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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2018년 영화계는 그 어느때보다 ‘입소문’의 힘이 대단했다. 또한, 시리즈물은 득세했고, 100억원대 이상 국내 대작들의 홍수 속 흥행작은 별로 없었다는 아쉬움이 컸다. 2018년 스크린 흥행 키워드를 짚어본다.

◇시리즈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올 한 해 동안 극장가에서 사랑받은 영화 톱10을 살펴보면 외화의 강세를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그나마 국내영화의 자존심을 지킨 것은 ‘신과 함께’ 덕분이다.

극장을 찾은 관객이 6년 연속 전체 누적 2억명을 돌파한 가운데, 1위는 지난 8월 개봉한 ‘신과 함께-인과 연’(김용화 감독)으로 1227만4996명을 기록했다. 특히 전작 ‘신과 함께-죄와 벌’과 더불어 대한민국 영화 사상 최초로 시리즈 두편이 모두 천만 영화를 기록하며 ‘쌍천만 시대’를 여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지난해 12월 20일 개봉해 올해만 587만여명을 모으며 5위를 기록한 ‘신과 함께-죄와 벌’을 포함해 2018년 관객수 톱10 안에는 무려 6편이 시리즈 영화라는 사실도 주목할만 하다. 2위에는 1121만2710명을 모으며 올해 첫 천만 영화가 된 ‘어벤져스:인피니티워’가 이름을 올렸고, ‘미션임파서블’ 여섯번째 시리즈를 가 된 ‘미션임파서블:폴아웃’(658만4915명)과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566만1128명)이 각각 4위와 6위를 차지했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544만8134명으로 7위가 돼 ‘프랜차이즈 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신뢰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블랙팬서
영화 ‘블랙 팬서’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또한, 9위에는 시리즈는 아니지만 ‘블랙 팬서’(539만9227명)가 올랐고, 순위권 밖이지만 19금 관람등급으로도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데드풀2’(16위·378만4602명)까지 더하면 2018년 극장가는 ‘마블 천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벤져스’와 ‘앤트맨’ 등과 함께 마블 히어로 물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곤지암
영화 ‘곤지암’ 제공|(주)쇼박스

◇입소문

영화관계자들은 올해 ‘프랜차이즈 영화’의 힘보다 더 맹위를 떨친 건 ‘입소문’의 힘이라고 보고 있다. 상반기 개봉한 ‘곤지암’(정범식 감독)과 지난 10월 31일 개봉해 현재까지 열풍을 일으키며 2018년 관객수 톱3에 오른 ‘보헤미안 랩소디’가 이를 증명한다.

‘곤지암’은 신인배우들을 주연으로 쓴 페이크 다큐 형식의 저예산 영화로 손익분기점이 60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체험형 스릴러라며 10대와 20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267만5575명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퀸의 프레드 머큐리가 그룹을 만들고 수많은 히트작을 만든 일대기를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문화적인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원곡의 힘이 워낙 대단하기 때문이지만, 극장가에서는 새로운 극장문화를 일으킨 영화라는 사실에 더 주목하고 있다. N차관람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게 했다고 할 만큼 재관람율이 높고, 싱어롱관에서 떼창을 부르고 팝콘을 던지며 보는 새로운 관람 문화로 젊은 관객층에게 어필한 게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것이다. 25일까지 누적관객수 876만5510명을 모은 ‘보헤미안 랩소디’가 과연 천만 고지를 밟을 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존 조 주연의 ‘서치’도 개봉 첫날은 6만명을 간신히 모았지만, 입소문을 타며 개봉 6일만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최종 누적관객수 294만9944명을 동원했다.

안시성
영화 ‘안시성’  제공|NEW

◇개봉시기

입소문의 힘이 컸다는 진짜 의미는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한 국내 기대작들이 예상 만큼 주목받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비롯해 지난해 12월 27일 개봉해 지난 연말 국내 영화 흥행 신화를 함께 쓴 ‘1987’(장준환 감독·최종 누적관객수723만1770명)이 10위(529만310명)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2018년 관객수 톱10 안에 든 영화들 중 8위에 오른 ‘안시성’(김광식 감독)이 유일한 국내작이다.

