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당당하게 '덕질'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팬TALK'은 팬이 직접 말하는 스타의 '입덕 포인트'와 이젠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은 다양한 '팬덤(fandom)'의 특징을 집중 조명하는 코너입니다.


◇ 팬 자기소개서


스타: 방탄소년단(RM, 슈가, 진, 제이홉, 지민, 뷔, 정국)


팬덤 공식 명칭 : 아미(A.R.M.Y)


뜻 : 1) 영어로 '군대'라는 뜻. 방탄복과 군대는 항상 함께하므로 팬클럽과 방탄소년단도 항상 함께라는 의미.

2) '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의 약자로 '청춘을 위한 사랑스러운 대표자'라는 뜻.


팬클럽 창단일 : 2014년 03월 29일


응원도구 : 아미밤


'입덕 포인트' 한 줄 요약 : 공감과 치유의 메시지 (ft. 비현실적 외모+화려한 퍼포먼스)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7명의 소년 '방탄소년단(BTS)'. 2018년은 그야말로 BTS의, BTS에 의한, BTS를 위한 한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규앨범 두 개로 연달아 '빌보드 200' 1위란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한국 가수 최초로 유엔 정기총회 연설까지. 그간 K팝이 약세를 보였던 미국, 유럽 시장까지 강타하며 그야말로 'BTS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러한 방탄소년단을 완성시킨 주인공 중 하나는 팬덤 '아미(A.R.M.Y)'였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단결력이 뛰어난 팬덤으로 평가받는 아미는 줄곧 방탄소년단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왔다. 이젠 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이 '아미'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드물다. 문재인 대통령도 "BTS와 함께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팬클럽 '아미'를 응원한다"고 말할 정도다.


지금은 아미가 없는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지만, 시작부터 거대한 팬덤은 아니었다. 2013년 6월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10개월 만인 2014년 3월, 첫 팬클럽 창단식을 가졌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3000여명의 팬들이 모였고 이들은 '아미'가 됐다. 팬들이 신청한 수많은 이름 중에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직접 선택한 이름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컸다. 3000여 명으로 시작된 아미는 이제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아미를 자신들의 '의지'이자 '행복'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아미에게 방탄소년단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 1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제28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에서 수많은 아미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 '공감' 그리고 '치유', BTS를 사랑하게 된 이유


나이 불문, 국적 불문의 거대 팬덤을 자랑하는 아미지만 이들은 이례적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아미가 방탄소년단에 빠지게 된 데는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퍼포먼스도 있었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다. 그 중심엔 바로 방탄소년단이 전한 '메시지'가 있었다.


"전 꿈이 없거든요. 그래서 혼자 좌절감을 많이 느꼈어요. 그때 방탄소년단 노래 '낙원' 중 '꿈이 없어도 괜찮아'라는 가사를 듣고 펑펑 울었어요. '난 왜 이렇게 살까' 절망했는데 저를 다독여줬어요." -박영란(31)


"슈가의 믹스테이프 중 '더 라스트(The last)'란 노래 가사를 듣고 눈물이 났어요. 대단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평범한 사람들이랑 똑같이 힘들고, 외롭고, 아프구나. 그럼에도 희망을 노래하는 그를 보며 위안을 받아요." -김하늘(16)


"방탄소년단을 알게 될 때쯤이 대학교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할 때였어요. '아무도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좌절감이 들며 방황기를 겪었는데 청춘의 아픔을 같이 공감하고 위로해주며 동시에 희망도 주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통해서 힘을 얻었어요." -최윤지(27)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고민과 치유 과정을 노래를 통해 여실히 드러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성장에 대한 불안과 아픔에 대한 진솔한 노래에 아미들은 공감했고,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힐링이었고, 7명의 소년들이 전한 메시지는 치유였다"고 말했다.


▶ "LOVE YOURSELF" 신념과 가치를 나누는 동반자가 되다


방탄소년단은 2년여 전부터 시리즈 앨범과 각종 캠페인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란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메시지는 많은 아미들의 삶에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나는 못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이젠 친구들과 서로 '러브 유어셀프 하자'며 다독이고 이겨내요." -박현지(21)


"거울을 볼 때마다 제 얼굴에 자신감도 없고 소심한 성격이라 늘 주눅 들어 있었어요. 그런데 RM의 유엔 총회 연설을 듣고 저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어요. 저 자신을 어떻게 사랑하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정모양(18)


"여러분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아라."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방탄소년단을 대표해 마이크 앞에 선 리더 RM은 자신의 성장 스토리를 곁들인 7분여의 연설로 전 세계인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들의 '당신 자신을 사랑하라'는 꾸준한 외침은 외국인의 삶에까지 깊숙이 스며들었다.


