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규
콘텐츠 제작 총괄 역할에 전념하고 있는 초이락컨텐츠팩토리 최신규 제작 총괄이 자신의 책에 언급한 성공 노하우 ‘간발의 차이가 세계를 제패한다’는 문구앞에서 사진촬영에 응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끈끈이’ ‘탑블레이드’ ‘카봇’ ‘터닝메카드’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장난감과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제작해온 ‘장난감 대통령’ 최신규(63) 전 손오공 회장. 환갑을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심의 세계에서 어린이들과 만나고 있다.

현재 초이락컨텐츠팩토리(이하 초이락)를 이끌고 있는 최신규 제작 총괄은 초등학교 3학년 중퇴의 무학으로 일가를 이룬 인물이다. 배움은 부족했지만 세계 최고 아동 콘텐츠 제작사인 미국 디즈니와 일본 반다이와 어깨를 나란히하며 한국형 아동 콘텐츠로 우리 아이들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최 제작 총괄은 그 어느 때 보다 바쁜 시기를 보냈다. 공룡을 소재로한 ‘공룡 카봇’과 ‘공룡 메카드’를 비롯해 ‘헬로카봇 쿵’ ‘요괴메카드’ 등 지난해 선보인 TV 만화와 극장용 영화, 이를 연계한 장난감 라인업까지 총괄 지휘하며 좋은 성과를 얻었다. 19세에 첫 사업을 시작해 45년여간 일궈온 사업의 경영은 아들 최종일 대표에게 일임하고 콘텐츠 제작에만 전념한 결과다.

인터뷰를 위해 온수동 초이락 사무실을 찾았다. 애니메이션에 들어갈 음악을 만들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나왔지만 동심에 빠져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며 그는 웃으며 기자를 맞았다.

- 장난감 대통령의 최근 근황이 궁금하다.

이제는 경영자가 아닌 콘텐츠 제작자 일에 전념하고 있다.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기획 단계에서 콘텐츠를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를 고민한다. 영화와 더불어 만들어야겠다는 것이 강해졌다. 20년, 30년 후를 보고 지금 미리 투자를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작업 중이다. 어벤져스, 이런 것들을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투자를 해 인지도를 쌓아 놓아야 한다. 그러면 내가 이 세상에 없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후배들이 응용해 빛을 낼 것이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사이클을 지나치게 짧게 보면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45년간 사업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다.

- 현재 작업 중인 일들은 뭐가 있나?

지난 10일 극장판 ‘공룡메카드 : 타이니소어의 섬’을 개봉했고 오는 31일 극장판 ‘헬로카봇 : 옴파로스 섬의 비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여름에 개봉할 애니메이션 제작도 진행 중이다. 음악과 노래는 거의 작업이 완성됐다. 영화를 하다 보니 노래를 먼저 만들어 놓고 들어가야겠더라. 노래 가사를 기반으로 시나리오와 같이 엮고 묶는 작업 중이다. 또한 3년 후 실사 영화를 내놓기 위한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최신규
초이락컨텐츠팩토리 최신규 제작 총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음악을 먼저 만들어 놓고 시나리오를 만든다는 것이 생소하다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가사에 시나리오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가사로 인해서 시나리오를 확장해 나가는 작업이다. 가사가 초안이 된다. 그렇게 하면서 하나로 만든다. 따로따로 만들면 어딘가 어색하다. 처음부터 기획이 들어간다.

2D 애니메이션은 그림을 그려 놓고 더빙을 해도 되지만, 3D 애니메이션은 사전에 준비를 해놓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 3D는 사전에 더빙을 준비해 놓고 들어가야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장난감 등을 준비해 두고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썼다. 그런데 나머지 것들이 완성 후 뒤늦게 음악과 노래를 넣으려다 보니 영상과 겉도는 경우가 많았다. 콘텐츠 내용과 음악이 잘 안 붙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먼저 노래를 만들고, 시나리오를 쓴 뒤 동영상을 만든다. 겨울왕국이 왜 잘됐는가를 분석해보면 그런 것들이 준비가 잘됐기 때문이었다.

- 지난해 2018년은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영화만 3개를 제작했으니 적어도 국내에서는 그런 예는 없는 듯하다. TV 시리즈는 투자를 받는 것도 아니고 자체 제작비로 만든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고 하면 투자자들도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 성공에 대한 믿음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더 어렵다.

‘공룡 카봇’, ‘공룡메카드’, ‘요괴메카드’, ‘코리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완결시켰다. 나 혼자만의 작업은 아니다. 아들인 최종일 대표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 아이디어가 많다. 연구도 많이 한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표로서 잘해나가고 있다. 내가 경영에 신경을 안써도 되니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내놓는데 속도가 붙었다.

- 공룡카봇, 공룡메카드로 해외에서 불어온 공룡 바람을 넘어서는 공룡 트렌드를 만들었다. 성과는?

공룡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다. 올해는 동물의 세계를 신경 쓰고 있다. 사자가 나오는 동물 시리즈가 나오고 있다. 처음으로 제작 총괄로 이름을 올린 ‘극장판 헬로카봇:백악기 시대’ 공룡메카드 시리즈는 성공적이었다. 아이들한테는 거의 하나씩 가지고 있는 필수 아이템이다. 이런 부분에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 관련 IP(지적재산권)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성급하게 나설 생각은 없다. 안전하게 하려면 탄탄한 회사와 스타트를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시장도 잘 모르면서 성급하게 나가는 것은 아닌 듯 하다. 하나하나 진출하고 있다. 대만 등에 조심스럽게 진출하고 있다.

