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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김민정 감독(왼쪽 셋째)이 지난 2월 25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과 스웨덴의 결승전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김영미를 안아주고 있다.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선수들과의 진흙탕 싸움은 원치 않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은메달 신화’를 쓴 경북체육회 팀 킴(Team Kim) 선수들이 지도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폭로한 이후 양 측은 팽팽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1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합동감사가 예정된 가운데 지도자들은 전원 사퇴로 가닥을 잡았다. 경북컬링협회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선수들의 주장을 반박해 온 컬링 지도자들은 사태를 더 키우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부부 관계인) 김민정 여자 팀, 장반석 믹스더블 팀 감독은 자녀들이 외부로 나가지 못하는 등 가족들이 큰 부담을 떠안게 돼 그렇게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 감독도 지난 주말 본지와 통화에서 “선수들과 무리한 싸움에 휘말리기를 바라지 않는다. 지도자 입장에서 더 반박하는 게 의미없다. 감사에는 충실하게 임하되 현 시점에서는 한발 물러나는 게 체육회나 컬링협회에 최선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했다” vs “안 했다”…진실공방, 쟁점은

팀 킴은 지난 6일 대한체육회와 경북체육회, 의성군 등에 14페이지 분량의 호소문을 보냈다. 경북체육회 측은 애초 이 내용을 지도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내부적으로 확인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이틀 뒤 특정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지도자들도 뒤늦게 호소문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 킴은 호소문을 통해 대부 구실을 해 온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김민정, 장반석 감독이 언제부터인가 사적인 목표로 자신들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도자에게 욕설과 폭언도 들어 모욕감을 느꼈고 포상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했다. 스킵 김은정이 훈련에서 배제됐고 선수들이 자녀 어린이집 행사에 강제로 동원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음 날 장 감독은 컬링 담당 기자에게 반박문을 보냈다. 선수 동의로 ‘김경두(경북체육회)’라는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해 상금과 팀 훈련, 대회 참가비용을 최대한 투명하게 관리했다면서 선수 주장을 반박했다. 어린이집 행사건도 개인적인 부탁이었다면서 모바일 메시지(카카오톡) 내용도 공개했다.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도자 폭언이나 훈련 배제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여론이 팀 킴 쪽으로 기운 건 김 전 부회장이 선수에게 폭언한 녹취 내용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다. 김 전 부회장은 “(컬링을) 하겠다? 못하겠다? 이런 개 뭐 같은 x”라고 발언하는 등 폭언에 준한 말을 했다. 김은정의 훈련 배제에 대해서도 장 감독은 본지와 통화에서 “11월 유니버시아드 준비 과정에서 김은정이 출전 연령 제한에 걸려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선수를 기용했다”며 “최근 만 24세로 바뀌었다는 공문을 받은 뒤엔 어차피 선수들이 출전할 수 없어 (김은정을 포함해) 정상 훈련을 해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김은정이 결혼 이후 임신하겠다고 코치진에 알린 뒤 고의적으로 배제당했다고 주장해 공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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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

◇예견된 팀 킴 사태…“운영 시스템부터 문제였다”

팀 킴 사태가 불거진 뒤 컬링계 ‘김경두 왕국’을 지적하는 컬링인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북체육회에서 선수 생활을 한 전 국가대표 이동건 씨는 당시 김 전 부회장의 폭언에 시달렸으며 2006년 김 전 부회장 주도로 세워진 경북컬링훈련원 공사장 일에도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대표 지도자 출신인 A씨도 11일 본지 제보를 통해 “경북체육회 컬링이 다른 지역 팀과 가장 다른 건 시스템”이라며 “중, 고등학교 때부터 선수를 육성해 경쟁 체제를 두기보다 사실상 단일팀을 유지하면서 올인하는 구조였다. 그러면서 선수들을 강도높게 통제하고 무력화했다”고 말했다. 또 “남자 팀이 평창 대회를 앞두고 일부 선수가 군에 입대해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었다. 그 사이 다른 선수를 채워서 경기력을 올려야 하는데 (김 전 부회장은) 아들 위주로 팀을 재편하고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컬링인 C씨는 “팀 킴 사태는 예견된 일”이라며 “김경두라는 존재가 워낙 강하다. (연맹)이사진도 그의 막강한 인맥과 영향력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올림픽 전 회장선거나, 김민정 감독 징계 건을 심의해야 하는데 (당시 직무대행이던)김 전 부회장이 ‘올림픽이 우선’이라며 안건을 미뤘고 현재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한컬링경기연맹이 10월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전 부회장의 친·인척 등 관계자 19명이 연맹이나 지역 컬링협회에서 요직을 맡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경북컬링협회장이 아니더라도 회장 이상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며 김 전 부회장이 연맹을 사유화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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