"고민이 있을 때, 부정적인 기분이 들 때 '자신을 사랑하자'는 그들의 메시지가 자주 생각나요." -스미요시 유이(22·일본)


"평소 자존감이 너무 낮아 혼자 좌절할 때가 많았는데 방탄소년단이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해줘서 저를 많이 아끼게 됐어요." -에밀리(19·호주)


이미 아미에게 방탄소년단은 스타 그 이상의 존재였다. 이들은 신념을 공유하고 가치를 나누는 동반자처럼 보였다. 아미는 방탄소년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든 걸 견딜 수 있는 힘이 되고, 존재 자체로도 웃을 수 있게 해주는" "내 삶을 위로해주는 존재" "영감을 주는 소년들" "힘들 때는 위로하고 기쁠 때는 함께 기뻐하는 동반자"


▶"우리는 서로의 팬" 아미의 심장을 저격한 BTS의 '말말말'


이쯤에서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떤 말들이 아미들의 마음을 울리고 다독였을까. 다음은 아미가 직접 꼽은 감명 깊은 노래 가사와 멤버들의 말들이다.


"여러분의 아픔이 100이고 우리가 그 100을 99 98 97로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저희의 존재 가치는 충분합니다" (윙스투어 콘서트 마지막날 RM의 엔딩 멘트)


"여러분들이 저희를 자랑스러워는 하는 자부심은 곧, 저희들의 자부심" (2018 MAMA 대상 수상 소감)


"우린 이미 서로의 의지. 아미와 함께한 순간, 그 모든 것이 제가 가진 행복" (2018 홍콩 MAMA 수상 소감)


"추락은 두려우나 착륙은 두렵지 않다" (슈가 인터뷰 中)


"실수로 생긴 흉터까지 다 내 별자리" ('앤서 : 러브 마이셀프' 中)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맘속에다" ('매직숍' 中)


"I'm the one I should love in this world(이 세상에서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은 나야)" ('에피파니' 中)


이날 '제28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방탄소년단은 역시 아미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들은 "우리의 음악이 여러분을 향한 팬레터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서로의 팬이고 서로의 아이돌일 것"이라며 감동적인 소감을 전했고, 아미는 함성과 눈물로 기쁨을 함께했다.


▶ 기부→한글 배우기…BTS가 끌고 아미가 미는 '선한 영향력'


방탄소년단을 통해 치유받은 아미들은 응원을 넘어 팬덤의 이름으로 다수 기부 활동에 참여, 사회에도 기여하며 팬 문화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가수와 팬이 각자의 위치에서 '선한 영향력'을 펼치며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부터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을 통해 앨범 등 수익금을 유니세프에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무려 1년 만에 약 18억5000만 원의 기부액을 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탄소년단 사진으로 만든 이모티콘과 굿즈(기념품)를 아미들이 구입해 기부로 이어진 금액만 무려 3억원이 넘는다.


"기부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구나를 느꼈어요. 기부를 시작하는 큰 계기가 됐죠." -정선이(16)


"콘서트 때 봉지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모아서 버린 적이 있어요. 방탄소년단이 공연한 날인데 콘서트장이 더러우면 안 되잖아요?" -성채현(17)


글로벌 팬덤답게 해외 팬들의 선행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보호단체 '나눔의 집'과 원폭 피해자들에게 방탄소년단 해외 팬들은 꾸준히 후원에 동참하며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 노래의 한국어 가사와 그에 담긴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해외 아미들 사이에선 한글 배우기 붐까지 일고 있다.


"아직은 서툴지만 방탄소년단의 메시지를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제 주변 호주 아미들도 함께 BTS의 노래를 통해 한국어를 접해요" -에밀리(19·호주)


▶"다치지만 않았으면" 아미, 데뷔 7년 차 BTS에 바라는 점


방탄소년단에게 2019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10월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 체결 후 새롭게 맞는 해이고, 보통의 아이돌 그룹이 겪는 '마의 7년 차' 위기를 뛰어넘어 또 한 번 도약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K팝의 '최초, 최고, 최다' 기록을 쓴 방탄소년단에게도 재계약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최근 시상식에서 "해체를 고민했다"는 수상소감이 그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짊어졌을 '왕관의 무게'를 짐작케 한다.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쉴 틈 없는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니 체력적 부담과 심적 압박도 상당했을 터. 그럼에도 방탄소년단은 소속사에 대한 신뢰와 항상 곁을 지켜주는 아미를 생각하며 또 다른 7년을 약속했다.


2019년, 아미가 방탄소년단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오직 방탄소년단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한 방탄소년단에 대한 고마움과 애틋함도 덧붙였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그냥 건강하고 다치지만 말아줘요." -양다연(14)


"부담 갖지 말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최윤지(27)


"안 힘들었으면 좋겠어요. 유명해지면서 체력적으로도 그렇지만 마음의 상처도 많아졌을까 봐 걱정이에요." -조이현(16)


"BTS의 비행에 아미가 늘 함께한다는 거 잊지 말아요." -박현지(21)


이제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로 발전했다. 팬과 스타를 넘어 서로 의지하는 '동반자'가 된 방탄소년단과 아미, 서로가 함께라면 이들의 비행은 어느 곳을 향하던 순항이지 않을까.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ㅣ김도훈 조윤형기자 dica@sportsseoul.com


영상ㅣ조윤형기자 yoonz@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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