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이승우가 지난 9일 UAE 두바이 SSAD 알맘자르에서 훈련하던 중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아부다비=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김현기기자]‘막차’로 탑승한 이승우는 아시안컵에서 뛸 수 있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019년 UAE 아시안컵에서 2연승을 기록했음에도 경기력 부진 논란에 빠진 가운데 이승우의 출전 여부가 주목 받고 있다. 수비는 무실점으로 큰 문제가 없지만 화력 부족이 벤투호의 고민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승우가 벤투 감독 아래선 좀처럼 뛰지 못하고 있어 갈수록 강팀과 상대할 한국의 일정에서 그의 대반전 확률이 얼마나 되는 지 가늠할 수 없다.

이승우는 자신의 21번째 생일인 지난 6일 부상으로 낙마한 나상호 대체 자원으로 전격 합류, 또 한 번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그야말로 깜짝 소식이었다. 이승우는 지난 해 6월 러시아 월드컵 전격 승선에 이어 8~9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준결승 베트남전, 결승 일본전 연속골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 부임 뒤엔 철저히 외면 받았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출신이다. 이승우가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오랜 기간 지냈던 점을 감안하면 대표팀 내 위상 하락은 의외였다. 이승우는 지난해 9월 벤투 감독 데뷔전인 코스타리카전에서 후반 37분 교체투입된 것이 전부다. 코스타리카전 나흘 뒤 열린 칠레전을 시작으로 10월 우루과이전, 파나마전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11월 호주 원정 2연전 명단에선 아예 빠졌다. 벤투 감독은 같은 포지션에 다른 선수들이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승우는 자신의 계획에 없는 선수란 뜻이었다.

여기서 물러설 이승우가 아니었다. 소속팀인 이탈리아 세리에B 헬라스 베로나의 주전을 확실히 꿰차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탈리아 우승 멤버인 파비오 그로소 감독은 베로나가 위기에 봉착하자 이승우를 주목, 그를 쓰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24일 팔레르모전부터 선발 입지를 되찾은 이승우는 지난달 30일 포지아전까지 6경기 연속 주전으로 뛰었다. 프로 무대 첫 풀타임, 2연속 풀타임에 이어 포지아전에선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골까지 폭발시켰다. 이렇게 되자 벤투 감독은 마침 부상으로 아시안컵 출전이 불투명한 나상호 대신 이승우를 호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금 대표팀은 오프시즌인 한·중·일 3개국 리그 선수들의 컨디션이 뚝 떨어져 고민이다. 이승우는 한창 시즌 중인 유럽에서 펄펄 날고 있어 컨디션이 괜찮은 편이다. 이승우는 3주 휴식기를 맞아 한국에서 잠시 쉬던 중 부랴부랴 짐을 챙겨 UAE로 떠났다.

러시아 월드컵 만큼이나 극적으로 엔트리에 들었으나 현실은 쉽지 않다. 벤투 감독이 비교적 쉬운 상대인 필리핀 및 키르기스스탄과의 대결에서 그를 철저히 외면했기 때문이다. 엔트리 23명 중 공격수 및 미드필더가 총 12명인데, 이 중 단 1분도 뛰지 못한 선수는 손흥민과 이승우 뿐이다. 손흥민이 소속팀 토트넘 일정 관계로 아직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을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승우 혼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동원, 주세종도 조금씩 출전 시간을 얻었으나 벤투 감독의 구상에 아직까지 이승우는 없었다. 한국이 두 경기에서 각각 한 골로 공격에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에 가장 최근까지 리그에서 골을 뽑은 이승우의 연속 결장에 물음표를 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대표팀은 이제 조금씩 강한 상대와 만나며 59년 만의 아시아 정상에 본격 도전한다. 16일 중국전을 시작으로 16강 토너먼트부터는 이란, 일본,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했던 팀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을 적용하면 이승우의 출전 기회는 더욱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선 “이승우가 대체 합류했을 때부터 그의 출전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전망은 나왔다”고 한다. 유럽 출신임에도 상당히 보수적인 벤투 감독의 선수 기용 방식을 고려하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석이다. 그러나 뒤늦게 합류, 중동의 시차와 날씨 적응을 마친 만큼 중국전부터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지금 대표팀 공격은 손흥민 합류 여부를 빼더라도 어느 정도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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