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용수기자]우리는 1인 미디어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10년 전만해도 이런 시대가 오리라고 누가 감히 상상했을까요. 그 당시 인터넷 방송은 규제 없이 선정적으로 다뤄지는 B급문화에 불과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젊은층이 소비하는 핵심 콘텐츠가 모두 인터넷 방송에서 생성되고 있습니다. BJ(인터넷 방송인)로 불리던 콘텐츠 제작자들은 이제 '1인 미디어', '영상 크리에이터', '유튜버' 등으로 불리며 각광받는 직업이 됐습니다.


인터넷 방송 초기부터 지금까지 모든 흐름을 함께한 데저트이글(본명 이상길‧33)은 게임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뒤 이제는 자동차 콘텐츠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방송계에서 잔뼈 굵은 데저트이글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또 그는 왜 잘나가던 게임을 포기하고 자동차를 선택했을까요. 데저트이글의 이야기와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Q : 2007년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1세대 인터넷 방송인으로서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제가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어요. 90년대 중후반 PC통신이 유행하던 시절부터 자잘한 게임 대회에 출전해서 입상했죠. 그냥 게임이 좋았어요. 그래서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 거고요. 처음엔 돈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초창기 '아프리카TV'에는 별풍선도 없었어요. 이걸 전업으로 삼자고 생각한 건 늦은 나이에 군대간 사이 은행장이셨던 아버지의 투자 및 사업실패로 가세가 기운 뒤부터 였어요.


Q : 그럼 집안의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BJ를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으셨다는 소리네요.


그저 취미 생활로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엄청난 금수저는 아니었어요. 10년 전 기준으로 게임 실력도 좋았죠. 지금도 게임 콘텐츠 흐름을 보면 실력과 재미로 나뉘는데 저는 운좋게도 그 당시 둘다 가지고 있었어요. 게임BJ로서 전성기를 보냈는데, 그 실력도 운동선수처럼 나이를 먹으면서 어느 순간 떨어지더라고요. 대신 e스포츠 제작, 기획 등 재밌는 것들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남자들이 빠지기 쉬운 콘텐츠인 애니메이션, IT, 자동차 등에 두루두루 관심을 가질 수도 있었고요.



Q : 혹자는 게임 방송의 시초가 데저트이글이라고도 해요.


어떻게 보면 '최초'라는 자부심이 될 수도 있는데요. 제가 기여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리그오브레전드(LOL)가 우리나라에 나오기 2년 반 전인 2010년도에 먼저 접했어요. 그때 게임이 대중성 있다고 생각해서 아프리카TV에서 유일하게 방송을 시작했어요. 또 시청자들도 관심을 주시면서 방송 판을 키울 수 있었죠.


제가 그 당시 1세대 프로게이머들과도 방송을 하면서 채널 파워를 가졌어요. 그러다보니 각종 게임 대회 중계도 맡아서 하게 됐어요. 당시 인터넷 게임전문 매체 '인벤'에서 여는 LOL 공식대회를 중계했는데 사람들에게 LOL이 알려진 첫 대회였죠. 그 당시 시청자 수만 2만명이 나왔어요. 아마 그래서 제가 LOL을 알리는데 일조했다는 의미로 말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아니어도 문익점 선생이 목화 씨를 원나라에서 구해온 것처럼 게임을 전파한 분이 있었을 거예요. (웃음) 하지만 저도 게임을 좋아했고 애착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Q : 게임방송으로 이름을 알렸는데 지난해 초부터 자동차 리뷰 방송을 하고 있어요.


게임은 여전히 즐기고 있어요. 라이브 방송을 하면 종종 하곤 해요. 원래 자동차를 좋아했어요. 유튜브에 다른 영상 크리에이터들보다 한 발 늦게 뛰어들면서 저연령대 게임을 했는데 초반 반응이 좋았어요. 뒤늦은 만큼 빨리 자리잡을 수 있다고 봤죠. 하지만 어린이 수준에 맞추는 콘텐츠를 하다보니 너무 저와 안 맞더라고요. 흔히 말하는 '현자타임'이 온 거죠. 제 정신수준이 어른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른들이랑 뛰어노는 게 좋아서 자동차 콘텐츠를 선택했어요.


Q : 그렇다해도 여러 콘텐츠 중에 자동차를 선택한 건 어떤 매력에 끌렸기 때문인가요.