최신규
초이락컨텐츠팩토리 최신규 제작 총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요괴메카드의 인기도 만만치 않은데

상황에 따라서 시장이 바뀌는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면 좋은 성과다.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내부적인 분위기는 성급하고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지 유통사가 얼마나 건실하고 탄탄한지, 진취적인지도 봐야 한다. 특히 이미 탄탄한 회사들은 미국과 일본 의 유명 IP를 유통한다. 우리 것을 잘 다뤄줄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한국에서 처음이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완구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고 특허도 있다 보니 유리하다. 하지만 급하게 서두지 않을 계획이다.

- 공룡 메카드와 요괴메카드의 성과는 터닝메카드 성과에 비해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터닝메카드가 워낙 높은 관심을 받다 보니 차기작 부담이 컸다. 가수가 하나의 빅히트곡을 내놓은 뒤 그 히트곡을 넘어서기는 힘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터닝메카드가 너무 뜨다 보니 이를 넘어서는 데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국내 소비량은 어느 정도 정해져있다. 야금야금 10명이 사느냐, 빵 터져서 10명이 한꺼번에 사나 결국 비슷하다. 10~20% 차이는 난다. 단 45년간의 사업에서 터닝메카드 만큼 주목을 받은 것은 없었던 것 같다.

- 초이락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IP를 선보인 한 해였다. 이러한 속도가 가능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터닝메카드가 몇 년전에 잘 된 이후 그 역량으로 그때 제작된 것이 많이 나온 것이다. 터닝메카드 전후를 보면 이전에는 일본이나 미국 것을 가져다 파는 시대였다라고 하면 이후는 우리 자체 것만 가지고도 운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술적인 변화도 있었다. 기술을 해외에서 가져와 일을 하다가 지금은 우리의 노하우로 만들고 있다. 개발 직원, 생산 직원도 많아졌다. 다른 것들을 가져다 팔았다면 영업부만 있었을 것이다.

- 초이락은 IP를 생산하고 장난감을 만들고 유통까지 하는데

디즈니 같은 대형 IP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저마다 라이선스를 확보하겠다고 나서고 라이선스 비용도 높아 장난감 등 캐릭터 비즈니스를 직접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초이락과 같은 규모는 이도 저도 아니다. 해외에서 IP를 가져와 하자니 우리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우리 것은 원하는대로 하고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관리가 쉽지 않다. 13살때부터 관리뿐만 아니라 만드는 기술도 있어 가능했다. 생산에 대한 노하우가 충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례로 터닝메카드도 투자를 받으려고 했는데 복고풍이라고 해서 안 된다고 했다. 더구나 애니메이션도 2D라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어떤 콘텐츠에 대해서 2D냐 3D로 나눠 제작해야 한다. 당시 3D가 주를 이루다 보니 터닝메카드는 투자를 못받았다. 당시 성공하지 못했다면 회사가 휘청했을 수 있었다. 순수 제작비만 180억원 들어갔다. 터닝메카드는 3D로 디자인한 후 2D화 시킨 작업을 한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감성적으로 정감있게 받아들여져야 했다. 더구나 3D는 12분이 지나면 피곤하다. 짧게 만들어야 했다. 2D는 30분까지 만들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런 기술적인 면이 반영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런 부분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

최신규
초이락컨텐츠팩토리 최신규 제작 총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끊이지 않는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45년간 휴가도 없이 지금까지 일을 해왔다. 일 중독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난 마음이 휴가여야 한다고 본다. 마음이 편해야 한다. 만들고 하는 것이 내 휴가다. 뜻대로 나와서 그런 성취감이 어디 있겠나. 돈도 많아도 큰 의미가 없다. 적절하게 가지고 사는 것이 좋다. 요즘 즐거운 것이 노래도 만들고 이 때문에 유명 가수들과 교류를 하면서 재미있게 작업 중이다.

직접 작사 작곡해 애니메이션에 삽입한 곡들이 유튜브에서만 ‘엄마 얼굴’(80만), ‘공룡보러 가자’(240만), ‘당근’(120만), ‘구하라’(160만), ‘바라봐라’(47만) 등 수백에서 수십만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 지난해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이 있다면?

지난해 정말 긴장했다. 영화를 제작하면서 ‘헬로카봇 : 백악기 시대’에 처음으로 총감독에 이름을 넣었다. 다행히 굉장히 좋았다. 과거에는 초기 기획부터 많은 부분에서 관여했어도 내 이름을 넣지 않았다. 지난해 전면에 나설 때가 왔다고 생각했고 지난해 드디어 이름을 건 첫 작품을 내놓았다.

다행히 카봇부터 공룡메카드 등 반응이 어느 때보다 좋았다. IP TV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음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자신감도 있다. 지금도 영화 제작을 하고 있다. 바쁘게 살고 있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나 만큼 히트를 친 제작자도 없을 것이다.

- 앞으로의 미래도 궁금하다. 어떤 ‘사고’를 칠 준비하고 있는지?

초이락에서 대작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을 4월이나 5월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에 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에 집중하면서 애니메이션 제작을 돕고 있다. 앞으로 음악에서는 성인가요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작사 작곡을 하고 있다. 조만간 유명 가수가 내 곡으로 발표를 할 예정이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실사 영화 제작도 준비중이다. ‘트랜스포머’와 ‘나홀로 집에’를 결합한 실사 영화로 기획되고 있다.

jwkim@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