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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우승 실패도 뼈 아프지만 아시아의 강자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한 경기력을 보인 것도 문제다.

2019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잃은 게 많다. 59년 만의 트로피 획득에 실패했고 한국 특유의 카리스마까지 상실한 것도 치명적이다. 한국은 자타공인 아시아의 맹주다. 일본이나 이란, 호주 등과 함께 다른 아시아 팀들을 두렵게 만드는 팀이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특유의 강인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필리핀이나 키르기스스탄, 바레인 같은 한 수 아래 팀들을 만나 단 한 번도 압도하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구상한 베스트11으로 경기에 나섰으나 속 시원하게 승리하지 못했다.

한국은 지난해 코스타리카나 칠레, 우루과이 같은 팀들을 만나 준수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우즈베키스탄, 호주 등 아시아 강팀과의 경기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이 팀들의 공통점은 라인을 내리고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정상적으로 충돌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짧은 패스를 통한 빌드업 축구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반면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극단적으로 수비에 집중하는 팀들을 공략하지 못했다. 매 경기 같은 문제를 반복했다. 주도권을 쥐었으나 전진패스에 비해 백패스, 횡패스가 주를 이뤘다. 좁은 공간에서 풀어가는 능력에서 부족함을 보였다. 그렇다고 과거 한국이 즐겨 썼던 장신 공격수를 활용한 것도 아니었다. 연이은 졸전은 2020 카타르월드컵 예선을 걱정하게 만든다. 벤투 감독이 출범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부임 직후 치른 A매치에서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대회가 향후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에게는 큰 학습이 됐을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월드컵 예선에서 만날 팀들은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만난 팀들의 수비 전술을 참고해 버티는 경기를 할 수 있다. ‘벤투호’가 아시안컵에서 드러난 문제를 월드컵 예선에서도 반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은 올해 9월 시작한다. 한국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만난 수준의 팀들과 한 조에서 싸울 전망이다. 한국이 수비적인 팀을 만나 계속 고전했기 때문에 다른 팀들이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과거처럼 한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은 벤투호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아시안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월드컵 예선도 걱정 없이 준비했겠지만 이제는 대회 내내 답답한 경기력에서 탈출하지 못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돌파구를 찾기 위한 벤투 감독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임기응변이 아닌 일관성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렇다면 벤투 축구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가을까지 수반돼야 한다. 의미 없는 고집으로 일관한다면 평준화가 이뤄진 아시아 축구 무대에서 계속해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월드컵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갖추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일단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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