명당 협상
영화 ‘명당’(왼쪽)과 ‘협상’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CJ엔터테인먼트

지난 9월 추석 연휴를 겨냥해 개봉한 ‘안시성’은 약 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누적관객수 544만186명으로 손익분기점을 겨우 맞췄다. 각각 1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명당’(박희곤 감독)과 ‘협상’(이종석 감독)도 ‘안시성’과 같은 날 개봉해 맞불을 붙이며 관객동원에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와 달리 200만 고지에서 레이스를 멈춰야했다. 올 추석 전후 1주일 관객수는 지난해 동기간의 76.2%(CGV리서치센터 조사결과)에 불과했다는 사실로 대규모 제작비의 국내 영화들이 성수기에 출몰해 과열경쟁으로 제살깎아먹기를 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인랑-염력
영화 ‘인랑’(왼쪽)과 ‘염력’ 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NEW

그러나 이들보다 더욱 큰 충격을 준 영화들은 ‘인랑’(김지운 감독)과 ‘염력’(연상호 감독)이었다. 세계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다는 사실이 아니더라도 명감독과 강동원·한효주라는 톱스타가 뭉친 200억 규모의 영화라는 사실만으로 관심이 높았던 ‘인랑’은 89만8945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좀비 영화 ‘부산행’으로 천만 감독이 된 연상호 감독의 초능력 소재 영화로 관심을 모았던 ‘염력’은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실망감 속에 99만104명을 기록했다. 이들 영화 역시 ‘재미가 없다’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관객몰이에 실패한 영향이 크다는 사실도 ‘입소문’의 힘을 다시금 입증한다.

완벽한 타인
영화 ‘완벽한 타인’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오히려 순제작비 38억원을 들여 비교적 적은 규모로 만든 ‘완벽한 타인’(이재규 감독)이 528만8249명을 모았다. 2018년 관객수 11위의 기록이자, 국내작들만 놓고 보면 5위에 해당한다. 소소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재밌고 만듦새가 좋아 입소문이 탄데다 비수기인 지난 10월 31일에 개봉한 점도 흥행을 도왔다고 보고 있다.

[포토] \'더 서울어워즈\' 주지훈, 대세남의 손인사
배우 주지훈.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주지훈

많은 배우들이 열연한 스크린이지만, 유독 주지훈과 이성민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두 사람은 ‘신과 함께-인과 연’가 강타한 여름 극장가에서 웰메이드 작품으로 호평받은 영화 ‘공작’(윤종빈 감독)에서 함께 하며 497만4516명을 모으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포토] 영화 대상 차지한 \'공작\' 주지훈, 윤종빈 감독-이성민과 셀카
영화 ‘공작’의 주지훈(오른쪽)이 지난 10월 27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제 2회 더 서울어워즈’ 영화부문에서 이성민(왼쪽), 윤종빈 감독과 셀카를 찍으며 ‘공작’의 대상 수상을 기념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주지훈은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배우에 등극했고, ‘공작’의 성공까지 더해져 ‘신과 함께 공작’이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2018년 영화계에서 가장 흥행한 배우가 됐다. 또한, 지난 10월 개봉한 ‘암수살인’(김태균 감독· 378만9321명)에서는 본능적이면서도 빠른 두뇌 회전으로 관객들의 궁금증을 증폭하는 살인범 캐릭터로 눈길을 모으며 물오른 연기력을 과시했다.

이성민은 ‘바람바람바람’(이병헌 감독)부터 ‘공작’, 그리고 ‘목격자’(조규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로 관객들을 찾으며 믿고 보는 배우의 면모를 확인시켰다. ‘바람바람바람’에서는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 역으로 코미디를 선보이며 100만 돌파에 성공했고, ‘공작’으로는 위압감을 주는 북한 고위 인사 역으로 연기력을 입증하며 각종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싹쓸이했다. 또한, ‘목격자’에서는 위기감이 가득한 연기로 관객들의 긴장을 높이며 영화의 250만 돌파 흥행을 견인했다.

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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