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선제골

[알 아인=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또 한 번 짐땀승이었다. 축구국가대표 ‘벤투호’가 키르기스스탄에 한 골 차 승리를 따내며 아시안컵 조별리그 2연승에 성공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2차전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전반 41분 터진 김민재 헤딩 결승포로 1-0 신승했다. 필리핀전(1-0 승)에 이어 2연승한 한국은 승점 6(골득실 +2)으로 중국(승점 6·골득실 +4)에 골득실에 뒤진 2위를 마크했지만 조기 16강행을 확정했다. 오는 16일 중국과 최종전에서 조 1위 자리를 두고 겨룬다. 키르기스스탄은 2패째(승점 0·골득실 -2)로 필리핀(승점 0·골득실 -4)과 3위를 경쟁한다.

닷새 전 필리핀전에서 상대 밀집 수비에 고전한 한국은 비슷한 형태로 나선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선봉에 필리핀전 결승골 주인공 황의조가 변함 없이 나선 가운데 2선엔 발가락을 다친 이재성 대신 이청용이 왼쪽 측면에 배치됐다. 구자철, 황희찬과 호흡을 맞췄다. 중원에도 역시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기성용 대신 황인범이 정우영과 섰다. 또 필리핀전 왼쪽 풀백을 책임진 김진수 대신 부상에서 돌아온 홍철이 투입돼 김영권, 김민재, 이용과 포백 수비를 구성했다.

한국은 2선과 후방 수비 간격을 최대한 좁힌 채 수세적으로 나선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측면 빌드업을 통해 쉴 새 없이 몰아붙였다. 필리핀전 후반 조커로 투입돼 반전 디딤돌을 놓은 이청용을 중심으로 공세를 펼쳤다. 전반 12분 구자철이 예리한 오른발 슛을 시도하며 예열했다. 그러나 중국과 첫 경기에서 1-2로 졌지만 선제골을 넣는 등 만만치 않은 저력을 뽐낸 키르기스스탄은 전투적으로 뛰며 한국 공격을 막아섰다. 갈수록 한국 패스 정확도가 떨어졌고, 문전에서 세밀한 연계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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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가 12일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슛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오히려 한 두번 예리한 역습을 펼친 키르기스스탄에 선제골을 내줄 뻔했다. 전반 33분 코너킥 기회에서 문전 혼전 중 상대 공격수가 골키퍼 김승규와 맞섰다. 슛이 다행히 김승규 가슴을 향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흔들린 한국은 수비 진영에서 어이없는 패스 실수가 나오는 등 갈수록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청용이 구자철의 낮은 크로스를 받아 한 차례 노마크 기회를 잡았지만 회심의 슛은 골문 위로 떴다.

그러다가 반전 열쇠가 된 건 세트피스다. 전반 41분 코너킥 키커로 나선 황인범이 골문 가까이 차 올렸다. 이때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김민재가 돌고래처럼 솟아올라 머리로 받아넣으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지난 필리핀전보다 태극전사 대부분 컨디션이 나아진 흔적이 보이지 않았는데, 가장 중요한 선제골을 전반에 해내면서 분위기를 돌려세웠다.

패하면 16강이 불투명한 키르기스스탄은 후반 들어 측면 수비 자원의 공격 가담을 늘리면서 조금씩 반격했다. 한국은 이청용과 황희찬 뿐 아니라 홍철과 이용 두 풀백이 더욱 전진해 키르기스스탄 수비 뒷공간을 흔들려고 애썼다. 하지만 쉽게 상대 골문을 열리지 않았다. 후반 7분 구자철이 페널티박스 왼쪽을 파고든 뒤 오른발로 감아찼지만 다시 골문을 벗어났다.

이후 여러 차례 위기가 왔다. 후반 11분 스로인 상황에서 중국전 골을 넣은 아흐리딘 이스라일로프가 결정적인 왼발 슛을 시도했으나 한국 수비 몸에 맞고 굴절됐다. 10분 뒤엔 미를란 무르자에프가 페널티 아크 오른쪽을 파고들어 예리한 슛으로 위협을 가했다. 키르기스스탄은 공격 숫자를 늘리면서 최소 슛까지 마무리하는 패턴을 이어갔다. 한국은 전진한 상대 라인을 깨뜨리며 몇차례 기회를 잡았지만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23분 27분 황의조의 헤딩, 왼발 슛이 연달아 골대를 때렸다. 4분 뒤엔 이용의 크로스를 황희찬이 문전 쇄도해 오른발을 갖다댔으나 또다시 골포스트 상단을 때리고 아웃됐다.

중국이 필리핀전서 다득점(3골) 경기를 했기에 조 1위 경쟁에서 부담을 느낄 법했다. 한국은 지속해서 마무리 슛이 조급했다. 설상가상 후반 34분 이용이 상대 역습을 저지하려다가 경고를 받았다. 필리핀전에서도 경고 한 장을 떠안은 그는 경고 누적으로 중국과 최종전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벤투 감독은 구자철 대신 주세종을 넣은 데 이어 후반 36분 황의조를 빼고 지동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후반 39분 지동원이 왼발 슛이 골키퍼가 막히는 등 막판까지 70% 이상 볼 점유를 하고도 추가골에 실패했다. 벤투 감독도 답답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16강행을 확정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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