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 "추운 날 초밥을 잔뜩 먹었더니 속이 안 좋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이게 체하는 건가?' 느꼈어요.(웃음)"


분명 입이 짧다고 했는데 어마어마한 양을 거뜬히 먹습니다. 군침 도는 먹방은 식욕을 자극하고, 언니처럼 누나처럼 소곤소곤 들려주는 맛깔 나는 입담은 구독자들에게 듣는 맛에 보는 맛까지 선사합니다. CJ ENM의 1인 창작자 지원 사업 '다이아 티비(DIA TV)' 소속 먹방 크리에이터 '입짧은 햇님'(김미경·38)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먹는 게 좋아 시작한 '먹방'. 입이 짧아 한 종류를 많이 먹지 못한다는 입짧은 햇님은 자신만의 음식 조합과 직접 만든 요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애청자들을 꾸준히 늘리고 있는데요. 2015년 12월 방송을 시작, 현재 유튜브 구독자 수 50만 명을 이끌고 있는 인기 크리에이터가 됐습니다.


입짧은 햇님의 인기 요인은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하고 깔끔한 먹방과 친구와 수다 떨 듯 친근한 모습입니다. 이에 입짧은 햇님은 지난 4월부터 tvN 예능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 출연진들은 물론 시청자까지 군침을 흘리게 하는 먹방으로 별다른 개인기와 입담 없이도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죠.


이제는 인터넷 방송을 넘어 공중파 케이블 TV까지 장악한 입짧은 햇님을 최근 서울 강남구 다이아 스튜디오에서 만났습니다.


Q : 닉네임 '입짧은 햇님'. 정말 입이 짧은 편인가요?


네, 물론 제 기준에서요(웃음). 빨리 질려 해서 이거 먹다가 저거 먹다가 해야 되는 스타일이에요.


Q : 원래 직업이 무엇이었나요?


사진관을 운영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삼촌께서 운영하는 사진관에서 일했어요.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했다기 보단 일이니까 그냥 한 거였죠.


Q : 그럼 어떻게 크리에이터를 시작하게 된 건가요?


제가 평소에도 잘 먹으니까 아는 동생이 '먹방'을 해보라고 추천해줬어요. 그때가 서른 살쯤이었는데 당시 전 컴퓨터를 잘 안 해서 유튜브, 아프리카TV, 먹방도 잘 몰랐어요. 그러다 5년 뒤쯤 사진관이 지역 재개발로 문을 닫으면서 쉬게 됐는데, 그때 한 번 해볼까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정확히 2015년 12월부터에요.


Q : 35세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네요. 늦은 나이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나요?


불안감이 없을 수밖에 없는 게 전 이런 세계에 대해서 전혀 몰랐어요. 어차피 밥은 매일 먹는 거니까 되게 쉽게 생각했어요. 그냥 몇 개월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건데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어요.


Q : 먹방은 많잖아요. 그런데 왜 많은 이들이 입짧은 햇님의 먹방을 볼까요?


다른 크리에이터보다 먹방을 하면서 소통을 많이 한다고 생각해요. 먹방 따로, 소통 따로가 아니라 먹방을 하면서 소통해요. 특별한 건 없어요. 친구와 일상생활 이야기하듯이 오늘은 뭐 했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편하게 말해요. 그래서 먹방 크리에이터 치고 말이 많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사실 전 그걸 원했어요! 친구들하고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 크리에이터를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방송을 추구해나가고 싶어요.


Q : 유튜버로 활동하길 잘했다고 느낄 땐 언제인가요?


최근 '언니 방송은 먹는 거만 보는 게 아니라 힐링 받고 상처를 치유 받는 방송 같아요'란 댓글을 보고 정말 큰 감동을 받았어요. 제가 어떻게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힘을 받겠어요. '언니 방송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언니 덕에 큰 위로를 얻었다' 이런 말들을 크리에이터 활동이 아니었다면 제가 감히 듣고 살 수 있었을까요? 전 먹방을 통해서 구독자분들께 위로를 드릴 줄 몰랐어요. 그게 제일 신기하고 감사해요.


Q : 최근 구독자 수가 50만 명이 넘었어요. 100만 명이 넘으면 걸고 싶은 공약이 있나요?


50만명도 꾸준히 조금씩 오른 것이기 때문에 100만명까지 가려면 2~3년은 걸릴 거 같네요(웃음). 구독자분들이 만들어주신 기록이니 원하시는 건 뭐든지 할게요!


Q : 방송을 보니까 정말 많이 드시던데, 평소에는 보통 어느 정도 드시나요?


