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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현정기자]“16년간 쉼없이 달려온 ‘천사들의 편지’가 작별을 고하는 이유는.” 세밑의 훈훈한 풍경이던 스타와 아기가 함께 흑백의 사진에 어우러진 사진전 ‘천사들의 편지’가 16년간의 대장정을 마친다. 사진작가 조세현(60·중앙대 석좌교수)과 대한사회복지회가 국내 입양 인식개선을 위한 사랑의 사진전 ‘천사들의 마지막 편지 〈안녕〉’이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서울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관람객과 만난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2003년부터 연말마다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밝혀주던 사진전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천사들의 편지’의 대미를 장식한 모델은 배우 정우성과 인기그룹 워너원의 강다니엘이다.
‘천사들의 편지’는 지금까지 354명의 스타 및 사회 저명인사, 348명의 아이가 참여해 입양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입양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전시회 무렵 입양문제를 둘러싼 이슈가 활발하게 제기됐고 입양법 개정, 입양의 날 지정, 공개입양 등 바람직한 입양문화조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국내 입양률이 20% 정도인데 ‘천사들의 편지’ 사진속 아기들의 입양률은 무려 92%다.
아울러 조세현 작가는 미혼모가 떳떳하게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해왔다. 16년간 사진전 ‘천사들의 편지’를 이어오면서 배우 김정은이 총 8회로 가장 많이 참여했고 배우 고소영과 서현진은 아동과 미혼모가정에 고액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최근 서울 한남동의 사무실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조세현 작가는 어느 사회복지사의 전화 한통으로 시작된 16년간의 사진전이 일궈낸 눈부신 성과에 뿌듯해하면서도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천사들의 편지’ 10주년 책을 들춰보며 그간 모델로 나섰던 아기들과 스타들이 떠오르는듯 미소지었고 조만간 16주년 기념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세현 작가는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의 인물사진, 광고 사진으로 유명한 정상의 사진가로, 2000년부터 노숙인, 입양아, 장애인, 이주민, 소수민족 등을 위한 재능기부활동을 펼쳐와 2011년 소외계층 복지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UN난민기구 공로상, 올해의 패션사진가상, 문화봉사 표창장, 이해선사진문화상 등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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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천사들의 마지막 편지-안녕’에 모델로 참여한 배우 정우성과 조세현 작가. 사진|아이콘스튜디오 제공
- ‘천사들의 편지’가 어느덧 마지막이다. 그동안 많은 성과가 있어서 섭섭하면서도 후련하다. 첫해 전시회를 보고 감동받아 배우자와 함께 전시장을 다시 찾았다가 아이를 입양한 유명 인사도 있다. 혈연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공개입양이 자연스러워졌고 옛날엔 ‘입양’이란 단어를 들으면 해외입양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국내 입양도 많아졌다. 입양이 소설의 주제도 되고 입양에 대한 시선도 많이 달라져 소기의 목적을 거둔 것 같다. ‘천사들의 편지’ 사진전을 시작한지 3년 만인 2006년 제1회 입양의 날(5월11일)도 정해졌고 내가 대통령 표창도 받지 읺았나. 단 한명이라도 더 가족을 만나게 해줘야 한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 때문에 16년간 ‘천사들의 편지’를 진행해왔고 매년 사진전을 진행하면서 이런 전시와 홍보가 불필요할 만큼 자발적인 입양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생각과 바람이 이루어지는 날이 가까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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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사랑의 사진전 ‘천사들의 편지’에 모델로 참여한 배우 김혜수. 사진|아이콘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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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사랑의 사진전 ‘천사들의 편지’에 모델로 참여한 가수 겸 배우 이승기. 사진|아이콘스튜디오 제공
- 16년이란 긴 시간 동안 ‘천사들의 편지’를 계속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내가 먼저 시작했지만 국가에서도 보조를 맞춰줬고 360명 가까운 셀러브리티가 참여한 덕분이다. 배우 차인표 신애라 부부도 예은이를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입양했고 배우 김혜수는 한번 참여하는 것만도 고마운데 자발적으로 세번이나 참여했다. “선생님 (전시회 촬영) 할때 안됐어요?”하고 전화올 정도로 아기에 대한 관심이 많다. 실제로 김혜수는 한때 입양을 알아보기도 했다. 션-정혜영 부부도 세번 참여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촬영하지 않았을 때도 아이들을 다 데리고 전시회장을 찾아와서 좋은 방향으로 교육을 시키더라. ‘천사들의 편지’를 나 혼자 이끌어온 건 아니다. 기획과 프로듀서를 우리 회사 대표가 맡았고 나는 찍기만 했다. 션, 김혜수 같은 스타들이 많이 도와줬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션은 특히 섭외를 도맡아해줬다. “우리 애들 하면 안될까요?”하고 YG소속인 빅뱅의 태양, 지드래곤, 2NE1 등에게 연락해 모델로 카메라앞에 서게 됐다. 그런 분들의 휴머니티와 노력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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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에서 아기를 안고 눈을 맞추는 강다니엘. 사진|아이콘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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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에서 아기와 함께 하는 강다니엘. 사진|아이콘스튜디오 제공
-마지막 전시회의 모델로 정우성과 강다니엘을 선정한 이유는.이번엔 아기만 하려고 했는데 정우성과 강다니엘이 함께 하게 됐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긍정적인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유엔난민기구 홍보대사이기도 한 정우성은 전시회로는 이번에 처음 함께 일을 하게 됐는데 생각도 안해보고 한마디로 “하시죠” 하고 흔쾌히 말하더라. 아기를 안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강다니엘은 아기를 안고나서부터 아기랑 잘 통했다. 아기랑 장난도 많이 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촬영했다. 강다니엘이 조카가 있어서 아기를 잘 안는다고 하더라. -처음 ‘천사들의 편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최초의 전시에는 연예인이 없었다. 2003년 11월에 첫 전시회가 열렸는데 ‘백일 사진’이란 제목으로 여름에 촬영했다. 그해 여름 한 사회복지사가 전화해서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이 새 부모와 적응하기 좋은 3개월에 보통 입양을 가는데 입양을 앞둔 아기들의 사진이 없다고 100일 사진을 부탁하더라. 듣는 순간 ‘내 일’이란 생각이 들어 찍었다. 열흘 뒤에 다시 전화가 와선 사진이 너무 아까워서 갤러리에서 전시해도 되겠냐고 했다. 전시는 반응이 너무 좋았다. 당시 그런 전시가 열려서 입양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그중 ‘설이’란 이름의 여자 아이가 진짜 예뻤다. 그런데 전시가 끝나고 한참 뒤 얘기를 들으니 파양됐다고 하더라. 알고 보니 시각장애아였다. 파양돼 성인이 될때까지 보호시설에서 살아야 할 설이를 주제로 2회 때 다시 촬영했다.
