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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괴물’ 김민재(23·전북)의 프리미어리그 입성은 정말 가능할까?

김민재는 이번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중국 슈퍼리그의 베이징 궈안 이적에 근접했다. 베이징이 처음 제안한 이적료는 900만 달러(약 101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은 김민재의 연봉으로도 4년 총액 1500만 달러(약 168억원)를 책정했다. 전북과 김민재 모두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이적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계약이 임박했다.

그런데 베이징과의 협상이 마무리될 시점에 잉글랜드의 왓퍼드가 등장했다. 왓퍼드가 김민재 영입 가능성을 타진한 것은 사실이다. 백승권 전북 단장도 복수의 매체를 통해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당장 협상이 진행될 정도의 공식 제안은 아니었다. 이미 성사 직전까지 간 베이징과의 협상을 틀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왓퍼드는 꽤 오랜 시간 김민재를 지켜봤다. 러시아월드컵 전부터 김민재를 관찰하고 호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민재가 왓퍼드로 입성하려면 절차가 까다롭다. 우선 비유럽선수는 워크퍼밋(노동허가서)을 받기가 어렵기다. 워크퍼밋 발급 조건은 복잡하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서 직접 따져봐야 결론을 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워크퍼밋을 받으려면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과 김민재의 A매치 소화 비율이 모두 충족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국의 현재 FIFA랭킹은 53위다. 31~50위 안에 진입해도 2년간 A매치의 75% 이상을 뛰어야 한다. 김민재는 약 42%를 뛰었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프리미어리그에서 인정할 만큼 거액의 이적료, 연봉을 지급해야 하는데 왓퍼드는 그럴 만한 여력이 있는 팀이 아니다. 왓퍼드가 구상하는 이적료는 600만 달러(약 67억원) 수준이다.

당장 워크퍼밋이 나오지 않는다면 왓퍼드가 일단 김민재를 영입하고 위성구단인 이탈리아의 우디네세, 스페인의 그라나다로 임대를 보낸 뒤 조건을 충족시킬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이 있다. 실제로 프리미어리그의 복수 구단이 이러한 방식으로 어린 선수를 키우기도 한다. 왓퍼드도 구상 안에 넣은 방안 중 하나로 알려졌다. 워크퍼밋이 나오기 전까지 임대 생활을 하는 게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름이 돼도 워크퍼밋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여러 난관이 예상되기 때문에 왓퍼드의 김민재 영입설은 베이징과의 마무리 협상에서 유리한 자리를 점하려는 전북의 움직임이라는 축구계 관측도 나온다. 전북은 베이징으로부터 가능한 많은 이적료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래가 창창한 거물 수비수를 보내는 팀 처지에선 당연하다. 그러나 의외의 변수가 발생했다. 톈진으로 떠난 최강희 감독이 김민재 영입을 추진해 베이징과의 경쟁 관계가 형성될 경우 몸값이 더 올라갈 수 있었지만 톈진은 모기업 사건으로 인해 공중분해 됐고 최 감독마저 설 자리를 잃었다. 이제 베이징 홀로 전북과 협상하고 있다. 경쟁자가 없어진 상황이라 베이징은 굳이 더 많은 이적료를 지출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은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야 하는 입장이다.

김민재를 향한 폭발적인 관심이 자칫 선수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실적으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럽행을 강요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행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은 이해할 수 있지만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는 선수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민재를 향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지만 이로 인해 선수를 과하게 압박하는 현상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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