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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두바이=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쉽지 않는 결정임에도 파울루 벤투 축구 대표팀 감독은 선수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 대회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가족 결혼식 참석차 일시 귀국을 원한 이청용(보훔)의 요청을 받아들여 눈길을 끌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19일(한국시간) “이청용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18일 훈련을 마친 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떠나 한국으로 일시 귀국했다. 한국에서 하루만 머문 뒤 20일 오전 다시 두바이에 도착해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청용은 한국과 UAE를 오가는 항공편 안에서 이틀 밤을 보내야하는 고된 일정에도 불구하고 가족 결혼식 참석을 원했고,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도 논의 끝에 이청용의 개인 일정을 허락하기로 결정했다. 이청용은 오는 19일 훈련만 한차례 불참하게 되고, 20일 훈련부터는 대표팀에 복귀하게 돼 바레인과의 16강전을 소화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축구 대표팀 내에서 대회 중에 선수가 개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팀을 잠시 떠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대표팀 소집 기간에 출산, 가족 결혼 등이 있더라도 팀을 떠나는 경우가 없었다. 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경우에는 아내의 출산이나 자녀의 입학, 졸업 등의 중요한 가족 행사가 있을 경우 선수에게 휴가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문화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가족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퍼져있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낯선 장면이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와중에 가족 행사로 인해 개인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벤투 감독은 이번 결정을 통해 그동안의 고정 관념을 깨버리는 동시에 새로운 대표팀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은 가족애가 강한 지도자로 잘 알려져있다. 아시안컵이 열리는 UAE에도 벤투 감독의 가족들이 대표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

물론 대표팀 내에서 팀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지만 선수들에게는 가족도 그만큼 중요하다. 이전과 같이 무조건적인 통제보다는 일정상 가능하고,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대표팀 소집 기간 중에 잠시 팀을 떠나는 것이 선수단 분위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은 이번 이청용의 일시 귀국을 허락해 주면서 새로운 대표팀 문화의 시작을 알렸다. 앞으로도 사령탑과 선수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전에 없었던 ‘벤투호’만의 문화가 자리를 잡길 기대해본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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