2회 때부터는 친하고 힘을 빌릴 수 있는 연예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배우 권상우 지성, 지휘자 정명훈 선생님과 친해서 모델로 아기와 함께 촬영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부분이 맞아떨어져 관심이 많아졌고 3회 때부터 용기내어 본격적으로 전시회를 가졌다. ‘몇년 하고 말지’ 했는데 지금까지 오게됐고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뒤에서 기획과 섭외를 맡아준 우리 회사(아이콘스튜디오) 대표님, 섭외에 도움을 준 션, 적극적인 참여자인 김혜수, 메이크업아티스트 정샘물을 비롯한 입양가족들도 모여 여기까지 왔다. 아이화 함께 촬영한 한 변호사는 당시 촬영했던 CF 출연료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나는 ‘찍사’만 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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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현진. 사진|아이콘스튜디오 제공
- 16년간 순탄하지 만은 않았을 것 같다.‘연예인을 이용한다’, ‘아이를 이용한다’, ‘연예인이 아이를 이용한다’ 등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10년 넘어가면서 그런 오해는 사라졌다. 어떤 오해를 받더라도 아이가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갖도록 노력했고 가식적으로 보였을지언정 젊은층에게 효과는 폭발적이었다. 젊은층이 입양하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난 뒤 그들이 자기가 어렸을 때 아이들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있을 거여서 입양문화가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내가 관심을 갖고 추진해온 입양아, 장애인올림픽, 다문화가족, 노숙인 관련 일들이 항상 순조롭지 만은 않았다. 한때는 모델로 나선 여배우가 손톱을 길렀다고 그것도 공격하더라. 손톱 긴 거랑 아기랑 무슨 상관이 있나. 또 아기들은 벗는 걸 너무 좋아하고 여름 무렵 촬영하는데 전시회를 12월에 하니까 추운데 아기를 왜 홀딱 벗기냐고도 비난하더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나와 연예인들이 진정성을 알고있어 서로 진정성이 통한 것 같다. -아기 사진을 잘 찍는 노하우가 있다면.인터넷에 ‘조세현 따라하기’가 많더라. 블로그에 아기 옷만 벗기고 아빠는 런닝을 입고 있고 흑백으로 사진을 찍은 게 있던데 엉망이더라. 스킨십이 제일 안되더라. 스킨십을 놓치면 친자식저럼 안보인다. ‘천사들의 편지’에선 손가락 하나를 잡고 있어도 뭔가 통하는게 있지 않나. 팜플렛에는 아기가 우는 사진도 나온다. - 마지막 촬영은 어땠나. 그동안 카메라 앞에 섰던 아이들과 연예인들이 생생하게 모두 기억난다. 16년간 아기가 너무 울어서 촬영이 안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촬영이 힘든 적은 없었다. 촬영을 시작하면 스타 모델이랑 아기가 많이 웃고 난리가 난다. 이번에는 정우성과 잘 놀던 아기가 카메라로 찍는 나를 보는 순간 정우성에게 얼굴을 돌려 울기 시작하더라. 보통 촬영자체는 5~10분이면 끝나는데 이번에는 아기를 재우고 먹이고 달래느라 2명 촬영을 20명을 촬영하듯 했다. ‘마지막이라 이렇게 되는구나’ 싶어 마음이 섭섭하기도 했다. -앞으로 계획은.‘천사들의 편지’ 10주년 기념 책을 냈는데 16주년 책도 준비하고 있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나올 것 같다. ‘천사들의 편지’에선 아무리 유명한 스타가 나와도 주인공은 아이였다. 16주년 기념 책도 철저히 아이 중심으로 아이가 잘나온 사진으로 편집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노숙인들의 자립을 위해 노숙인들에게 사진촬영을 가르쳐왔는데 광화문광장의 광화문희망사진관에 10명이 취업해 자립했다. 노숙인들 문제를 점점 확대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내 프로그램을 통해 동남아 빈곤층 직업훈련을 하고 있고 패럴림픽도 베이징부터 평창까지 올해 6번째로 참여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사진찍는 후배들에게 돈벌이도 좋지만 사진이라는 좋은 무기로 많은 사회공헌을 할 수 있고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내가 롤모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IT강국인 데다 SNS 등을 통해 사진의 파급력이 더욱 세졌으니 ‘내 카메라와 사진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으면 한다. 활동을 멈추지 않고 나한테 의미있는 정통 인물사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에너지를 축적시켜 사회공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일할 것이다.hjcho@sportsseoul.com
사랑의 사진전 ‘천사들의 마지막 편지-안녕’의 모델로 나선 배우 정우성(오른쪽)과 그룹 워너원의 강다니엘. 사진|아이콘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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