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포효하는 황의조
황의조(왼쪽)와 손흥민이 지난해 8월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부카시 페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전반 선제골을 합작한 뒤 주먹을 불끈쥐며 기뻐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1992년생 동갑내기 ‘특급 킬러’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장착한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 통산 6번째 득점왕을 배출할 수 있을까.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건 물오른 한국 공격수들의 화력이 본선 무대에서 얼마나 터지느냐다. 아시아 경쟁국들은 한국을 만나면 대체로 수세적인 경기 운영을 하다가 효과적인 역습으로 승부를 한다. 주요 대회에서 한국이 상대 밀집 수비에 고전해 의외의 결과를 떠안으며 굴욕의 역사를 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등 조별리그에서 만나는 한 수 아래 상대는 물론 호주, 일본, 이란 등 우승 경쟁국도 한국의 화력을 연일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펑펑 터지는 간판 공격수들의 골 소식이 자주 들리기 때문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가장 믿는 건 화력이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서도 주목하는 공격수 손흥민은 이번 대회 어느 상대 팀이든 한국 경계 대상 1순위다. ‘아시아의 발롱도르’로 불리는 베스트 풋볼러 인 아시아를 제정한 홍콩의 폭스스포츠 아시아는 최근 손흥민에게 통산 4번째 이 상을 안긴 뒤 6일(한국시간) 아시안컵에서 주목해야 할 공격수 6인을 선정하며 손흥민을 가장 먼저 소개했다. 이 매체는 ‘손흥민은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스타’라며 ‘(대한축구협회와)토트넘의 협의로 조별리그 초반 2경기에 결장하나 한국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할 것이다. 아직 26세이고 전성기까지 2~3년이 남아있어 더 무서운 선수’라고 언급했다. 아시안컵 차출 전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곤 있으나 손흥민의 최근 기세는 상대 입장에선 존재만으로도 두려울 수밖에 없다. 지난달에만 리그와 컵대회에서 7골 3도움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 후보에 오른 그는 5일 열린 트랜미어와 FA컵 64강에서도 9분 사이 1골 2도움 원맨쇼를 펼쳤다. 만 18세 독일 함부르크를 통해 유럽 1군 무대에 뛰어든 뒤 처음으로 공식 경기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아시안컵 출전을 앞두고 최고조에 올라 있다.

손흥민은 지난 2011년 카타르 대회에서 만 19세 막내로 참가해 인도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은 기억이 있다. 4년 전 호주 대회에선 주력 공격수로 뛰면서 우즈베키스탄과 8강 연장전에서 2골, 호주와 결승전에서 후반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는 등 준우승에 이바지했다. 이번 만큼은 ‘우승골’을 넣어 생애 첫 A대표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상대 팀을 더 머리 아프게 만드는 건 손흥민의 단짝인 황의조의 오름세다. 지난 시즌 J리그 후반기 6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는 등 한 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47경기를 뛰며 33골을 몰아넣었다. 손흥민을 제치고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에도 뽑혔다. 골 냄새를 맡는 특유의 위치 선정과 어려운 각도에서도 정확한 슛이 일품인 그는 아시아권 수비수들이 알고도 막기 어려워 하는 유형의 공격수다. 이미 지난 여름 손흥민과 금메달을 일궈낸 아시안게임에서 증명이 됐다. 대회 9골을 쏘아올리며 득점왕에 올랐다. 황의조는 아시안컵 출전이 처음이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서 손흥민, 황희찬 등 이번 대회에 나서는 공격수들과 우승까지 호흡을 맞췄기에 충분히 시작부터 제몫을 하리라는 기대가 있다.

믿고 쓰는 ‘손-황’ 듀오는 나란히 득점왕에 도전한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역대 5명의 득점왕을 배출했다. 한국이 두 번째 대회 우승을 차지한 지난 1960년 4골을 넣은 조윤옥이 첫 주인공이다. 이어 1980년 쿠웨이트 대회에서 7골을 터뜨린 최순호 현 포항 감독, 1988년 카타르 대회에서 3골을 터뜨린 이태호 전 대전 감독이 각각 득점왕에 올랐다. 이어 2000년 레바논 대회에서는 아직도 현역인 이동국(전북)이 6골로 최다 득점을 기록한 적이 있다. 가장 최근 득점왕은 2011년 카타르 대회에서 5골을 기록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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