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 아무도 몰랐다.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봄눈 녹듯 녹아 평화시대가 활짝 열릴 줄은. 이제 사회 곳곳에서 핵, 전쟁, 분단이 아니라 평화, 교류, 통일을 이야기한다. 예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예술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남북 관계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에 위치한 씨알콜렉티브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교류전 ‘오염’(Contamination)전은 남북관계를 주제로 한 젊은작가들의 탐구와 실험이 돋보이는 전시다.
전시에는 강준영, 신제현, 최선, 컨템포로컬, 쟌 문, 요하나 비스트롬 심즈 등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비극이 개인에게 심각한 오염을 일으켰다는 것을 지적하고 분단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비오염으로 가는 방안들을 다양하게 상상하고 모색한 작업들은 선보이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오세원 씨알콜렉티브 디렉터와 뉴욕에서 활동 중인 최은영(IA 큐레이토리얼 공동설립자) 코큐레이터는 “이 전시는 오랫동안 우리사회를 장악한 비정상적인 양극화와 불편한 주변인으로서의 불안과 회의가 빚어내는 왜곡된 일상을 고민하는 사유에서 비롯됐다. 분단이라는 역사적, 사회적으로 폭력적인 한반도만의 상황을 비극의 근원이자 심각한 개개인에게 침투한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했다”면서 “이번 전시가 취하는 비오염을 향한 발걸음은 분단이라는 조건이 만든 폭력의 논리를 우리 삶 속에서 탐색 · 낯설게 하고, 이를 가시화해 분단 트라우마로부터의 해방, 사람들의 정서, 문화, 심리, 가치에 대한, 즉 사람 중심의 통일공동체에 대한 상상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강준영 작가는 연희동에서 5공화국, 6공화국 대통령의 이웃으로 살면서 겪었던 개인적 경험을 작업으로 내놓았다. 학생 시위로 최루탄이 수시로 터져 치약을 들고 다녔던 강 작가는 치약을 이용한 페인팅을 비롯해 도자기수류탄 등을 통해 정치적으로 이용됐던 남북관계에 대한 기억을 해방시킨다.
|
신제현 작가는 통일 후에 발생할 일들에 대한 상상을 작업으로 옮겼다. 북측 국화 함박꽃나무와 남측 국화 무궁화를 교배하는 상상이나 두꽃의 향을 상상해 향수를 만들기도 했다.
신제현 작가는 “무궁화와 함박꽃나무를 교배하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포토샵으로 합치고 두 향을 상상해 합친 향으로 향수를 만들었다. 실제 향수를 뿌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1년전 기획할 때는 남북이 30분의 시차가 있었는데 작업을 진행하는 도중 시차가 없어졌다. 왜 남북이 30분의 시차가 왜 발생하나가 의아했다. 한국은 고종 때 일본 시간을 따랐고 해방 되면서 바뀌었다가 박정희 정권 때 다시 일본시간을 따라갔다. 시차로 인해 벌어지는 일을 퍼포먼스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
최선 작가는 ‘북의 맛’에 착안해 북한의 바닷물이 조류를 타고 내려오는 강원도 고성의 바닷물을 떠다 소금을 만들었다. 북한의 소금과 남한의 소금은 같은 짠맛이라는 사실을 통해 남북이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작가가 만든 소금은 전시장에서 삶은 계란에 찍어 맛볼 수 있다.
최선 작가는 “보이지 않는 북한의 맛을 실제로 만들어볼 수 없을까 해서 소금을 만들었다. 그 소금을 사람 머리에도 뿌리고, 계란에 찍어 먹게도 하고, 천에 적셔서 건조시키는 작업을 했다. 북한에 대한 막연한 공포스러운 마음을 극복하고 싶은 마음에 구체적인 사물로 극복하고 싶어 시작한 작업이다”라고 밝혔다.
|
컨템포로컬은 DMZ 지역인 양구 펀치볼이 관광지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동산 업자의 동영상 강의를 통해 자본주의적 욕망을 드러내는 작업을 내놨다.
스웨덴 작가 요하나 심즈는 스웨덴의 대형산림화재 후 열을 먹고 자란 식물과 DMZ내 식물을 비교해 인간의 무자비함과 생존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국계 미국인 쟌 문 작가는 벌의 생태계사회를 통한 인간사회의 지배구조를 드러내는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12월 8일까지 개최된다.
eggroll@sportsseoul.com
기사추천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