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모에즈 알리
카타르 공격수 알모에즈 알리가 북한과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전반 선제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캡처 | 아시안컵 공식 트위터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북한 축구의 쇠퇴기가 아시안컵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022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에도 속절없이 와르르 무너졌다.

북한 축구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셰이크 칼리파 국제 경기장에서 끝난 2019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카타르와 경기에서 알모에즈 알리에게 해트트릭을 내주면서 0-6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2전 2패(승점 0·골득실 -10)를 당한 북한은 레바논과 조 최하위로 밀려났다. 레바논(승점 0·골득실 -4)전에서 대량 득점 승리를 거두면 조 3위가 가능하나, 현실적으로 16강 진출이 어려워졌다. 2연승의 카타르(승점 6·골득실 +8)는 사우디(승점 6·골득실 +6)에 골득실에 앞서 조 선두로 올라섰다. 사우디와 최종전서 비기기만 해도 1위가 가능하다.

북한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첫 판에서도 팀의 기둥 한광성이 퇴장하는 등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다가 0-4로 졌다. 이날 김영준 북한 감독은 공격 지향적인 축구로 반전을 선언했으나 초반 잠깐 공세를 펼쳤을 뿐 킥오프 9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왼쪽 측면에서 아크람 아피프가 낮게 차올린 공을 알모에즈 알리가 왼발로 차 넣었다.

카타르는 2분 뒤 추가골까지 성공했다. 이번엔 오른쪽에서 나왔다. 아피프의 롱패스를 받은 하산 알 하이도스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문전 가까이 깔아찼다. 알리가 감각적인 오른발 뒤꿈치 슛으로 돌려넣었다. 북한은 전반 21분 리운철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그나마 위협적이었을 뿐 실점 이후 카타르의 빠른 공세에 밀렸다. 특히 북한이 만회골 사냥을 위해 전진할 때 카타르는 측면에서 빠르게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결국 전반 43분 또 한 골을 추가했다.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아피프가 북한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볼을 경합하러 나왔을 때 문전을 향해 높게 공을 띄웠다. 이때 부알렘 쿠키가 북한 수비수와 공중볼 경합을 여유있게 이겨낸 뒤 머리로 받아넣었다.

후반 들어서도 북한의 반전은 없었다. 킥오프 10분 만에 알리가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북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뒤 동료의 침투 패스를 받았다. 골키퍼가 뛰쳐나왔으나 가볍게 왼발로 툭 차 넣었다. 대회 첫 해트트릭의 주인공이 됐다. 알리는 5분 뒤에도 역습 상황에서 왼발로 개인 네 번째 골까지 해냈다. 지난 레바논과 첫 경기에서 선제 결승포를 해낸 그는 북한전 4골을 추가해 2경기 5골로 이란의 사르다르 아즈문(3골)을 제치고 득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북한은 반격에 대한 간절한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시종일관 몸이 무거웠고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마무리 패스의 정확도가 결여됐다. 오히려 후반 23분 압델카림 하산에게 여섯 번째 골을 얻어맞았다.

북한
캡처 | 아시안컵 공식 트위터

북한은 인천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은 요른 안데르센 감독이 떠난 뒤 만 36세 김영준 감독이 부임했으나 특유의 끈끈함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성혁(이탈리아 US아레초) 정일관(스위스 루체른) 박광룡(오스트리아 장 폴텐) 한광성(이탈리아 페루지아) 등 이번 대회 유럽파를 모두 불러들였으나 조직력에서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안컵에 앞서 지난달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전서 1-1 무승부, 바레인전서 0-4 완패를 당하는 등 평가전서부터 흔들렸다. 결국 본선 무대에서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평가전 포함, A매치 3경기 연속 골 없이 대량 실점하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한때 아시아 무대 다크호스로 군림하던 북한 축구 위상에 금이 가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