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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사흘 전 동료에게 작심하고 쓴소리를 내뱉은 리버맨 아가메즈(우리카드)가 불꽃 같이 타올랐다. 리시브가 흔들리며 허망하게 1세트를 내줬지만, 아가메즈가 매섭게 살아나더니 토종들도 너나할 것없이 훨훨 날았다.
우리카드가 KB손해보험을 잡고 2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23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시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KB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1-25 25-22 25-14 25-20) 역전승했다. 시즌 10승(8패)째를 따낸 우리카드는 승점 30 고지를 밟았다. 반면 지난 18일 개막 16연패에 빠져 있던 한국전력의 첫 승 제물이 된 KB는 2연패(4승14패·승점 16)에 빠지면서 7위에 매겨졌다.
아가메즈가 양 팀 최다인 31득점으로 빛난 가운데 한성정도 17득점에 양 팀 통틀어 최고 수치인 공격 성공률 66.66%로 맹활약했다. 나경복도 13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KB는 펠리페가 22득점으로 분전했지만 공격 성공률 40%로 결정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고개를 떨어뜨렸다.
우리카드는 3라운드에만 세 차례 풀세트 경기를 치렀다. 2승1패를 기록했지만 승점 9를 따낼 수 있는 경기를 절반 수준인 5를 얻는 데 그쳤다. 지난 20일 OK저축은행전에서도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서다가 범실이 나오면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당시 30득점, 트리플크라운 활약을 펼친 아가메즈가 “선수들이 2-0으로 이기고 있을 때 끝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해결되지 않으면 봄배구에 어렵다”면서 강하게 질책했다. 팀 내 외국인 선수가 동료들의 자세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건 이례적이다. 그러나 경험이 많은 아가메즈는 시즌 초반부터 리더 구실을 하며 동료를 이끌고 있다. 신 감독도 훈련 과정에서 아가메즈의 견해를 지속해서 받아들이면서 국내 선수와 시너지를 위해 애쓴다.
1세트는 최악이었다. 지난 한국전력전에서 32개의 범실을 범한 KB가 초반부터 안정적인 리시브 뿐 아니라 주포 펠리페 외에 황두연, 손현종, 이선규 등 토종들이 연달아 득점에 가세하면서 우리카드를 몰아붙였다. 서브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우리카드가 오히려 리시브가 크게 흔들렸고, 아가메즈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2세트 초반까지도 마찬가지. KB 손현종이 개인 최다인 3연속 서브 에이스를 꽂으면서 우리카드를 몰아붙였다. 신 감독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KB는 고미바다 하현종, 최익제의 서브 득점까지 터지면서 포효했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저력이 있었다. 그 중심엔 아가메즈였다. 흔들린 동료들을 다잡은 그가 연속 서브에이스를 성공시키면서 분위기를 반전했다. 그러자 한성정, 김시훈의 오픈도 살아났다. 나경복이 상대 펠리페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저지하는 등 순식간에 점수를 19-18로 뒤집었다. 잘 버티던 KB 리시브가 크게 흔들렸다. 아가메즈가 21-20으로 앞선 상황에서 4차례 공격에 모두 성공, 2세트에만 11득점을 해내면서 웃었다.
주도권을 가져온 우리카드는 3세트 더욱 거세게 KB를 몰아붙였다. KB는 리시브가 무너지면서 펠리페가 단 1득점에 그쳤다. 블로킹과 서브에서도 점수를 얻지 못했다. 반면 우리카드는 블로킹 4개, 서브에이스 3개를 기록한 가운데 아가메즈(5득점) 뿐 아니라 한성정, 나경복(이상 6득점) 등 토종들이 고비마다 절묘한 오픈과 백어택을 해내면서 함께 살아났다. 4세트 우리카드는 더욱 여유로워졌다. 노재욱의 간결한 토스에 이어 아가메즈가 훨훨 날아올랐다. 조급해진 KB는 펠리페의 블로킹 네트터치, 황두연의 오픈 아웃 등 잦은 범실로 무너졌다.
우리카드는 이번엔 뒷심 부족을 노출하지 않았다. 수비에서 나경복과 윤봉우, 아가메즈 등이 가세하며 블로킹 5개를 잡아내는 등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 한때 KB 펠리페에게 퀵오픈, 블로킹을 내주며 18-17, 1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으나, 아가메즈, 한성정의 오픈과 나경복의 스파이크 서브 득점 등이 나오면서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아가메즈가 때론 강하게 선수를 질책하지만 그렇게 소통하면서 자신의 리듬도 찾더라”며 “특히 (나경복과 한성정 등) 어린 선수에게 애착심이 있다. 훈련 때부터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한다. 선수들도 그런 것을 기분 상하지 않고 아가메즈 스타일을 존중하면서 슬기롭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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