개그를 마음껏 하기 쉽지 않잖아요. 저희가 엉뚱한 발상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런 저희에겐 유튜브라는 무대가 더 좋은 것 같아요.


부기: 저도 공감해요. 오히려 개그맨 지망생일 때보다 코미디언 공채로 합격하고 개그맨이 됐을 때 꿈이 더 작아졌어요. 지금 '동네놈들'을 통해 새로운 꿈들을 꿔요.


Q: '동네놈들' 채널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진호: 저희 채널의 최종적인 목표는 유튜브계의 '무한도전'이 되는 거예요. 지금은 폐지됐지만 MBC '무한도전'이 코미디언들이 가장 잘 놀 수 있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해요. 코미디를 사랑하는 저희 셋이 TV가 아닌 유튜브에서 이런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또 저희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이 유재석 선배님이기도 하고요.


Q: 유재석 씨에 대한 미담이 있다고요.


진호: 중학교 3학년 때 SBS'진실게임'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당시 촬영이 끝나고 MC였던 유재석 선배님이 제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셔서 "개그맨이 되고 싶어요"라고 답했어요. 아무것도 아닌 제게 유재석 선배님이 진심으로 응원해주셨고, 개그맨이 된 후 힘든 상황이 닥칠 때마다 그때 선배님의 말씀들을 되새겨요.


재형: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시즌2에서 작은 역할을 맡아 출연한 적이 있어요. 매니저도 없이 혼자 가서 외롭게 구석에 앉아 있었는데, 유재석 선배님이 제게 걸어오셔서 "재형이 아니니? 고생했다"며 일으켜 주셨어요. 서러웠던 마음이 녹아내리더라고요. 집에 돌아와 혼자 울었던 기억이 나요.


Q: 세 사람에게 '코미디'란 어떤 건가요?


재형: '호흡'. 사람은 숨을 쉬어야 살잖아요. 전 남을 웃기면 '기쁜 호흡'을 쉴 수 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져요.


부기: '삶'. 어릴 때부터 꿈꿔왔고 끝까지 같이 갈 제 삶이에요. 제가 직접 각본 쓰고 연출을 해서 상업적인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인생의 목표 중 하나에요.


진호: 세상을 바라보는 '눈'. 코미디를 통해 웃음뿐 아니라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코미디가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보고 소통의 창구가 되길 바라요.


Q: 마지막으로 2019년 새해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진호: '동네놈들'이 더 유명해져서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고향 같은 방송국에서 저희가 존경하는 유재석 선배님과 예능 호흡도 맞춰보고 싶고요.


재형: 100만 유튜버가 되고 싶어요. 작년에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목표가 5000명이었는데, 벌써 10만 명이 됐잖아요. 목표는 크게 갖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아! 그리고 무엇보다 '가정의 평안'과 '믿음의 성장'이 함께하길 바라요.


부기: 주민 여러분들에게 앞으로도 재미있는 영상을 선물하고 싶어요. 그리고 유튜버를 통해 번 돈으로 부모님 해외여행을 보내드리는 게 올해 목표에요. 마지막으로 좋은 분을 만나 예쁜 사랑도 하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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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ㅣ 석혜란기자 shr198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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