게임에서 자동차로 콘텐츠를 바꾼 것을 지금와서 보면 잘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저는 가끔 이런 말을 해요. '인생은 흘러가는게 아니라 떠내려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타의에 의해 선택한 건 아니에요. 제가 좋아서 한 결정이죠. 과거에는 좋아하는 게임을 했는데, 지금은 철이 들었다고 해야 되나. 어릴 때부터 바퀴달린 걸 좋아했어요. 길거리 레이싱 같은 것도 형들 따라 구경다니기도 했어요. 달리고 싶은 욕망이 항상 내재된 상태였는데 게임방송을 하면서 드러내지 않았던 거죠. 자동차 영상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작년만해도 부끄러운 것들이 많아요. 촬영기법, 자막 등 촌스러운데 저는 지우지 않고 전부 그대로 둬요.


Q : 왜 그런 거죠? 보통 부끄러운 게 있으면 숨기기 마련인데.


저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제 성격이 그래요. 영상 제작 기법, 성장하는 과정을 구독자들이 모두 볼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과거에는 허접했는데 지금은 많이 성장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제 영상은 호흡이 긴 단점이 있어요. 짧게 편집할 수 있지만 이런 이유에서 길죠.




Q : 숨김 없는 솔직함. 데저트이글의 성격이 영상에서 그대로 보여지는 것 같아요.


제 색을 굳이 지우려하지 않고 있어요. 과거 게임방송을 할때 제도권 매체에서 공식 중계도 했어요. 멋있게 잘 갖춰진 방송에도 출연했죠. 가상 세계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라서 지금 방송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요. 자동차 뿐만 아니라 '어덜트 토이'라고 불리는 IT전자기기 리뷰도 찍고 있어요. 자동차와 연관성 있고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기에 키워나가려 하고 있어요.


Q : 게임에서 자동차 그리고 IT로 옮겨가고 있는 것처럼 영상 크리에이터로서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변화되는 거죠. 운동선수들이 대학교에 갔다가 프로에 입단하기도 하고 지도자가 되기도 하고 여러갈래로 나뉘잖아요. 저는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 게 햇수로 13년차니깐 아이스하키로 치면 1피리어드가 지난 것 같아요. 다시금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이제야 만들고 있어요. 영상 채널에서 게임을 버리고 자동차에 집중하긴 했지만 라이브 방송에서는 게임을 종종하고 있어요. 금전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여러 행사 등 제의가 와도 포기하고 있어요.


Q : 1피리어드가 지났다고 했는데요. 만약 게임을 계속 쥐고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저는 주력 게임이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였어요.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테라, 아케이지 같은 게임에서는 제가 1등 BJ였어요. 그런데 그 게임들이 쇠락하면서 제 폼도 같이 떨어졌죠. 다름 게임을 했더라면 이렇지 않았을 텐데. MMORPG와 연착륙 곡선을 함께 했어요. 그 게임을 즐겼던 수요가 점점 나이를 먹고 학업, 취업, 결혼, 육아 등 '현실 게이트'에 들어가면서 생긴 결과죠. 물론 그 당시의 위치와 상징성은 유지되지만 1피리어드를 풍미했고 단물은 이제 없다고 생각해요.



Q : 이젠 현실이네요. 영상 기술 등을 전문가에게 속성으로 배웠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어떻게 영상 작업을 하고 있나요.


원래 회사에 보조 편집자가 있어요. 하지만 제가 다 하죠. 영상을 찍은 구도와 연출이 제 생각과 일치하게 편집해야 더 재밌기 때문이죠. 영상편집이라는 게 깊숙이 들어가면 원천기술을 얻는데 어렵지만 영상을 단순히 자르고 붙이는 편집은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이것도 안 하겠다는 반쪽짜리 영상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요. 어느 정도 수입이 될 때까지 혼자하는 게 나아요. 그래야 영상에 재투자가 가능해지고 퀄리티가 올라가기 때문이죠. 또 영상편집자와 크리에이터의 호흡이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요. 더 많은 경우는 급이 되지 않으면서 편집자 타령부터 하는 사람이 문제예요. 이제는 경쟁이 더 심해지고 있어요. 2~3년 전 진입했던 사람들과 지금의 수준이 달라요. 이젠 글보다 영상을 소비하는 사람이 더 많잖아요. 그래서 높은 퀄리티를 가진 영상의 경쟁력이 더 높아질 거라고 봐요.


