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래퍼 마이크로닷이 '부모 사기설'을 공식 사과하며 사기설이 풍문이 아닌 사실임을 인정한 가운데, 사기죄 적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20년 전 사건인데다 마이크로닷 부모의 해외 체류 등의 상황, 법적 절차와 민사상·형사상 처벌 가능성 등에 귀추가 모였다.


스포츠서울은 법률 전문가 윤제선 변호사(법무법인 창천), 이상욱 변호사(법무법인 영진)에게 마이크로닷 사태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윤 변호사는 마이크로닷 부모에게 민사상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 변호사는 민사적인 배상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형사 처벌에 대해선 두 변호사 모두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윤 변호사와의 질의응답이다.


- 충북 제천 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내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사의 대략적인 절차는 어떻게 되나?


사기죄 공소시효는 7년이지만, 피의자가 도피 목적으로 해외에 체류하면 공소시효는 중단된다. 마이크로닷 부모는 이 같은 사유가 적용돼, 경찰 측은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것 같다. 기존에 중지된 사건을 다시 진행하는 형식으로 내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닷에게도 구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건가. 피해자들의 구제는 어떻게 가능한 건지 궁금하다.


구제를 마이크로닷에게 묻기 어렵다. 법적으로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마이크로닷 부친이 재산이 있어야 물을 수 있다. 민사상으로는 소멸 시효가 완성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입장에선 형사상으로 합의금 형식의 변제를 받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닷 측도 피의자인 부모의 형을 최대한 경감시키기 위해서 합의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민사상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자 측이 공단을 통해 공시송달 판결을 받아놓고 10년마다 소 제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소멸시효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면 민사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20년 전 당시 이런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피해자가 수십 명에 달하고 금액도 큰 사건이다.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집단 소송의 형태를 띠는 것이 유리한가?


편리한 면은 있겠지만 이미 형사상으로 진행됐던 사건이니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인터폴과 공조할 가능성이 높다. 압류와 송환 절차가 궁금하다.


뉴질랜드에 협조를 요청해 송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리나라 형사 기관이 마이크로닷 부모를 강제로 데리고 오거나 재산을 압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국제적인 공조 형식으로 이뤄지는 거다.


-재판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지.


소재가 파악되는 상황인 만큼, 양측의 협조만 잘 이뤄진다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은 어떻게 산정되는 것인가?


피해를 입은 금액에서 현재까지의 이자를 계속 곱하는 형식으로 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합의금이 발생한다면 피해 금액에 이자, 위자료가 더해지는 것이 통상적인 경우다.


-마이크로닷은 피해자들에게 명예훼손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것이 실제로 가능한가?


명예훼손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명예훼손 두 가지로 나뉘는데,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란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경우다.


-마이크로닷 사태를 차치하고서라도, 일반적인 사기죄의 경우 가해자가 해외로 도피하면 현실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가.


사실 현재도 해외 도피자들의 모든 동선을 파악하기 어렵다. 지금은 공조가 더 잘 돼있는 편이라 소재를 파악하기는 이전보다 쉬워졌을 거다.


-양형 심리는 어떻게 참작될 것으로 보이는지.


사기는 사정이 어려워 이른바 '돌려 막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마이크로닷 부모 사건의 경우 계획적, 고의적인 정황이 보인다. 이민까지 했기에 죄질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나쁘다. 충분히 양형 요소가 된다.


◇ 다음은 이상욱 변호사와의 질의응답.


-민사적 해결 가능성에 대해 알려달라.


민사적으로 일반채권의 소멸시효가 10년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긴 하지만, 마이크로닷 부모 측이 사기에 대해 항변하지 않는다면 배상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연손해금은 일반적으로 사기를 친 날(피해자에게 돈을 편취한 날)로부터 연 5%를 가산할 수 있다.


-마이크로닷이 피해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구성요건에는 해당될 수 있겠지만, 마이크로닷 측이 명예훼손으로 피해자들을 고소한다고 하더라도 제반 사정을 감안한다면 검찰이 기소한다거나 법원이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닷 부모의 처벌 가능성은 어떻게 되나.


해외로 도주해 공소시효가 정지됐다. 처벌이 가능하다.


앞서 지난 20일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1997년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보증사기 등으로 친척과 이웃 등에게 당시 시가 기준 20억원을 들고 뉴질랜드로 도피성 이민을 갔다는 설이 불거졌다. 이에 마이크로닷 측이 "사실무근"이라 했지만,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면서 마이크로닷이 공식사과를 하는데 이르렀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한식당을 운영 중인 마이크로닷 부모는 20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YTN 뉴질랜드 리포터와의 통화에서 "여권을 만드는데 2~3주 걸린다. 여권을 만드는 대로 한국에 입국해 사실관계를 파악할 것"이라고 알렸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