방송과 비슷하거나 더 많이 먹어요. 방송은 단시간에 먹는 거라 사실 얼마 못 먹는 거예요. 평소에는 길게 오래 먹어요. 소화 시키고 친구들과 수다 떨면서 몇 시간씩 먹는 거 같아요. 그리고 제가 입이 짧아서 한 음식을 많이 먹지는 못해요. 먹방을 보시는 분들은 라면 몇 봉지, 자장면 몇 그릇 이렇게 많이 먹는 걸 보고 싶으실 텐데 전 자장면, 볶음밥, 탕수육 여러 가지 음식을 함께 먹는 걸 좋아한답니다.


Q : 많이 먹다 보면 체중 관리나 건강 관리에도 신경이 쓰일 거 같아요.


다른 콘텐츠들에 비해 먹방은 몸이 조금만 아파도 방송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어서 건강 관리가 정말 중요해요. 그래서 전 조금만 몸이 안 좋으면 바로 병원에 가요. 체중 관리는 보통 홈트레이닝을 해요.


Q : 메뉴 선정은 어떻게 하나요?


그날그날 제가 먹고 싶은 걸로 선정해요. 한식, 중식, 일식, 분식 중 최대한 한 달 안으로 겹치지 않게 하려고 해요. 음식들 조합도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Q :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하고 깔끔한 먹방으로 먹방계에 '여자 밴쯔'로 불려요. 실제로도 밴쯔와 친분이 있나요?


DIA TV의 오리지널 콘텐츠 채널인 '돼지런한 생활'에 함께 촬영하면서 알게 됐어요. 최근 저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 하셨는데 조만간 '합방(합동 방송)'해보자고 이야기하긴 했어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밴쯔 님과 함께 먹방하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Q : 또 도전하고 싶은, 혹은 계획 중인 영상이 있나요?


최근 이팅 사운드 마이크(Eating sound mike·먹는 소리를 잡아주는 고성능 마이크)를 샀어요. 일주일에 하나씩 ASMR 영상을 올려보려고 해요. '브이로그'도 찍고 있긴 한데 아직 편집 실력이 부족해서 몇 개월째 찍고만 있어요(웃음). 곧 공개하겠습니다.


Q : tvN '놀라운 토요일' 고정 패널도 꿰찼어요. 처음에 어떻게 출연 제의가 온 건가요? 지상파 출연에 망설임도 있었을 거 같은데.


방송에 먹방 크리에이터가 필요한데, '놀라운 토요일' 작가분이 제 팬이셔서 추천해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연락을 받고 미팅에 갔는데 한 10분 정도 모여서 절 빤히 보시더라고요. 그런데 모두 인상이 정말 좋으시고 팀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서 함께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바로 출연 결정을 했답니다.


Q : 1인 방송과 실제 방송 환경은 많이 달랐을 거 같아요.


제가 재치가 있는 편이 아니에요. 그런데 방송은 생각지도 않은 질문이 들어오면 반사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게 있잖아요? 한 번은 갑자기 개인기를 보여달라는 즉석 질문을 받았는데, 얼굴이 빨개지면서 대답도 못 했어요. 방송을 한 번 해보니까 연예인은 역시 연예인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Q : 게스트들도 입짧은 햇님 팬이라고 자주 언급하던데 기억에 남는 스타가 있나요?


AOA 설현 씨요. 생각지도 못했거든요. 아이돌 중에 처음으로 제 팬이라고 말해주신 분이었어요. 실제로 보니 정말 분위기 있고 예쁘시더라고요. 그런 분께서 제 영상을 자주 봐주신다니 영광입니다.


Q : 또 출연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뭔가요?


케이블 Olive '밥블레스유'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최화정 씨를 좋아해요.


Q : 먹는다는 건 자신한테 어떤 의미인가요?


제일 어려운 질문인 거 같아요. 제게 먹는다는 건 '즐거운 행위' 같아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같이 먹는 게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요. 방송이 없는 주말에도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서 그 주에 맛있게 먹은 음식들을 해주고 같이 먹어요. 맛있는 걸 공유하는 게 제겐 큰 행복이거든요. 덕분에 제 친구들도 저와 함께 살찌는 중입니다(웃음).


Q : 1년 뒤 입짧은 햇님은 어떤 모습일까요?


크리에이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지금 제 방송 봐주시는 '햇살'님들이 저와 함께 쭉 갔으면 좋겠어요. 전 크게 바라는 것도 없고 욕심도 없어요. 우리 그냥 재미있게 놀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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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정하은 기자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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