지금은 현실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없이 혼자하니깐 바빠요 라이브도 간헐적으로 하고, 들어오는 광고나 외부 행사에도 나가야 하니깐 날짜를 정해놓고 정해진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어요. 최근 3년간 외근이나 외부 출장을 빼면 일주일 내내 영상 촬영, 편집에만 몰두하고 있어요. 쉬지를 못하는 거죠.(실제로 피로가 누적된 데저트이글은 인터뷰 도중 어지럼증을 호소, 인터뷰를 잠시 멈추기도 했다) 저는 우스갯소리로 월급받으면서 주 5일을 다니면 불만을 갖지 말라고 그래요. 저는 월급이 없고 주 7일 일하고 철야가 1년에 150일이예요. 물론 직장 생활을 해봤기에 고충을 알죠.


Q : 열정으로 일에만 매진하는 것 같아 걱정인데요. 자동차 콘텐츠를 다루면서 투자를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자동차 콘텐츠를 찍으면서 제가 번 것보다 쓴 게 수십 배가 넘어요. 여러 경험을 위한 일종의 투자로 생각하고 있어요.


Q : 이렇게 투자한 걸 거둬들이려면 쉽지 않겠어요. 지금도 구독자의 95%가 남성이라고 들었어요. 남성 구독자만 타깃으로 잡는 건가요.


저는 여혐이 아닙니다.(웃음) 여성 친화적인 콘텐츠가 없어서 그런 거죠. 지금 정도에서 여성 구독층까지 늘어난다면 두배 이상의 양적 성장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게 쉬운 게 아니에요. 왜냐면 아직 남성이 더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요. 자동차 튜닝, 서킷 등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더하죠. 서킷은 남성들 사이에서 1%만 관심 갖는 콘텐츠예요. 또 자동차는 구독자가 잘 늘지 않아요. 그래서 해법으로 여러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어요.


Q : 얼마 전 현재 소속사와 전속계약이 만료됐다고요.


네 지금은 계약이 끝나서 개인 사업자로 독립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여러분의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가 결혼할 여자친구와 함께 살 집도 대출받아서 구했어요. 그곳에서 작업실을 만들고 다시 시작할 계획이에요. 독립하는 모든 과정이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모두 회사에 소속되서 활동했는데 더 많은 부분을 신경써야 하겠죠.



Q : 독립하는 만큼 각오도 남다를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요.


초창기 데저트이글의 모습과 지금의 제 모습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뭣이 진짜 모습이냐' '철들었냐' '지금은 욕을 안하네' 등 반응을 보이실 텐데요. 지금의 모습이 원래 모습입니다. 초창기에는 좀 더 오버하고 과격하게 보이려고 했어요. 악당이었던 MMORPG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던 것 뿐이었어요. 이제 데저트이글에서 이상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 옛날 방송을 기억하는 분들은 옥탑방을 기억할 거예요. 8년간 옥탑방에서 방송했는데, 저는 '민초의 채널'을 모토로 휴머니즘이 담긴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이제 제 숙제는 여성분들도 볼 수 있는 방송을 만드는 거예요. 또 제가 좋아하는 분야를 같이 공유하고 같이 즐기는 콘텐츠를 앞으로 만들 거예요. 공감을 사고 같이 나이먹으며 강물처럼 흘러가고 싶어요.


Q : 끝으로 13년간 몸으로 현장에서 체험한 입장으로서 온라인 영상 시장이 어떤 흐름을 보일까요.


유튜브 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끝나고 각 카테고리에는 강자들이 자리잡았어요. 또 포스트 유튜브 채널들 역시 넷플릭스 같은 기존 거대 경쟁자를 상대하기보다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어요. 그래도 1인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아직 도전할 수 있는 빈틈이 많아요. 저는 라이브 방송 시대 때 이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유명해지면 네가 카메라 앞에서 큰 일을 봐도 사람들은 박수 칠 거야. 네가 유명해질 때까지 하고 싶은 것을 참아라'라고. 성공하려면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 등 경험이 많이 필요해요. 많이 영상을 보는 게 답이죠. 앞으로 인터넷 영상은 더 대중화되고 더 치열해질 거예요. 그래서 제 길도 평탄하다고 볼 수 없죠. 무주지를 선점했던 선발주자들도 이걸 알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요. 그러나 방심하고 도태되면 자리바꿈이 일어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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