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유니온 정해룡 대표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대작 경쟁에 몰두하기 보단 다양성으로 승부하겠다.”

창사 2년만에 ‘드라마 올인’을 선언한 제작사 몬스터유니온이 최근 드라마업계의 ‘블록버스터 경쟁’에서 한발짝 물러나는 전략으로 ‘흑자 원년’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KBS와 KBS계열사가 공동출자한 몬스터유니온은 최근 예능 부문을 정리하면서 간판 PD였던 서수민, 유호진 PD도 떠났다. 이 과정에서 인력의 절반이 퇴사하는 어수선한 시기도 겪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조직 정비에 공을 들여온 정해룡 몬스터유니온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기획을 잘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1993년 KBS 입사 이후 드라마 연출, 책임프로듀서, KBS 미디어 드라마본부장, 드라마 제작투자담당 등의 이력을 쌓아온 드라마 전문가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지난해 10월 취임해 4개월여가 지났다.

기획을 잘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게 취임 당시 목표였다. 우리는 인력 구성상 전문성이 있는 조직이다. KBS에서 드라마 연출, 프로듀싱 등을 하던 인력이 모여있어 기획을 잘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져 있다. 드라마를 전체적으로 진행할 능력과 경험을 갖춘 인력이 조직 구성원 중 절반을 넘는다. 취임 이후엔 이전에 정리가 잘 안됐던 부분들을 다듬으며 일할만 한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최근 예능 부문을 정리하고 드라마에 주력하기로 했는데.

내가 취임하기 전 이미 예능 부문이 정리되기로 결정된 상태였다. KBS에서 드라마를 오래 만들어온 나는 드라마에 집중하기로 방향이 정해진 뒤 취임했다. 당초 예상보다 예능 부문의 생산성이 충분치 않아서 드라마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드라마에만 집중할 때 장점은.

나는 주로 드라마만 해왔다. 그래서 다른 장르를 잘 모르지만 드라마 안에서도 할 일이 너무 많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세계적으로 완성도를 인정받는다. 이것만 잘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 집중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드라마 안에서 신인 작가가 할 수 있는 작품이 있고, 경력 있는 작가가 필요한 작품이 있다. 작가에 의존하는 작품이 있고, 프로듀싱을 통해 조율해야 하는 방식의 작품도 있다. 다양하다.

-큰 틀에서 나아갈 방향은.

우리나라 드라마는 숫자가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꾸 비싸고 스케일이 큰 방향으로만 가는 것 같다. 우린 현실적으로 다양성 있는 기획을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방법적으로는 큰 예산이 투입되지 않더라도 좋은 콘셉트를 반복 재생산할 수 있는 ‘시즌제 드라마’를 개발해보고 싶다.

지난해 9~10월 KBS2에서 방영된 모큐멘터리 ‘회사가기 싫어’는 현실 직장 생활의 애환을 에피소드로 잘 풀어냈다. 시즌2를 올 3월 방영할 예정이다. 작은 규모로 만드는 ‘웹드라마’와 비슷한 포맷의 ‘숏폼 드라마’도 기획단계다. 10분 전후의 짧은 형식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시도다.

다양성을 지향한다는 게 작은 작품 만 하겠다는 건 아니다. 대작도 해야 한다. 그러나 대작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신중해야 한다. 판로를 확보해야 하고, 완성도도 높여야 한다.

-올해 어떤 작품들을 준비 중인가.

올해 상반기 코믹하고 재미있는 ‘국민 여러분’, 로맨스 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을 준비 중이다. 하반기 준비 중인 작품까지 약 10편 정도가 될 전망이다.

-현재 방송 환경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채널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넘어간지 오래다. 지상파 3사 독점이 사라지고 채널이 많아진 뒤 좋은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게다가 대중은 우리나라 채널 뿐 아니라 해외 콘텐츠를 보기도 편해졌다.

시청자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는데 시장의 규모는 한정돼 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한국 드라마 시장의 환경은 어떤가.

한국에서 일년에 제작되는 드라마가 130편 정도다. 쉽게 말하면 하룻밤에 미니시리즈 5개가 여러 채널에서 동시에 방영된다. 한 사람이 본방, 재방송을 꾸준히 본다해도 하루에 2편 이상 보는 게 쉽지 않다. 게다가 드라마 한편의 방영 시간도 현재 좀 긴 편이다. 서로 경쟁을 펼칠 때 시청률 때문에 방영 시간을 늘린 건데 그게 이젠 제작비 부담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현재 투자 대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드라마는 전체 작품의 약 30% 미만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방송계 격변기로 불린 지난해, 수많은 중소제작사가 도산했다. KBS와 KBS계열사가 공동출자한 몬스터유니온 역시 초기 많은 투자가 이뤄진 탓에 여전히 적자다.

제작사가 새롭게 설립된 뒤 곧바로 투자 비용을 회수한다는 건 무리다. 초기 투자비용이 들 수 밖에 없고, 생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최소 2년은 걸린다고 봤고, 지난 시간은 회사에 필요한 과정이었다. 중국 등 해외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변수도 있었다.

설립 후 몬스터유니온이 가장 잘한 것은 꾸준히 작가들과 계약한 점이다. 현재 약 18명 정도의 작가와 계약을 맺고 있다. 초기 계약한 작가들은 올해와 내년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올해 목표는, 쉽진 않겠지만 흑자 원년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다른 제작사와의 협력, KBS와의 협력이 이뤄져야 하고, 장르의 다양화, 다양한 채널과의 교류 등이 이뤄져야 한다.

-몬스터유니온의 콘텐츠는 앞으로도 모기업인 KBS에서만 방영되나.

다변화를 생각하고 있다. KBS에 좋은 콘텐츠를 제공해 채널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몬스타 유니온 자체의 정체성도 확보해야 한다.

지금까지 2~3작품 정도 KBS가 아닌 다른 채널에서 방영한 적이 있지만 활성화되진 않았다. 이젠 다양한 채널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다. 넷플릭스 등 세계적인 유통 채널을 배타적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우리 드라마의 완성도를 세계 시장에 내보일 수 있는 좋은 채널이라 생각한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의 협업도 준비 중이다.

-최근 국내 드라마 트렌드는.

갈수록 장르물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수사·법정 관련 드라마가 많았다면, 올해는 메디컬 드라마가 많아질 것 같다. 사극도 점차 많아질 것 같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몬스터유니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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