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출국 전 각오[포토]
류현진이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인터뷰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배지현. 2019. 1. 30 인천공항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인천공항=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과 김경문 감독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

류현진이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LA로 출국하면서 태극마크에 대한 강렬한 애착을 드러내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을 일궈낸 에이스 투수와 감독의 재회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류현진의 출국을 이틀 앞둔 지난 28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김경문 감독을 야구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김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절묘한 용병술과 뚝심으로 전승 우승을 이끌었고 류현진도 쿠바와의 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8.1이닝을 2실점으로 틀어막아 에이스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일생일대의 짜릿한 경험을 함께 나눈 만큼 서로에 대한 두 사람의 신뢰도 단단하다. 당연히 류현진도 김 감독의 전임 감독 선임 소식을 알고 있다. 그는 “선수라면 누구나 태극마크를 꿈꾼다. 국가가 부르면 달려와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다시 대표팀에 참여하라면 영광으로 생각하고 달려올 것”이라고 태극마크를 향한 마음가짐을 밝힌 뒤 “김 감독께서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신 일은 축해야 할 일이다. 감독님께서 팀을 이끄시면 성적이 좋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 업적을 이루신 분이다. 선수들을 믿고 힘을 실어 주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에 설 기회가 있으면 당연히 참가해야 한다. 이건 야구 선수로서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류현진이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다면 다가올 첫 번째 기회는 오는 11월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프리미어12다. 그러나 여기엔 두 가지 변수가 있다. 우선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올림픽이 아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하는 국제대회에 빅리거들의 참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프리미어12는 초대 대회때 선수 차출 기준에 의거해 25인 로스터에 포함된 현역 빅리거의 출전을 불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류현진은 “현실적인 부분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리미어12에 참가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의 기준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이기는 하다.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나도 선수 신분이라 참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SS포토]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류현진 사인회
21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애리조나와의 홈 경기에 앞서 세월호 사고 피해자 돕기 기금 마련을 위한 사인회를 하고 있다. 앞서 류현진은 실종자 구조 작업에 써달라며 1억 원을 기부했다.2014. 4. 21.로스앤젤레스 (미 캘리포니아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하지만 야구 세계화와 올림픽 종목 유지 등을 이유로 올림픽 예선전 성격으로 치르는 프리미어12에 빅리거의 참가를 허용하는 쪽으로 규정이 손질되면 “참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현진은 지난 2013년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뒤 태극마크를 달 기회도, 한국 팬들 앞에서 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도 없었다. 류현진은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권리를 취득하지만 부담감은 전혀 없다”며 여건이 되는 한 대표팀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거듭 드러냈다.

메이저리거의 프리미어12 출전이 허용되더라도 여전히 변수는 남아있다. 바로 소속팀인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진출 여부다. 월드시리즈는 올시즌 류현진이 노리는 최대의 목표 가운데 하나다. 류현진은 일찌감치 시즌 20승 목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부상 없이 선발투수로 내 임무를 완벽히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모든 선수가 월드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삼는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즌을 치른다. 나 역시 다시 한 번 월드시리즈 무대에 선발로 나서는 것을 바라고 있다”이라며 20승 목표를 가슴에 품은 또다른 이유를 드러냈다. 류현진이 건강한 몸으로 시즌을 완주하고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경우 류현진은 선발진의 핵심요원으로 마운드를 지켜야 한다. 이 경우 프리미어12에 참가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워진다.

류현진은 “LA에 도착한 뒤 2~3일 정도 주변 정리를 한 뒤 곧바로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애리조나로 이동할 계획이다. 팀 훈련을 시작하면 구체적인 훈련 계획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몸상태가 좋다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올해도 다른 시즌과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한 시즌이다. 부상만 없으면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싫다”며 웃었다.

LG와 현대, 국가대표 야구팀에서 트레이닝 코치로 30년 경력을 쌓은 김용일 코치를 개인 트레이너로 고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부터 개인 트레이너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에는 여건과 상황이 맞지 않아 못했다. 2016년부터 김 코치님의 도움을 받았고 올해도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훈련 자체도 많았지만 코치님과 대화를 통해 정확한 몸상태를 진단하고 컨디션에 맞게 트레이닝 하는 방법을 익혔다는 게 큰 소득”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국내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세 차례 불펜피칭을 했고 타자를 세워놓고 던지는 시뮬레이션 피칭까지 마쳤다. 류현진은 “볼 개수도 만족스럽고 구위도 좋다. 투구하는 느낌이 좋아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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